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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이야기

조직이란 무엇인가(8)_마음, 조직설계의 전제

지난 이야기

             조직이란 무엇인가(1)_조직의 일반적 정의
             조직이란 무엇인가(2)_제1세대 경영학
             조직이란 무엇인가(3)_제2세대 경영학
             조직이란 무엇인가(4)_조직의 목적은 고객창조인가
             조직이란 무엇인가(5)_제3세대 경영학(Wholism)
             조직이란 무엇인가(6)_연결되어 있음(connectedness)
             조직이란 무엇인가(7)_제3세대 조직설계와 마음


3세대 경영학에서는 조직을 인간의 마음에 기초하여 설계해야 합니다


인간의 마음에서 모든 것이 창조되기 때문입니다


1,2세대 경영학은 이윤최대화를 위한 당근과 채찍의 원리로 조직을 설계해 왔습니다


이런 방식은 조직구성원의 잠재력을 고갈시킬 뿐입니다.

 

『맹자』 공손추(公孫丑) ()편에 다음과 같은 예화가 나옵니다.

 

송나라 사람 중에 벼 싹이 자라지 못함을 안타깝게 여겨 뽑아놓은 자가 있었다. 그는 아무 것도 모르고 돌아와서 집안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오늘 나는 매우 피곤하다. 내가 벼 싹이 자라도록 도왔다고 하자, 그 아들이 달려가서 보았더니 벼 싹은 말라 있었다. 천하에 벼 싹이 자라도록 억지로 조장하지 않는 자가 적으니…”

 

이 예화가 무슨 얘기냐 하면, 어리석은 농부가 보기에는 벼가 더디 자라니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 싹을 조금씩 뽑아 놓은 것이지요


빨리 자라도록 조장(助長)한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벼는 빨리 죽지요


조장(助長)은 한자의 뜻으로만 보면 도와서 자라게 한다는 의미니까 좋은 말이지요


하지만 대상의 잠재력과 역량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조장하는 것은 


오히려 죽이는 일입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조장한다는 말은 부정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오늘날 경영에서 당근과 채찍으로 성과를 내도록 몰아붙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잘 알아야 합니다.

 

1,2세대 경영학은 사실 이런 조장(助長)의 기술을 가지고 경영하도록 


경영자들을 조장해 왔습니다


나는 경영학이 이런 조장의 기술을 포기하고 영혼의 능력을 보살피는


보다 차원 높은 방식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조직설계의 기본전제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인간은 성장하고 발전하기를 원한다.

  인간은 영혼의 능력을 일깨우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인간의 잠재력은 서로 다르다.

④  인간의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를 원한다.   


 

마음, 오감 그리고 실재

 

조직설계는 한마디로 구성원의 마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마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그런데 마음이란 무엇인가로 질문해 들어가면 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신라시대의 원효대사에 의해 주창된 사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일체의 것은 오로지 마음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가장 단순하게 생각해서 이 세상만사가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이 우주 만물을 가능케 하는 배후에는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는 존재론의 입장으로 볼 수도 있고


사물이나 현상은 관찰하는 사람의 마음에 의해 결정된다는 인식론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불교적 입장이 어떻든, 그리고 우리가 일체유심조를 어떻게 받아들이든 간에


일체유심조는 우리의 일상적 경험과도 일치합니다


내가 어렸을 때, 시골에서 땅거미가 어스름한 저녁 녘에 집으로 돌아가다가 


뭔가 물컹한 것을 밟았어요


순간 뱀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며칠 전에는 이웃 마을에서 어떤 청년이 밤길에 뱀에 물려 다리가 퉁퉁 붓고 


고통스러워서 병원에까지 실려갔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내 심장은 탱크엔진처럼 크게 요동쳤고 온 몸이 순식간에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근육은 놀라 도망쳐야 했습니다. 집에 다 와서까지도 두려움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호흡은 여전히 헉헉거렸고 심장은 벌렁거렸습니다


그날 밤 뱀에 관한 꿈을 꾸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러나 다음날 아침에 밝은 눈으로 현장을 가보니


