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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이야기/탐욕에 대하여

월 스트리트와 미국인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30년간 투자전략가로 활동했던 바턴 빅스(Barton Biggs)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 트락시스 파트너스라는 자신의 헤지펀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의 책 『투자전쟁』[(Hedgehogging), Human & Books 2006]에서 신의 계시를 밝히는 수염 난 예언자 빈스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빈스는 바턴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미국인에게 악마처럼 사악한 시간입니다. 슬프게 울어야 할 시간, 무언가를 잃을 시간이 지금 다가오고 있습니다. 총체적인 부패와 월 스트리트와 미국 주식회사를 뒤덮은 탐욕이 자본주의의 황금 우물에 독을 풀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서 자본주의와 세계화 움직임은 부자를 더 부유하게 만들고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체계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들은 지난 20년 동안 CEO의 연봉이 무려 43배나 증가했으며, 이것을 일반 노동자의 평균과 비교하면 무려 531배나 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진짜인지 가짜인지 누가 압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

 

그리고 투자자들은 지금 회계는 부정으로 얼룩지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이것은 유명한 CEO들이 자신의 스톡옵션을 실현시키려는 욕심 때문에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하는 기업들의 회계 보고서까지 분식하는 행위가 판친다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최고의 투자은행들이 쓰레기 같은 유가증권을 사들이고 여기에 몸담고 있는 분석가들 가운데는 거짓말쟁이들이 수두룩합니다. …… 투자자들이 월 스트리트가 도박장이라는 사실을 진작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정직한 도박장인 줄 알았죠.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폰지게임을 연출하는 거대한 사기도박장이었습니다. 자기들이 봉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죠. 사람들은 이제 한 두 해 지나서는 잊지도 않을 것이고 용서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이 쓰여진 해가 2006년이었으니까 빈스의 예언이 실현되기까지 대략 2년이 걸렸습니다. 탐욕을 방조하는 정신적 사조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문제일 뿐입니다. 미국의 금융이 문제되는 것은 겉으로는 시스템이 붕괴한 것으로 보이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절대적 기준인 정신적 안전망(mental safety net)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당근을 놓고 서로 경쟁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그 정신적 토양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미국이 겪고 있는 심각한 사태를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 이상 미국적 탐욕을 쫓지 않는 정신적 토양으로 갈아엎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