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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

치료란 무엇인가(1)_칼 야스퍼스의 경우 질병에 대한 치료행위는 의사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환자는 자신의 고통을 치료해줄 의사 앞에서 무기력합니다. 의사의 일방적 처방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의사와 환자는 결코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하지 않습니다. 의사는 질병에 대한 전문가지만, 환자는 그렇지 못합니다. 정보와 지식의 차이는 힘의 격차로 작용합니다. 정책입안자와 수혜자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칼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의 실존적 사유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는 의사로서의 경력과 그 경력에서 오는 철학적 사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정신과 의사였습니다. 정신병리학 전문가로서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그로 하여금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 주목하게 했고, 철학.. 더보기
위험한 사회에서_위험관리가 회사의 미래를 결정한다 상황 #1 집에 무장강도가 들었다고 가정해보면 어떨까요? 대단히 위험한(dangerous) 상황이겠죠. 암벽을 타고 있는데, 자일이 끊어지려고 한다면 어떨까요? 대단히 위험하겠죠.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해서 무장한다면 어떨까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겠죠. 비행기가 테러범에게 납치되었다면 승객들은 어떨까요? 위험하겠죠. 미군부대 주변에서 가끔 보는 Danger! 팻말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철조망에 접근하면 위험하구나, 느낌이 나죠. 상황 #2 학생이 공부를 게을리하면서 게임에만 몰입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위험할까요? 아니면 뭐라고 표현해야 적당할까요? 다른 예를 들어보죠. 기업체의 중책을 맡은 임원이 일보다는 주색에 빠져있어 최근 유행하는 리스트에 들어있다면 어떨까요? 위험하다(risky)고 해.. 더보기
도올 김용옥 선생의 성서해석에 대하여 도마복음에 관한 칼럼을 써왔던 도올 김용옥 선생이 연재를 마치고 지난 일요일에 중앙SUNDAY와 대담을 했습니다. 연재와 대담은 매우 재미있었고, 유익했습니다. 나는 성서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도마복음에 관한 그의 글에 대해서 뭐라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독교에 관한 그의 관점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도올 선생은 그동안 기독교에 관한 많은 글과 강연을 통해 전통적인 기독교인이나 학자들에게는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해 왔습니다. 나는 이 논쟁에 가담하고 싶지도 않고 아직 그럴만한 능력이 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데는 한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종교인들, 특히 기독교인들이 믿음(신앙)이라는 것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도올 선생에게도 그런 것을 발.. 더보기
노동이란 무엇인가_피 땀 눈물 노동의 역사에 대해 읽은 책 중에 가장 탁월한 것을 소개합니다. 『피 땀 눈물』(바다출판사 2005)입니다. 리처드 던킨(Richard Donkin)이라는 의 노동관련 칼럼니스트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분이 썼습니다. 그는 낚시, 항해, 여행에 관해서도 많은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의 홈페이지(http://www.richarddonkin.com/)에서도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피 땀 눈물』은 몇 해 전에 미국 출장 길에 비행기 칸에서 읽기 시작해서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서 다 읽었습니다. 그 때의 감동 때문이었는지 그 후 노동에 관한 일이 생기면 다시 읽어보곤 했었습니다. 최근에 내가 쓰고 있는 책과 관련하여 참고하기 위해 다시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노동의 역사를 자세히.. 더보기
신은 죽었다. 도대체 누가 죽였는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그 동안 썼던 교과서를 주섬주섬 모아서 시내 헌책방에 갔습니다. 그걸 팔아서 읽고 싶은 다른 책을 사려는 심산이었습니다. 마침 눈에 띄는 전집이 보였습니다. 5권짜리 휘문출판사(?)에서 나온 『니체 전집』이었습니다. 내 눈에 유독 니체라는 단어가 띈 것은 아마도 학교에서 니체라는 철학자가 “신은 죽었다”고 과감하게 선언했다는 말을 배웠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아니, 신이 죽다니? 죽을 수 있는 신이라면 신이 아니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닌가? 그 당시 내가 다니던 시골교회에서도 니체에 대해 뭐라고 가르쳤는데 “신이 죽었다”는 니체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마귀 사탄의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쨌거나 눈에 들어온 『니체 전집』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도무지.. 더보기
트랜스크리틱_꼬뮨이 가능할까? 서구 계몽주의 사상가로서 이성 중심의 모더니즘을 가능케 했던 칸트와 서구적 공산주의 사회를 기획한 맑스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일본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인류공동체를 구현하려고 시도하는 사상가이기도 합니다. 그가 바로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 1941~)입니다. 최근에 그의 책 『트랜스크리틱』(한길사 2005)을 읽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놀라운 구절이 있습니다. 다시 덧붙이자면, 상인자본이 공간적 가치 체계의 차이에서 잉여가치를 얻는 것에 비해, 산업자본은 시간적으로 서로 다른 체계를 만들어냄으로써 잉여가치를 얻는다. 그런데 잉여가치를 어디서 얻든 그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예컨대 19세기 영국의 산업자본은 독일에서 매입한 면을 기계로 생산하여 그것을 다시 독일로 수출함으로써 이윤을 얻었다. 그 잉여가.. 더보기
정체성의 뿌리 이정우 교수의 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내 손에 가끔 그의 책이 들려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간의 얼굴』(민음사 1999)을 읽다가 밑줄을 치게 되었습니다. 그 내용을 여기에 인용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 정체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사유할 수 있게 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욕구를 통해서 주체가 형성되고, 욕구는 능력을 열망하며, 능력은 권력을 통해 구체화된다. 그렇다면 근대적 주체는 어떤 욕구로부터 생성되었는가? …… 현대철학은 왜 이 근대적 주체 개념을 공격하는가? …… 욕구의 다양성, 자신의 욕구를 타자/타인들 사이에서 실행하려는 능력에의 의지, 능력을 구체화하려는 전략들의 배치인 권력 형태의 다양성(계급, 직업, 국가, 민족, 지위, 신분, 성별, 나이 등등), 이 다양성을.. 더보기
한국교회에 벼락같이 떨어진 축복(2) 지난 이야기 한국교회에 벼락같이 떨어진 축복(1) 한국교회, 특히 대형교회들의 마케팅 전략은 기업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업들이 교회의 마케팅 실력을 보고 배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교회들은 교인을 고객으로 생각해서 철저한 고객만족경영을 지향하고 있으니까요.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불안이 아닌 위안, 회개가 아닌 축복, 희생이 아닌 성공, 절제가 아닌 풍요를 원합니다. 그들의 니즈를 정기적으로 조사하여 그에 부합하는 프로젝트와 이벤트를 기획합니다. 목사는 그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설교를 하면, 교인들의 수는 늘어납니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대표적인 교회가 바로 다음과 같은 교회입니다. 이런 교회들을 한국교회는 금과옥조로 모방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성장하려면 교회경쟁력을 강화해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