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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신자유주의 시장경제(3)_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미국인들

이제 미국인에게 더 이상 개척할 서부는 없습니다. 그들이 눈을 돌린 것은 시장(market)이었습니다. 시장은, 유한하고 물질적인 땅과 달리, 비물질적이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프런티어 정신에 아주 적합했습니다. 시장이야말로 그들이 공격할 수 있는 최적의 대상이었습니다.

 

1981년 레이건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인들은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자유방임 정책으로 돌아섰습니다.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진보주의적 개입정책은 힘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기득권층의 신자유주의적 이념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서, 묶여있던 사나운 개를 풀어놓은 것입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죠. 시장제일주의적 신자유주의 이념에 근거한 경제정책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실현되기 시작했습니다.

 

월 스트리트에는 활기가 돌았습니다. 미국인들의 욕망은 주체할 수 없는 탐욕으로 서서히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채권을 발행할 수 없는 수준의 위험한 회사에게 채권을 발행토록 허용했습니다. 1980년대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당국의 정책을 이용하여 금융상품을 만들어 판 이반 보에스키(Ivan Boesky, 1937~) 사건이나 마이클 밀켄(Michael Milken, 1946~)의 정크본드 사건은 탐욕의 실마리에 불과했습니다.

 

월 스트리트에서 돈 놓고 돈 먹는금융사건과 사고들이 들끓었지만, 이렇다 할 규제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본격적으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투자은행들은 교묘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팔았습니다. 월 스트리트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일반투자자들의 돈을 금융시장으로 빨아들였습니다. 일반투자자들이 알거지가 되는 사건들이 속속 터졌습니다.

 

저축대부조합사건, 엔론사건, LTCM사건, 최근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사건 등정책당국은 그때 마다 미봉책으로 일관했고, 제대로 된 규제장치를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인들은 시장의 자기조절기능(self-regulating market)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청교도들의 신에 대한 믿음은 시장에 대한 믿음으로 대체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시장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돈과 상관없이 오직 명예만을 위해 경쟁했던 순수한 스포츠행사인 올림픽이 1984 LA에서 개최되면서 변질되었습니다. 스포츠를 시장의 원리에 따라 운영했습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이윤을 남겼다는 계산을 발표했습니다. 그 후로는 각 국에서 올림픽을 유치하려고 너도나도 전염병에 걸린 듯 구걸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돈 없이는 스포츠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스포츠마케팅 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돈 없이는 스포츠도 즐길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스포츠를 시장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입니다.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세계 역시 시장의 원리가 작동합니다. 미국에서 맹장수술을 위해 입원하면 수천만 원이 듭니다. 돈이 없으면 아플 자유도 없습니다. 아파서는 안 됩니다. 민영의료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무보험 상태의 미국인이 지금 5천만명이나 됩니다. 인구의 약16%가 보험혜택을 받지 못해 병원을 가지 못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질병치료를 민영화하여 시장에 맡긴 결과입니다. 클린턴 정부시절 영부인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이런 비참한 의료시스템을 개혁하려고 시도했다가 보수적인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교육시스템은 어떤가요? 전통적으로 교육훈련의 영역은 전형적인 공공재이기 때문에 시장의 원리가 작동할 수 없는 영역이었습니다. 지금은 돈 없으면 대학교육을 받기 매우 어렵게 되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버드 로스쿨을 다니는 동안 융자받은 학자금을 아직도 다 갚지 못한 상태라고 합니다. 오바마 같은 탁월한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도 돈의 굴레가 이토록 무겁게 씌워져 있는 상태이니,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교육훈련의 영역에서까지 시장의 원리가 침투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점점 이렇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민간 사교육업체가 증권시장에 등록되었습니다. 온 국민이 일반투자자로서 그 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보고, 나는 신자유주의적 시장원리가 갈 때까지 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공교육이 어느 정도로 처참한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였습니다. 하지만 교육관료들은 아직도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시장의 원리, 즉 교사들에 대한 보상의 차등지급으로 공교육이 정상화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 고리가 교육현실에도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공교육에 시장의 원리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교육은 돌이킬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의료법인이나 비영리 공공기관 등을 민영화하려는 것은 시장의 원리를 이용하려는 것입니다. 시장의 자기조정 기능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믿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먹는 수돗물까지 민영화하려고 합니다. 만약 물 사업을 민영화한다면, 장기적으로 물값은 계속 오를 것이고, 아마도 천정부지로 올라갈 것입니다.

 

지난 30년간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사회적 현상과 이슈들을 시장의 원리로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각종 규제장치를 완화함으로써 시장의 규모를 키웠습니다.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변형시켰습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이념에는 두 가지 믿음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첫째, 시장은 자기조절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시장의 규모를 확대할수록 더 효과적이다.

둘째, 시장은 선택의 자유와 기회의 평등을 실현한다. 그러므로 자기책임의 원리를 적용할수록 더 공정해진다.

 

여러분은 이런 믿음이 옳다고 생각합니까? 보수적 신자유주의 세례를 받은 사람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고, 개입주의적 진보사상의 세례를 받은 사람은 그런 믿음이야말로 선의로 포장된 악마의 유혹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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