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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영국여행 이야기(22)_런던에서 온 두번째 편지 정말 오랜만에 딸의 편지를 올립니다. 어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겠어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죠. 하지만, 나는 먹고사느라 아이들이 자랄 때 제대로 챙기지 못했어요. 이건 정말이거든요. 이런 말을 어느 사석에서 한 적이 있는데, 어떤 분이 대뜸 아주 잘한 일이라는군요. 한국에서 아이들이 잘 되려면,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삼위일체를 이루어야 한답니다. 할아버지의 재력도 없고, 엄마의 정보력은 더구나 없는데다 아빠의 무관심 속에서 아이들이 방치된 채 컸다고 사실대로 고백했습니다. 그랬더니 나더러 진짜 짜증난다고 하더군요. 애들한테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스스로 자기들 인생을 헤쳐나간다고 하니까 말이죠. 초등학교 때부터 책가방 싸주고, 학원시간표 짜주고, 내신성적 관리해주는.. 더보기
영국여행 이야기(20)_런던에서 온 편지 내가 요즘 새로운 일에 집중하느라 블로그에 신경을 쓸 새가 별로 없었습니다. 이 블로그의 새로운 포스팅을 기다리는 분들에게는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는데, 마침 런던에서 일하고 있는 딸이 편지를 보내왔네요. 아이들을 어려서부터 지켜 본 바로는 딸과 아들이 매우 다른 성격적 특성이 있었습니다. 아들은 인문학적 소양과 감수성이 풍부합니다. 유학 중에 자신이 쓴 에세이를 가끔 보내옵니다. 나는 그 에세이를 읽고 감동하곤 했습니다. 영어로 쓴 문장이 그렇게 유려할 수가 없었어요. 글에서 영혼의 울림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딸은 문장력보다는 수학적 재능과 비즈니스 감각이 더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대학에서의 전공도 경영학(business)이었죠. 졸업한 후에도 런던에 있는 투자은행(Credit Suiss.. 더보기
영국여행 이야기(17)_Credit Suisse London Office 다음 날, 그러니까 2009년 8월 7일 투자은행인 Credit Suisse에 다니는 딸이 아내와 나를 초대해 주었습니다. 매년 겉에서 건물만 봤지 안에는 들어가보지 못해서 늘 궁금했습니다. 딸이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무실을 직접 구경시켜 줄 수는 없지만, 방문객이 볼 수 있는 곳을 안내하고 점심도 구내식당에서 같이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점심약속이 이미 잡혀 있어서 회사만 조금 보기로 약속하고 오전 10시까지 찾아 갔습니다. 남의 집에 가면 항상 조심스럽듯이 남의 사무공간에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로비에 들어섰는데, 딸이 이곳 저곳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미국계 투자은행의 건물들은 주로 유리건물로 되어 있어서 경쾌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유럽계 기관들은 건물의 외벽이.. 더보기
출장 겸 휴가를 다녀옵니다 8월4일(화)~8월25일(화) 3주간 출장 겸 휴가를 다녀오려고 합니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휴가로 영국엘 다녀왔는데, 금년에도 그렇게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런던에서 일하는 딸아이가 초대해서 매년 가게 된 것이지요. 자식들이 떨어져 살면, 부모로서는 늘 보고 싶지요. 함께 사는 게 가족으로서는 제일 좋은데, 그럴 수 없는 형편이라서 가끔 만나 그 동안 못다한 얘기도 하고, 함께 여행하면서 서로의 애정과 신뢰를 확인합니다. 가끔 전화와 메일로 사는 형편과 사정을 확인하지만, 눈으로 직접 보는 것보다는 못하지요. 아들은 최근에 제대하는 바람에 군생활모드에서 공부모드로 바꾸기 위해 이번 여름휴가에서 빠졌습니다. 휴가면 휴가지 왜 출장이라는 말을 곁다리로 붙였냐구요? 첫째 이유는, 우리나라 형편에 3주씩 휴가를.. 더보기
영국여행 이야기(12)_여왕의 산책길(Queen's Walk) 오늘은 날씨가 흐리군요. 천둥번개도 치고 비바람이 칩니다. 이럴 땐 모차르트 음악이 제격입니다. 음악을 들으면 여행지가 떠오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영국여행 이야기나 계속해 보겠습니다. 2008년 7월 31일 런던에 도착해서 보름 이상을 보냈으니, 어느 정도 시차도 적응되었습니다. 딸은 휴가를 끝내고 사무실에 복귀했습니다. 오랜만에 아내와 둘이 아파트에 남았습니다. 나는 책을 보고 자료도 정리할 겸 오늘은 그냥 쉬자고 했습니다. 아내는 그럴 수 없답니다. 아까운 휴가시간 중 하루를 집에서 쉰다는 것은 아내에게는 정말 아쉬운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런던 시내로 나가 보기로 했습니다. 아무 계획도 없이… 여왕이 거닐었다는 산책로에 가면 혹시나 여왕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진짜 여왕.. 더보기
딸이 보낸 편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으로, 그 후유증으로 내 마음은 다소 격정적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대한 걱정이 커져서 그런지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서민들에 대한 부담을 늘리면서 오히려 부자들에게는 세금혜택을 주고 있고, 용산참사를 아직도 방치하고 있고, 추모객들의 행렬을 봉쇄하려 하고, 보수층을 대변한다는 학자는 무슨 말을 하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횡설수설하고 있고, 가난한 사람들이 죄인으로 둔갑하는 이 세상의 불의와 부패에 대해 저항(protest)해야 할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교회 내에 모여서 가진 자들을 위한 찬송가와 복음성가를 부르면서 침묵하고 있습니다. 사정기관을 포함한 권력의 핵심부에는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있지만, 그들의 신앙과 생활은 이원화되어 있어 자기들끼리만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 더보기
영국여행 이야기(3)_공원과 그리니치 천문대 나는 딸아이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템즈강을 건넜더니 수 마일을 걸은 발걸음은 더 떨어지지 않았고, 배는 출출해졌습니다. 중국집이 눈에 들어왔고 의자에 앉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시원하게 맥주도 한 잔 마시고 짜장면 비슷한 것을 시켜 먹었습니다. 힘을 내 음식점을 나와서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얼마간을 걸었더니 그리니치 공원이 나왔습니다. 선진국은 도회지에 있는 공원의 넓이와 질적 수준에 의해 결정되는가 봅니다. 런던은 조금만 걸어도 드넓은 공원이 나타납니다. 그것도 방치된 것이 아니라 잘 조성된 공원, 그래서 아무런 통제 없이도 아이들이 맘대로 뛰어 놀 수 있는 공원, 이런 공원을 서울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니 아직 선진국이 되려면 멀었나 봅니다... 더보기
영국여행 이야기(2)_Background Screening 영국으로 날아온 여독이 풀리지 않아서 그런지 움직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졸리기도 하고... 아파트 발코니에 앉아 쉬면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정박한 요트를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가 졸리면 자고... 그럴려고 휴가온 것 아닌가? 시차를 극복하는 지름길은 자꾸 움직이는 거라고 하면서 딸이 나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우리는 작년에 가보지 못했던 그리니치 왕립천문대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천문대라고 해봐야 지금은 박물관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지구의 경도와 시간의 기준점을 제공하는 곳이니 런던에 온 김에 한번쯤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카나리 워프에서 다소 멀기는 하지만 걸어갈 수도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걷기로 했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우산을 썼다 접었다를 반복하면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