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기록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1)

쉐아르님이 저에게 강한 도전을 주셨습니다.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를 적으라는 것입니다. 우리 나이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부모 자식 간에도 항상 서먹한 관계였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보다 외향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좋아합니다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블로그스피어의 엄청난 힘을 느끼고 있습니다. 덕분에 상당히 젊어진 것 같습니다.

 

당연히 나도 시도해봤습니다.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걸 몰라서 물어?


하지만, 아내는 모른다는군요.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붙여 보았지만,

늘 그렇듯이, 언어는 내 생각의 일부만 표현할 뿐입니다.

 

첫째, 아내의 얼굴에는 나의 영혼이 깃들어 있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둘째, 매일 십구공탄을 갈아야 하는 문간방 살이에서도 늘 행복해 했던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셋째, 라면을 먹을 때나 프랑스 레스토랑에 초대받았을 때나 어느 장소에서도 잘 어울렸던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9년 5월 경상북도 영주에 있는 소수서원(紹修書院)에서


"얼굴은 존재의 계시"라는 엠마누엘 레비나스의 말이 생각납니다

<엠마누엘 레비나스>에 대한 글을 참조하세요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나서 느끼는 것은 아내의 얼굴에는 남편의 영혼이 깃든다는 것입니다.


 

p.s. 사실 지난번에도 한번 올리려다 아내의 반대로 무산됐었는데, 이번에도 몰래 올린 겁니다. 곧 들키겠죠. 이번에는 뭐라고 둘러대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