뱀이 아니라 썩은 새끼줄을 밟았던 겁니다


마음이 실재(reality)를 만들어 낸 것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실재는 마음 속에 그려진 허상입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은 불안과 초조 속에서 공부를 합니다


시험이 불안하게 한 것이 아니라 


시험을 대하는 마음이 불안과 초조를 만들어 냅니다


말하자면, 실재(reality)를 스스로 창조해내서 불안하고 초조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폴란드계 미국 수학자였던 알프레드 코르집스키(Alfred Korzybski, 1879~1950)


 『Science and Sanity』에서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같습니다


인간의 마음 속에 그린 심상(心象)은 실제의 영토가 아니라


자신이 실재(實在, reality)라고 만들어낸 지도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상은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첫 문장을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라고 쓴 것과 같습니다


서양사람들의 이런 생각은 신라시대의 일체유심조 사상과 관련이 깊습니다.

 


마음의 프로그램

 

우리는 세계의 외부현상을 감각을 통해 받아들여서 뇌 안에 홀로그램(hologram)과 


같은 지도를 만들어 냅니다


, 뇌에 내적 표상(internal representation)를 만들어 낸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표상(表象)이라는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과거의 경험을 뇌에 축적할 때


그 상황에 부합하는 오감(五感 :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의 정보와 에너지를 


하나의 표상(表象)으로 뇌세포에 저장해 두었다가 기억해 낼 때 


저장했던 반대방향으로 끄집어냅니다. 그래서 오감이 중요합니다


나는 이것을 V.A.K.O.G.라고 표시하기도 하는데


Visual, Auditory, Kinesthetic, Olfactory, Gustatory의 첫 글자를 조합한 것입니다


경험을 기억으로 저장할 때


뇌세포의 전기적 화학적 작용은 오감(V.A.K.O.G.)이 받아들인 정보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썩은 새끼줄을 뱀으로 저장할 때


뱀의 팔뚝만한 몸집에다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모습(시각), 


쉬익~하고 지나가는 소리(청각), 밟았을 때 물컹~하는 느낌(촉각), 


이웃 마을 청년이 뱀에 물려 고통 받는 모습(시각) 등이 뇌에 강렬하게 기억됩니다


나는 이러한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와 에너지를 저장해 두었다가 


밤에 꿈을 꿀 정도로 벌벌 떨었었죠


그런 정보는 철저하게 나 스스로 만들어낸 실재(reality)였습니다


확고부동한 실재였습니다


이튿날 그것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혼자서 전혀 엉뚱한 지도(map)를 그려내고


그 지도에 의해 두려워했던 겁니다. 어렸을 때의 이 경험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처럼 기억해낼 때는 오감으로 뇌세포들이 그 상황을 재현(represent)해 냅니다.

 


두뇌에 새겨진 이 지도는 마치 프로그램과 같습니다


마음의 프로그램(mind program)이지요


컴퓨터에서 프로그램이란 명령어들의 조합(set of instructions)을 말합니다


명령어 체계가 바뀌면 프로그램이 바뀌기 때문에 전혀 다른 지도를 그릴 수도 있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세상을 보는 프레임(frame)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지금 어떤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지


즉 어떤 지도를 가지고 현실을 파악하고 있는지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마음의 어떤 명령어들이, 그리고 어떤 지도가 나를 괴롭히고 있는지를 잘 알 수만 있다면


우리는 현실에서 그렇게 고통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 경험에 의하면, 수많은 학생과 직장인들이 불안과 초조


건강을 해칠 정도의 심리적 긴장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요


자신도 잘 모르는 무의식적인 마음(unconscious mind)의 작용에 의해 행동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 것은 우리의 뇌에 그런 프로그램이 굳어져서(hardwired) 


그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세상살이가 


다 그런 것이라고 무시하고 지냅니다


그러다가 병적 증세가 깊어지면, 약물과 수술치료에 의지합니다


원인은 전혀 다른 데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따라서 조직을 설계할 때는 인간의 마음, 특히 인간의 무의식적인 마음을 반영해야 합니다


무의식적인 마음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