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욕망

우리가 앓고 있는 질병 “오늘날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질병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육체적 질병이 아니라 정신적 질환입니다. 하나는 자본주의적 질병이고, 다른 하나는 권위주의적 질병입니다. 이 두 가지 질병이 합병증을 일으키고 있어서 뭐가 뭔지 진맥하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 자본주의적 질병의 원인은 우리가 정치적 경제적 질곡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서구 사람들이 누리는 자유를 우리도 향유할 수 있으리라는 착각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야당에 투표하면 잡혀가는 줄 알던 시대에서 벗어나 우리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투표할 자유를 확보했고, 대다수 국민이 절대 빈곤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우리가 해방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외적 조건으로부터의 해방, 즉 정치적 해방 또는 경제적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유를 느껴보기도 .. 더보기
코람데오 정신(coram deo spirit) 기독교 사상이 오늘날과 같은 탐욕적인 자본주의 문명을 이룩하게 했느냐에 대한 논쟁은 많았습니다. 나는 기독교 사상이 자본주의 발흥에 기여했다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대체적인 중론은 ‘그렇다’에 쏠려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기독교는 탐욕에 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종교입니다. 이것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확합니다. 시대가 흐르면서 이 명확한 기준이 점차 희미해졌습니다. 특히 종교개혁이 일어나면서부터 인류의 정신적 안전망(mental safety net)이 급격히 약해졌습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니(Richard Henry Tawney, 1880~1962)는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양심과 상업이 분리되었다는 점과 기독교의 가르침이 물질적 부의 추구에 복종하는.. 더보기
어째서 탐욕(greed)이 문제란 말인가 내가 인사실무를 하면서 배운 가장 소중한 교훈은, 인간의 마음은 결코 안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마음은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합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조직구성원들을 숭고한 목적으로 향하여 이끌고 간다는 것은 경영자로서 보람이기도 하지만, 고난의 길이기도 합니다. 물론 잘 하면 보람이지만, 잘못하면 고난이죠. 나는 언제부턴가 경영자가 잘 한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인간과 조직의 문제를 평생의 화두로 삼게 되었습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이 없이는 제대로 경영하기 어려울 것이고, 인간들이 모인 조직의 특성과 역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욕구(needs)를 가지고 있습니다. 욕구를 분류하는 방식은 학자마다 다르지만, 가장 .. 더보기
왜 서양식 경영이 아니라 미국식 경영이 문제인가? 우선 서양이라는 개념이 매우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서양이 공간적으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시간적으로 특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인에게는 돈이 모든 것의 중심이자 궁극적 목적으로 생각하는 정신세계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미국인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미국인들이 그 어떤 나라도 따라 할 수 없는 소비주의(consumerism)에 몰입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청교도적 검약은 허울뿐입니다. 미국인들은 절약을 모릅니다. 독일 유학 중에 알게 된 몇몇 미국인 가정에 초대받아 가서 보면, 추운 겨울에도 난방을 세게 해놓고는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지냅니다. 독일인들이 보았을 때는 기겁을 할 일입니다. 유럽사람들은 대개 겨울에도 난방을 최소한으로 사용.. 더보기
소비하라! 돈이 인간을 구원한다 나는 호롱불로 어둠을 밝히던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어려서는 검은 고무신을 신고 학교를 다녔습니다. 고무신은 쉬 떨어질 뿐 아니라 발이 시커멓게 되는 게 흠이었습니다. 몇 달이 지나면 밑창에 구멍이 나서 비 오는 날에는 신을 벗고 다니는 게 더 나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외할머니가 읍내에서 흰 고무신을 사 오셨는데, 나는 그 신을 신고 다닌 게 아니라 아끼느라 들고 다녔습니다. 지금 내 신발은 신발장에 차고 넘칩니다. 여러 켤레의 구두는 물론, 조깅화, 등산화까지 기능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현대인은 생활필수품도 고장이 나거나 못쓰게 돼서 바꾸지 않습니다. 유행이 지나면 바꿉니다. 내가 쓰는 휴대폰이 6년 된 것을 알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공산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바꾸는 주기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