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천리포수목원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썼습니다. 그 때 그곳에 함께 했던 일행 중에 고등학교 현직 영어교사인 오문수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오랫동안 나를 만나고 싶어했답니다. 왜냐하면, 내가 오래 전에 쓴 책 <똑똑한 자들의 멍청한 짓>을 읽고 저자를 만나서 여러 가지를 묻고 싶었기 때문이었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희망제작소에서 마련한 1박2일 천리포수목원 행사에서 만난 것입니다.
주최측의 요구로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를 발표했습니다. 그 발표를 들으면서 오문수 선생님은, 내가 바로 그 책을 쓴 저자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같은 방에서 오랫동안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말하자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나를 취재한 것입니다. 내 책을 글쎄, 세 번이나 읽고, 밑줄 긋고, 메모하고, 그랬다는군요. 그러면서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 한국은행은 어떻게 들어가게 됐느냐, 어떻게 독일유학을 하게 되었느냐, 독일에서 뭘 배웠느냐, 책을 쓴 동기는 무엇이냐, 그 책에서 관료조직의 병폐에 대해 무척 깠는데, 괜찮았느냐? 외압은 받지 않았느냐? 등등…
그 내용을 시민기자로서 오마이뉴스에 올렸습니다. 자신의 블로그를 겸한 사이트입니다.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좋게 기사를 작성했더군요.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에 링크를 걸었으니 읽어보기 바랍니다.
나는 어떤 사람을 취재해 본 적이 없어서 오 선생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만나는데 내가 쓴 책을 읽고 나를 좋아하게 된 사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기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겁납니다. 왜냐하면, 책에 쓴 대로 행동하지 못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관료조직의 병폐를 까면서 해법을 제시했지만, 나 역시 관료화된 조직의 일원으로서 그 벽을 넘지 못했으니까요. 책에다 주장은 멋들어지게 해놓고 행동이 따라주지 못하는 때가 있었기 때문에 그게 두려운 것 같습니다. 나의 30년 직장생활은 그런 갈등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서 내 책이나 글을 읽는 사람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쑥스러운 마음이 드는가 봅니다.
오문수 선생님은 나의 이런 마음을 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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