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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록/에세이

나경원 의원의 화보사진 촬영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한나라당 소속 나경원 의원이 엘르라는 잡지의 모델이 되어 화보를 찍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모델료는 자선단체에 기부했다고 합니다. 나는 이 사건에 대해 국회의원이 잡지모델이 되어 화보사진을 찍을 수 있다 없다를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업적이지 않은 공익잡지에는 얼마든지 모델이 될 수도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습니다. 홍보대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 하더라도 상업화될 수 있는 영역과 상업화되어서는 안 되는 영역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 경계가 모호하지 않습니다. 공적 영역은 어떤 경우에도 상업화되어서는 안 되는 영역입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의 상업화 현상은 항상 인간의 정신을 왜곡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나경원 의원은 자본주의적 이념이 갖고 있는 무차별적 상업화의 위험성을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공적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상업화 논리로부터 완벽하게 떨어져 나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를 객관적 시각에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공적 업무를 수행해야 할 국회의원이 상업적인 일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는 것은 이미 그 정신이 상업화에 의해 상당히 왜곡되어 있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해명하는 과정 역시 아리송합니다. 모델료는 기부했다 어쨌다, 요즘 찍은 게 아니고 4월에 찍었다, 등등모델료와 촬영시기는 사태의 본질이 아닙니다. 상업적인 잡지에 몸을 맡긴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나경원 의원은 자신의 직무가 어떤 것인지를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잘못됐다는 얘긴지 아직 잘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자신은 억울하다는 것이죠.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가 인간의 정신에 파고드는 집요한 상업화 또는 자본화 현상은 이렇게 무섭습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