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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미국식 경영의 기반은 무엇인가

미국식 경영의 기반이 무엇이었는지는 그들이 지난 세기 100년간 발전시킨 경영학과 경영실무를 보면 명확히 드러납니다. 미국식 경영학의 전제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인간은 자원(resources)이다. 인간을 자원으로 본다는 점에서 미국식 경영학은 자원경영학(resource management)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인적자원(human resource, HR)라는 단어가 조심스럽게 사용되다가 요즘은 누구나 이 용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둘째, 모든 자원은 합리화(rationalization)되어야 한다. 당연히 인적자원(human resource)도 합리화의 대상입니다. 인적자원을 합리화시키는 다양한 방법과 기술들이 개발되었습니다. 경영학의 인사조직이론뿐만 아니라 특히 산업심리학 또는 조직심리학, 시스템 이론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합리화의 기초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셋째, 경영의 목적은 이윤극대화(profit maximization)에 있다. 이윤추구가 지상과제이므로 모든 자원으로부터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야 합니다. 우리가 배웠던 인간에 대한 도덕적 기준이 사라졌습니다. 신뢰와 사랑이 이윤과 탐욕으로 대치되었습니다. 탐욕은 좋은 것이고 이윤은 선()한 것입니다.

 

이 세가지 기반을 잘 활용한 사람들이 칭송을 받습니다. 잭 웰치(Jack Welch, 1935~)와 같은 경영자들이 위대한 경영자로 추앙 받고 그를 모방하려고 합니다. 은퇴 후에도 그는 정력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무자비한 구조조정을 전문으로 해서 전기톱’(chainsaw)이라고 불렸던 앨버트 던랩(Albert Dunlap, 1937~) 같은 이를 칭송하기도 했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이윤을 추구하라고 부추깁니다. 그것이 잘 사는 길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정말 잘 살게 되었는지 정직하게 물어야 할 시간입니다.

경영학 주변에 있는 거의 모든 학문이 인간을 자원으로 활용하여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인문학자들까지 나서서 장사에 도움이 되도록 해 줄 테니 끼워달라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아예 인문학을 엑기스로 추려 5분에서 10분짜리로 쪼개서 그럴 듯하게 포장해 팔기도 합니다. 기업가들이 이걸 사서 봅니다. 유식해진다는 느낌으로 영혼의 목마름을 다소나마 해소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기업관, 인생관, 세계관, 나아가 현실은 하나도 바뀌지 않습니다.

비타민 몇 알로 건강해질 수 없는 것처럼 인문학 강좌 몇 개 들어서 마음의 근육이 단련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기업가와 경영자가 되려는 사람은 인문학을 적어도 10,000시간 이상 공부해야 합니다. 10,000시간은 너무 심하다구요? 그럼 맘대로 하시죠. 양념으로 비타민을 먹으면서 직원들을 짐승처럼 부리면 됩니다. 피도 눈물도 없이 경영하시면 됩니다. 

공부는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책상에 앉아서 가급적 원전텍스트를 보면서 스스로 사유할 수 있을 때까지 공부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마음의 프로그램을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게 됩니다. 경영은 이때부터 풀리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