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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록

천리포에서 만난 영어 선생님

지난 번에 천리포수목원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썼습니다. 그 때 그곳에 함께 했던 일행 중에 고등학교 현직 영어교사인 오문수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오랫동안 나를 만나고 싶어했답니다. 왜냐하면, 내가 오래 전에 쓴 책 <똑똑한 자들의 멍청한 짓>을 읽고 저자를 만나서 여러 가지를 묻고 싶었기 때문이었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희망제작소에서 마련한 12일 천리포수목원 행사에서 만난 것입니다.

 

주최측의 요구로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를 발표했습니다. 그 발표를 들으면서 오문수 선생님은, 내가 바로 그 책을 쓴 저자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같은 방에서 오랫동안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말하자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나를 취재한 것입니다. 내 책을 글쎄, 세 번이나 읽고, 밑줄 긋고, 메모하고, 그랬다는군요. 그러면서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 한국은행은 어떻게 들어가게 됐느냐, 어떻게 독일유학을 하게 되었느냐, 독일에서 뭘 배웠느냐, 책을 쓴 동기는 무엇이냐, 그 책에서 관료조직의 병폐에 대해 무척 깠는데, 괜찮았느냐? 외압은 받지 않았느냐? 등등

 

그 내용을 시민기자로서 오마이뉴스에 올렸습니다. 자신의 블로그를 겸한 사이트입니다.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좋게 기사를 작성했더군요.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에 링크를 걸었으니 읽어보기 바랍니다.

 

오문수, 길에서 사람을 만나다

 

나는 어떤 사람을 취재해 본 적이 없어서 오 선생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만나는데 내가 쓴 책을 읽고 나를 좋아하게 된 사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기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겁납니다. 왜냐하면, 책에 쓴 대로 행동하지 못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관료조직의 병폐를 까면서 해법을 제시했지만, 나 역시 관료화된 조직의 일원으로서 그 벽을 넘지 못했으니까요. 책에다 주장은 멋들어지게 해놓고 행동이 따라주지 못하는 때가 있었기 때문에 그게 두려운 것 같습니다. 나의 30년 직장생활은 그런 갈등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서 내 책이나 글을 읽는 사람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쑥스러운 마음이 드는가 봅니다.

 

오문수 선생님은 나의 이런 마음을 알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