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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이야기

리더십 교육_서울대병원과 서울대 의대 중진교수

지난주 금요일(11월 28일) 서울대병원과 서울대 의대 중진교수 리더십 교육을 위해 리더십과 성과책임이라는 주제의 강의겸 워크샵을 진행했습니다.
조교수 5년 이상 ~ 부교수 3년 이하의 중진교수 26명이 참석했습니다.
의료시장의 개방에 대비하여 우리나라 의료업계가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교육훈련프로그램이었습니다.

 

참석한 교수들 대부분 진지한 모습이었습니다.
의대 교수들은 삼중고에 시달리기 때문인가 봅니다. 학생들 잘 가르쳐야지, 연구성과 잘 내야지, 환자진료 잘 해서 만족도 높여야지... 분초를 아껴서 교육, 연구, 진료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합니다
일반 학과와는 다른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23일이라는 긴 시간을 내서 리더십 훈련을 받아야 할 만큼 의료시장 상황은 녹녹하지 않다고 합니다.
나는 이런 걱정을 하는 의대 교수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법률시장의 개방을 앞에 놓고 폭풍전야와 같은 위기의식 속에 있던 법학과 교수들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나라 전체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글로벌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절제절명의 시대를 맞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인이자 엘리트들의 집단답게, 강의 중에도 내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여러 가지 좋은, 때로는 창의적인 질문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철학적 이슈에서 과학적 질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습니다. 일일이 답변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하여 약간 아쉬웠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내가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질문에 관한 것입니다.

 

“질문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항상 질문하라.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이 말을 학생들에게도 강조하는 이유는 나의 경험 때문입니다.
독일유학시절 초기 어리버리할 때 질문할 용기가 없어서 강의시간이나 세미나에서 그냥 듣고만 있었습니다
.
독일어가 짧은데다가 숫기도 없기 때문에 그냥 듣고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도교수가 나를 따로 불러서 “질문해라
. 질문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고 하면서 질문하기를 독려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게 되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렸습니다
.
내가 서서히 질문하게 되자 학위공부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
20
년이 지난 지금 나는 학생들에게 다시 질문에 관한 진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실 강의 중에 질문을 한다는 것은 많은 요소들이 상호작용하여 마음에서 응고된 결정체가 밖으로 드러나는 행위입니다.
강사가 자신의 질문을 이해하고 제대로 답변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서부터 혹시 쪽 팔리는 질문이라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구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각들이 스치기 때문에
, 속으로 생각하는 의문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질문의 형식으로 표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질문에는 무수히 많은 의미와 가치와 사상이 담겨 있습니다.
질문을 보면 그 사람의 사유세계의 깊이와 폭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질문을 잘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나는 대개의 경우 강의 첫 시간을 “인간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 경영학의 여러 이슈와 경영실무의 대부분은 인간에 대한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인간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립니다.

 

“인간이란 영혼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실존적 존재다.

 

 

이 정의(定義)는 그 동안의 배움과 실무경험을 통해 농축된 것이고, 이 언명(言明)은 나의 경영학적 사유의 초석입니다.
이 전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다음의 것들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는 항상 인간에 대한 정의를 최우선으로 가르칩니다.

 

모든 학문과 실무관행은 어떤 전제 위에 세워진 건축물과 같습니다.
반석 위에 세우면 비바람이 아무리 쳐도 흔들림이 없지만
, 모래 위에 지으면 폭풍우에 무너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제가 중요합니다.

 

월 스트리트는 인간에 대한 잘못된 전제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그 붕괴는 필연적 결과입니다.
인간을 재무제표의 당기순이익을 위한 자원(resource)으로 보고 그 위에 모든 경영개념들을 짜맞추었습니다.
인간은 배터리에 불과합니다
. 충전된 것을 사다 쥐어짜서 끝까지 써먹고 힘이 떨어지면 새것으로 갈이 끼우는 방식으로 경영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서로서로 경쟁하면서 불신합니다
. 권모술수가 난무합니다.
약육강식의 토너먼트 시합과 같이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런식으로
그냥 놔두면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은 결국 월 스트리트를 초토화시켰습니다.
역설적으로 그 믿음은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 대부분을  국유화 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꼬일 대로 꼬인 상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식은 무엇일까?
이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간단합니다. 계산기에서 숫자판을 잘못 눌러 숫자가 뒤틀리거나 컴퓨터 프로그램이 뒤엉켜서 다운되면 AC버튼이나 Reset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그러면 모든 것이 처음 출발점으로 되돌아 갑니다. Back to the basic!

 

첫째 시간 끄트머리의 Q&A

 

인간의 본래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인간관에 대한 대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번 서울대병원과 서울대 의대 중진교수 리더십 워크샵에서도 언제나처럼 “인간이란 무엇인가”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강의를 듣고 난 후, 참석교수들은 다음과 같은 참으로 소중한 질문을 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이 질문에 대해 잘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 내용을 여기에 정리했습니다.

 

     다른 사물과는 달리 인간이 영혼을 가지고 있은 실존적 존재라고 정의한 것까지는 이해했는데, 그렇다면 개와 돼지 같은 여타 동물들과는 어떻게 차별화 될 수 있는가? 인간에게만 영혼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는 말은 이해했는데, 영혼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인간이 실존한다는 측면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같은 권리와 의무를 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조직의 현실에서 악한 인물도 있고, 정치적인 이유로 권력투쟁도 있을 수 있다. 부자와 가난한 자,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 악한 사람과 선한 사람이 뒤섞여 있는 현실의 불공평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모든 인간이 실존적으로 평등하게 태어났다 하더라도 현실에서 경험하는 기능적 불평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인간의 실존을 자원적 성격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직의 더 많은 성과를 위해서는 조직구성원의 잠재력이 자원(resource)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러한 질문에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떻게 답변하겠습니까?
이것은 인간에 대한 그릇된 전제에서 올바른 전제로 나가려는 도전에 직면한 의대 교수들이 제기한 질문입니다.
말하자면, 장차 우리나라 의료계를 책임질 지성들이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질문들이라는 말입니다.

 

나는 이런 수준의 질문이 나오면 정말 신바람 납니다.
논의 구조와 틀이 확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일상적 사고의 수준을 넘어 철학적 사유의 근원으로 들어가 인간에 대한 뿌리를 논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질문의 심연에는 “인간을 과연 무엇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을 과연 무엇으로 볼 것인가?
이 중차대한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지 않은 채 적당히 얼버무려서 무조건 성과를 많이 내면 된다는 실용적 사고야말로 위험 천만한 것이라는 것을 월 스트리트의 붕괴를 통해서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면
, 과연 그들에게 희망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