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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이야기/마음 이야기

경영이란 무엇인가(6)_실재는 구성개념이다

마음은 실재(reality)를 만들어냅니다. “나의 실재는 너의 실재가 아니다라고 말했을 때, 실재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보통 실재(reality)를 실제로(actually) 존재하는 사물의 객관적 상태(objective state)로 이해합니다. 이 때 사물의 객관적 상태란 관찰가능하고 비교가능한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사물에 대한 관찰과 비교는 사람마다 매우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요즘처럼 가을이 되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거리에는 붉은 낙엽이 수북이 쌓입니다. 이런 현상을 보고 신실한 기독교인은 신의 섭리가 매우 놀랍고, 아름다운 우주를 운행하시는 주님의 은총을 찬양할 것입니다. 그러나, 엊그제 실연당한 사람은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더욱 우울해질 것입니다. 인생을 비관할지도 모릅니다. 반면에 사랑하는 연인들이 떨어지는 가로수의 낙엽 사이를 걷고 있다면, 그들의 마음은 애정으로 더욱 넘칠 것입니다. 물리학자의 눈에는 중력의 힘을 이용하여 낙엽이 떨어지는 속도와 방향을 계산하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무차별적으로 작용하는 중력의 힘을 잘 활용하면 영구운동기관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궁리할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마음은 사물에 대한 객관적 실재가 아니라 주관적 실재를 만들어 낼 뿐입니다. 인간은 실재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 우리가 인식하는 실재는 자신이 맞닥뜨리는 사물에 대한 이전의 기억과 연관시키고, 그것을 다시 미래로 투사하면서 나온 이미지입니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실재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장된 기억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실재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실재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특징을 가집니다.

 

첫째, 실재는 항상 시간(time)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연당한 사람처럼 과거에 일어난 구체적 상황을 연상하고, 물리학자처럼 미래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연결시킵니다. 현재의 사건이 과거와 미래에 그대로 투영됩니다.

 

둘째, 실재는 항상 공간(space)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인들은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영화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장면을 연상하고, 물리학자는 미래의 실험실을 만들어냅니다.

 

셋째, 실재는 항상 정보(information)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보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 줍니다. 떨어지는 낙엽이 우울하게 하기도 하고, 새로운 의욕을 불사르게 하기도 합니다.

 

넷째, 실재는 항상 에너지(energy)를 가지고 있습니다. 에너지는 뇌에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온 몸의 근육과 세포에 전달됩니다. 그래서 사물에 대한 반응으로 뇌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해냅니다. 이 화학물질에 의해 우울해지거나 의욕이 넘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실재는 위에서 말한 시간, 공간, 정보, 그리고 에너지라는 네 가지 요소의 구성개념(construct)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네 가지 요소 중에서 하나라도 제거되면 실재는 사라집니다. 그래서 우울한 환상에 젖은 사람에게 뇌세포의 연결망에서 시간이나 공간을 바꿔주면 우울한 증세가 없어집니다. 정신과적인 치료의 원리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네 가지 요소 중에서 가장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서 삭제하면 증세를 고칠 수 있게 됩니다. 객관적인 현실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지만, 현실을 바라보는 뇌세포의 연결망(neural wiring)을 바꿔주는 마음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잘 치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실재를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보겠습니다. 구성하는 방식을 그림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의 마음상태는 어떤 새로운 사물을 맞닥뜨리면 관찰을 시작합니다. 이때 관찰은 과거의 기억된 것에 연결하여,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판단합니다. 무엇인지를 판단할 때 그 사물이 나에게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합니다. 여기서 이해관계에 얽힙니다. 반드시 경제적인 것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정신적 경제적 육체적인 모든 것을 망라한 종합적 이해관계의 판단입니다.

 

어쨌든 이해관계에 걸려들면, 그 사물을 측정합니다. 여기서 측정은 잰다(measure)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엄밀한 숫자상의 계량화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계산을 한다는 뜻입니다. 측정할 때는 반드시 척도가 필요합니다. 그 척도의 선택은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나온 마음의 상태에서 이루어집니다. 낙엽에 대한 척도는 실연당한 사람에게는 만물의 시들어감, 연인들 사이에서는 자연의 아름다움, 기독교인은 창조주의 전능하심, 물리학자에게는 중력이라는 신비한 힘의 정체가 척도로 활용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척도의 선택입니다. “떨어지는 낙엽을 이해하는 방식에는 무수히 많은 척도가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일단 척도를 선택하고 나면, 다른 척도가 배제됨으로써 다른 가치와 의미는 삭제됩니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판단하여 측정까지 한 결과들을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 뇌에 저장합니다. 뇌는 그것을 받아들여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함으로써 새로운 마음의 상태, 즉 생리적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만들어낸 실재(reality)는 흔히 말하는 진실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뇌에 언어의 형태로 저장된 실재라는 것은 자신이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환상(illusion)에 불과합니다. 내가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각자가 만들어내고 있는 이러한 허상이 좋고 나쁨 또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 선택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다만, 기쁨과 행복을 선사하는 선택이 있고, 슬픔과 불행을 초래하는 선택이 있을 뿐입니다. 또한 지금 당장에는 실패하는 것 같으나 결국은 성공으로 나가는 선택이 있고, 지금 당장에는 성공한 것 같으나 나중에는 실패를 초래하는 선택이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