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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영국여행 이야기

영국여행 이야기(6)_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

이번 여름휴가에서 백미는 영국 컴브리아(Cumbria) 지방의 국립공원인 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에서 영국의 자연을 감상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고속도로 M6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갔습니다. 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영국에서 차를 모는 것은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어서 헷갈리기 쉽습니다.

운전경력이 짧은 딸이 그래도 고속도로와 좁은 길을 두루 잘 운전했습니다.


런던을 떠나 약 450Km를 달려 저녁 어스름할 때 국립공원의 관문도시인 윈더미어(Windermere)에 도착했습니다. 옆에 있는 호수로 나가 장시간 운전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처음에는 웨일즈 지방에 가서 자그마한 고성들을 둘러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딸 아이가 사무실 동료에게 추천을 받은 곳이라서 컴브리아 지방으로 바꿨습니다. 크고 작은 호수들이 즐비한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높지 않은 야산들 중간 중간에 여러 호수가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자연보호단체들이 오래 전부터 활동하던 곳이라 자연보호가 잘 된 곳이라고 합니다.

 


B & B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 1866~1943)가 살았던 니어써리(Near Sawrey)의 힐탑(Hill Top)으로 향했습니다. 힐탑으로 가기 위해서는 길쭉한 윈더미어 호수를 아래로 삥 돌거나 아니면 페리로 건너야 합니다. 우리는 삥 돌기로 했습니다. 국립공원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강원도 설악산 국립공원과 같은 곳입니다.



호수를 끼고 차를 몰아 힐탑으로 가는 도중에 잠시 쉬었습니다. 쉬면서 딸이 나처럼 해봐요 요렇게!” 하길래, 나는 열심히 따라 했는데 아내는 싫다는군요.

스위스에 가면 어디를 대고 찍어도 그림엽서가 되는데, 이곳도 만만찮은 곳입니다.

 

포터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미스 포터(Miss Potter)>라는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Peter Rabbit이라는 캐랙터와 스토리를 만들어서 동화작가로도 유명해졌고, 컴브리아 지방의 자연환경을 부동산업자들의 탐욕적 개발로부터 막아내기 위해 애썼던 사람입니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자연보호단체의 활동이 활발한 곳입니다.

왼쪽 사진은 포터가 직접 그려낸 피터 래빗의 토끼입니다. 내가 그곳에서 토끼를 보지는 못했지만, 포터는 실제 토끼를 모델로 그림을 그려 동화책을 출판하여 성공했습니다. 그 돈으로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땅을 샀습니다.



그림에는 포터만의 독특함이 있습니다. 쥐, 토끼, 돼지, 닭 등이 특징적으로 그려져있습니다.

살던 집은
옛집 그대로라서 그런지 아주 작은 집인데다 관광객이 들끓어서 내부를 자세히 보거나 사진을 찍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포터가 살던 집을 구경하려면, 표를 사서 한 시간 반 이상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관리인은 포터가 매일 산책하던 길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정말 아름답죠.

남는 시간을 포터의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우리는 포터의 동화책 몇 권을 사가지고 다시 다음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이 지방은 아직도 100년 전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인공을 최대한 배제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입니다. 니어써리는 분명히 포터가 먹여 살리는 것 같았습니다.

내 고향 강원도는 개발을 못해 안달을 합니다. 개발은 후손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을 가지급해서 흥청망청 쓰는 행위입니다. 강원도는 개발되지 않은 청정한 곳으로 그냥 놔뒀으면 좋겠습니다. 돈벌이가 안 된다구요? 개발하지 않고 자연환경을 잘 보호하면, 개발에 지친 사람들이 와서 돈을 쓰고 갑니다. 개발하기 전에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시인과 철학자, 예술가들을 끌어들여 스토리를 구성해야 합니다. 영국의 오지마을인 니어써리에 사람들이 평일에도 바글바글합니다. 입장료가 얼만지 기억나지 않는데, 당시에는 바가지썼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비쌌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듭니다.

안면도의 어느 리조트에서 개최된 워크숍에 강연하러 갔다가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큰 리조트로 인해 해안의 모래벌판이 콘크리트와 맞닿아 엉망진창이 되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환경파괴가 일어난 것을 보았습니다. 근시안적인 개발로 인한 폐해는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까지 심대한 영향을 줍니다. 무엇을 위한 개발인지 진지하게 물어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간 날은 일본인 단체관광객이 거의 반이어서, 관리자에게 물어봤더니 일본인들은 미스 포터를 좋아한다는군요. 우리는 그곳에서 한국인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영국의 시골구석까지 신경 쓸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 우리에게는 영국여행이 런던과 그 주변을 휙 둘러 사진찍고 가는 정도인가 봅니다.






우리는 니어써리의 정취를 더 느끼고 싶었지만, 너무 한 곳에 머무를 수 없었습니다. 그 느낌을 오래 간직하려고 책을 샀습니다. 오늘 책을 다시 훑어보니 호수와 들판, 구릉과 안개와 농부들, 그리고 목장의 동물들과 어울려 살면서 그림을 그리고 동화를 짓던 베아트릭스 포터의 삶을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포터가 살던 힐탑을 뒤로 하고 영국이 낳은 위대한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1850)가 살던 곳을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