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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이야기

상을 받고 보니...

상을 받는 것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은 없습니다. 그 동안 2006년 봄학기부터 지금까지 꼬박 3년간을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과정 학생들에게 인사조직, 리더십, 마음과 경영, 최근 주제연구 등을 가르쳤습니다. 가르친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나는 실무를 해왔기 때문에, 현장에는 어떤 이슈가 있는지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워낙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고, 나와는 전혀 다른 생활습속을 가지고 살아가는 학생들 때문에 나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들이 가려운 곳이 어딘지도 잘 알게 됩니다.

나는 경영학적 사유의 근본은 철학적 사유에 닿아있다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서양학문인 경영학이 어떤 인간관과 세계관에 근거하여 발전해 왔는지를 이해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다른 전공 교수님들은 아마도 이런 분야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있을 겁니다.

 

내가 실무를 하면서 가장 절실히 느꼈던 점은 바로 경영철학의 빈곤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정교한 이론과 기법이라 해도 정신적인 뿌리가 없으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한때 유행으로 끝나고 맙니다. 그래서 나는 인간과 조직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과 사유방식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에서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힘든 일이지요. MBA과정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이론과 기법을 배우려고 기대했던 사람들은 정말 힘들 것입니다. 힘들거나 말거나 나는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신념으로 밀고 나갔습니다.

 

그 결과 개강파티를 겸한 시상식에서 강의를 잘 했다고 임채운 경영전문대학원장님으로부터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남기찬 부원장님은 나에게 개강파티 건배사를 제의하셨습니다. 나는 서강대학교는 작지만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부패한 세상에 대하여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순수함의 이미지를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대학에서 경영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영광스런 일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앞으로도 그 순수함이 지속되기를 희망하면서...(이 상패는 꼭 책상에 놓아두어야겠습니다.)


수업에서도 늘 말하지만, 도덕적 우위가 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내 강의가 
의외로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이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매몰찬 이윤추구식 경영에서 따뜻한 경영철학적 성찰의 맛을 본 학생들은 그 동안 내면에서 목말라했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서강대학교 포털(SAINT)에 들어가서 내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결과를 보았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강의 평가를 이렇게 했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강의였음”.

정말 수업료가 아깝지 않은 강의였음

인생을 되돌아 보고 새롭게 설계하는 기회가 되었음


나는 이런 찬사를 들을 만큼 철저하게 강의준비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실무를 할 때 느꼈던 수많은 고민들을 이론적으로 어떻게 풀어내야 할 것인가를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는 것밖에는 없었습니다.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들은 사실 우리보다 앞서 간 선배들이 다 했던 고민들입니다. 정직한 자세로 그들의 고민과 해결노력을 자세히 연구하면, 그 속에 길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해 아래 새것이 없다고 말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새롭게 창조하는 것은 없습니다. 이미 있는 것을 이리저리 우리의 형편에 맞도록 바꾸는 정도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공부해야 합니다. 선현들이 남긴 무수한 텍스트를 읽고 고민해야 합니다. 나는 이번 학기 첫 시간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상을 받고 보니 더 열심히 그리고 더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강의준비를 열심히 하면 할수록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수업시간 중에 학생들로부터 더 많은 통찰력을 얻습니다. 이것이 그 동안의 경험입니다. 아마도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