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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이야기/탐욕에 대하여

라 보에티_인간의 본성과 자유



어느 의사가 불치의 병에 손을 써본들 아무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면, 그는 확실히 유능하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내면에 도사린 노예 근성 역시 치명적인 병과 다를 바 없다. 그렇지만, 이 사실을 인민에게 가르치고 충고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인민들은 이러한 불치병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놀랄만한 노예근성이 얼마나 깊이 뿌리박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이러한 자발적 복종의 상태는 너무나 심각하므로 모든 현상은 마치 인간의 본성에서 파생된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이다. 인간의 내면에는 자유에 대한 열망이 도사린 게 아니라, 노예화를 갈구하는 열망이 가득 차 있다고 말이다. ……

그렇지만 우리는 자연에서 어떤 분명하고도 확실한 무엇을 발견할 수 있다. 자연 속에는 어느 누구도 간과해서는 안 될 사항이 한 가지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평등이다. 신의 시녀이자 인간의 교사인 자연은 인간을 오로지 어떤 한 가지 형태로,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동일한 설계에 따라 창조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서로 동지로서 그리고 나아가 형제로서 인식하도록 조처했던 것이다. 어쩌면 자연은, 영혼의 영역이든 육체의 영역이든 간에, 어느 한 사람을 선호하여 그에게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재능을 부여했는지 모른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강한 자와 영리한 자가 마치 무장한 강도처럼 약한 자와 어리석은 자를 습격하거나 약탈하게 하지는 않았다. 자연은 이 세계에 마치 전쟁터와 같은 무엇을 설치해 주지는 않았다. 자연이 개개인들에게 제각기 다른 능력을 부여한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추측컨대 강한 자와 영리한 자로 하여금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들과 형제애를 나누게 하고, 힘없는 자들을 도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에티엔느 드 라 보에티, 박설호 옮김, 『자발적 복종』, 울력 2004, 33~35쪽, 밑줄 추가)

 

에티엔느 드 라 보에티(Etienne de La Boetie, 1530~1563) 1530년 프랑스 사를라에서 태어났지만 일찍 아버지를 여위고, 삼촌에 의해 양육되었습니다. 그는 일찍부터 고대 문학을 교육받았고, 16세에는 고전 작품들을 번역하고 라틴어와 그리스어로 시를 쓸 만큼 비범한 재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비평적 사조와 개혁적 분위기가 흘러 넘치던 오를레앙 대학에 입학해 법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불과 18세의 나이에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혁명적이었던 자발적 복종을 썼습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보르도 지방의회 의원에 발탁되었고, 거기서 몽테뉴와 우정을 맺습니다. 당시는 신구교 사이에 종교전쟁의 기운이 있던 터라, 그는 그런 분쟁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그 분쟁의 와중에 33세의 나이로 요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