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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이야기/마음 이야기

경영이란 무엇인가(11)_전략(strategy)

전략은 수단입니다. 그래서 전략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지는 않습니다. 비전/목적/방향에 의해 자연스럽게 도출될 뿐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영자들은 전략수립과 실행이 성공과 실패의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략수립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수립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입니다.

 

전략에 너무 신경쓰지 말라

경영자들의 그런 심리상태를 잘 파악하여 판매하고 있는 도구들이 그 동안 많이 나왔었습니다.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팔리다가 사라지곤 했습니다. 일종의 유행병처럼 기업계에 퍼지곤 했습니다. 예를 들면, 1990년대에는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이 그랬습니다. 그 후에는 균형잡힌 성과지표체계(Balanced Scorecard)와 식스시그마가 그랬습니다. 지금도 조금은 팔리고 있는 듯 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업의 전략수립과 실행을 돕는 최상의 도구라고 선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 기업의 성공사례를 보여주곤 합니다. 그래서 경영자들이 너도나도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늘 그랬던 것처럼 명예의 전당에까지 오른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나아졌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내가 여기서 자세히 예를 들진 않겠지만, 오히려 나빠진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경영자들이 전략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전략은 비전/목적/방향을 달성하도록 하는 도구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도구도 적합하고 좋아야겠지요. 날 빠진 대패를 망치로 대신할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전략이란 무엇인가

전략은 중장기 계획으로서 로드맵(roadmap)의 형태로 표현됩니다. 중장기적 이정표(milestone)인 로드맵은 다시 매년 연간사업계획으로 세분화 됩니다. 전략은 조직의 형태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사업부문의 지리적 기술적 통합전략과 분산전략에 따라 조직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전략만능주의입니다. 전략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략은 항상 협의로 생각해야 합니다. 나는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전략이란 비전/목적/방향으로 나가게 하는 이니셔티브들의 조합(set of initiatives)이다.”

 

여기서 이니셔티브(initiative)란 일상적인 과업을 말하는 게 아니라, 비전/목적/방향을 향하여 과거와는 다른 뭔가의 특별한 과제 또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니셔티브에는 쉽고 익숙한 것들에서 어렵고도 장기적인 것들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니셔티브들의 조합을 나는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늘 강조하지만, 전략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1947~) 교수가 만든 전략의 개념을 보면, 이 세상이 모두 전략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처럼 과대포장 되어 있습니다. 특히 전략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나 컨설턴트들은 전략을 잘 세워서 경영을 하면, 성공할 것처럼 경영자들을 현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의 개인적 경험이나 객관적인 통계를 보더라도 전략은 지극히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스위스에어의 사례

전략을 중시하여 멋있는 전략으로 조직을 성장시켜보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는 우리나라 많은 사례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크게 실패했기 때문에 여기서 언급하면 관련된 분들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어서, 외국사례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2002년 부도를 낸 스위스에어(Swissair)의 사례를 보면 극명합니다. 스위스에어는 70여 년간 영업이나 재무구조상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라는 브랜드이미지로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지켜왔습니다. 그러던 스위스에어가 90년대부터 전략컨설팅회사인 맥킨지(McKinsey & Company)의 자문에 따라 인수합병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중소항공사를 대거 사들였고,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결국 파산의 종말을 맞았습니다.

 

겉보기에는 전략을 잘못 세우고 실행하는 바람에 스위스에어가 망한 것이므로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역시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 보면, 공유된 확고한 비전/목적/방향이 조직성쇠의 독립변수이며, 전략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종속변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스위스에어의 부도는 전략부재가 원인이 아니었습니다. 경영진의 조직과 구성원, 고객과 시장에 대한 경영이론과 철학의 부재를 전략으로 메워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경영진의 비전/목적/방향의 결여에 그 원인이 있었는데도 그것을 사냥꾼 전략(hunter strategy)으로 해결하려 한 멍청한 해결책 때문에 그 동안 쌓아왔던 스위스에어의 명성과 브랜드는 하루 아침에 무너졌습니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전략수립과 실행이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전략수립과 실행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전략컨설팅을 받은 조직들이 형편없는 성과를 내거나 아니면 도산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은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그렇다고 내가 전략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략은 필요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거나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경영자들이 전략에 몰두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오히려 경영자들의 흐리멍텅한 마음의 상태를 깨어있도록 만드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강조하겠지만, 경영자와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프로그램을 혁신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그것이 모든 것의 기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