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의 종말과 더불어, 이 세계에는 단 하나의 선택밖에는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즉, 세계가 거대기업들에 의해 지배되는 규제 없는 세계 시장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규제의 철폐가 거대한 다국적기업들을 풀어놓음으로써 그들이 지구 구석구석의 소비자들에게 전에 없이 다양한 생산품을 공급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세계화 경제 덕분에 우리는 장바구니를 케냐산 사과와 값싼 뉴질랜드산 버터를 비롯하여 온갖 외래식품으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이들 생산품이 국내산보다 저렴하다면, 그것은 공급자가 더욱 효율적이고 더욱 큰 규모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세련된 홍보와 고아고 캠페인은 회사가 클수록 공급하는 식품도 더 안전하다고 믿게 만든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이민아 옮김, 허울뿐인 세계화, 따님 2001, 9쪽)
이 글을 쓴 헬레나 노르베리-호지(Helena Norberg-Hodge)는 그런 믿음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조목조목 분석하여 세계인들이 각성하도록 알려주었습니다. 이 포스트를 읽으시는 분은 그녀의 책을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미국인들은 덩치를 키워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면, 생산성이 오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단기적으로 그런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은 이익이 되는 데, 나중에는 오히려 손해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미국인은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신봉하고 있습니다. 레이건 정부 이래로 미국은 시장의 규모를 확대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시장의 자기조정기능(self-regulating market)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는 것들, 예를 들면,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 사람들에 대한 교육훈련, 심지어 질병치료 등을 모두 시장경제에 포함시켜서 거래할 수 있도록 변환시켜 왔습니다.
미국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를 알려면, 미국의 역사에 대해 조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인류역사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금융시장은 현재 미국인들이 금과옥조로 믿고 있는 시장의 자기규제기능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금융시장은 완전히 붕괴되었습니다. 자동차 산업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그럴만한 원인이 내재되어 있었습니다.
미국인들은 신자유주의 이념 → 시장경제의 규모 확대 → 자기책임 원리의 적용이라는 삼각편대를 지난 30년간 지속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 삼각편대를 이해하기 위해 미국의 역사를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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