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기록/에세이

인문학은 장사에 도움이 될까?

우리는 지금 격심한 변화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변화는 과거 그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인두로 한복의 동정을 다렸는데, 요새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인두로 동정을 다리는 전통은 아마도 고려시대부터 내려왔을 것입니다. 거의 천 년 이상 이어져 오던 것이 우리 세대에 없어졌습니다. 고무신, 타자기, 십구공탄, 버스안내양, 동네가게들이 완전히 사라졌거나 거의 사라졌습니다. 인터넷을 뒤지면 없는 게 없습니다. 인간이 필요할 것 같은 모든 자료와 정보가 거기에 있습니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던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정신 없이 달려가고 있을 때 우리는 삶의 기초를 인문학적 사유와 믿음에 두어야 합니다.

 

지난 100년 간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의 힘은 물질적 부의 증대와 반비례하여 형편없을 정도로 미약해졌습니다. 경제학은 인간을 노동시장의 상품으로 간주하고, 경영학은 인간을 이윤창출의 자원으로 가정합니다. 그 결과 경제규모가 성장하고 기업이윤은 폭발적으로 증대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성장의 주체인 인간은 별로 행복해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인간관계에서 좌절감을 느끼고, 장래커리어에 대해 불안해 합니다. 크고 작은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받고 염려합니다. 빠른 변화에서 오는 정체성 혼란으로 심리적 장애를 겪기도 합니다. 요즘은 세계적인 금융공황 상태로 경제적 어려움까지 가중되고 있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희망을 잃지 말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충고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좋은 얘기입니다. 힘들 때일수록 남들에 뒤지지 않도록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익혀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참 좋은 얘기입니다. 이제는 고통의 분담을 위해 서로 일자리를 나누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정말 좋은 얘기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늘날 우리가 겪는 고통의 원천은, 열심히 살아야 하고 성공전략을 익혀야 하며 이제는 서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충고하는 바로 그 사람들의 사상으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바람잡이들이 이제 인문학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인문학을 또다시 상품화하고 있습니다. 인문적 사고에다 경영전략을 슬쩍슬쩍 끼워 넣어서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길면 한두 시간짜리, 짧으면 5분짜리로 나누어 팔고 있습니다. 기업가와 경영자들은 영혼의 결핍을 이런 자투리 인문학을 통해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리고는 사람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기막힌 기법이라고 무릎을 치기도 합니다.

 

체 게바라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마피아 리더십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논어와 도덕경이 장사에 활용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나쁠 것 없습니다. 장사가 잘 된다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 인문학이 정말 장사가 잘 되게 해줄까요?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만, 여러분의 의견은 어떤지요? 만약 인문학이 비즈니스가 잘 되게 해준다면, 그건 어떤 이유에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