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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록/에세이

금년이 을미(乙未)년 양띠의 해라고?

2015-01-01

 

을미(乙未)년이라고? 모르고 있었네... 내가 1955년 을미년에 태어났으니까, 벌써 환갑(還甲)이 되었구나. 아니, 벌써? 별로 한 일도 없고, 그저 지난 세월을 걱정만 하면서 보낸 것 같다.

 

이십대에는 지독한 가난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걱정하면서

삽십대가 되어서는 처자식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하는지 걱정하면서

사십대에는 조직의 불합리와 부조리에 대해 걱정하면서,

오십대에는 우리 사회의 학습된 무능력(learned helplessness)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을 걱정하면서

 

지금까지 행복하려고 하기보다는 그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걱정하면서 살았다. 때로는 치열하게 배우면서, 때로는 게으름에 좌절하면서, 때로는 분노하고 싸우면서, 때로는 쓸데없는 말과 어리석은 행동을 후회하면서, 때로는 양보하고 물러서면서 살았다. 나는 이렇게 살겠다고 계획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살아온 것도 운명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러다보니, 우연히, 아주 우연히 여기까지 살아왔구나, 싶다. 그리고 또 계속 살아가야 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끽해야 10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책을 열권쯤 쓰고 나면 기력이 쇠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블로그 독자 여러분, 그리고 페친 여러분, 

을미년 새해에 복 많이 만드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