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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록

나는 걷는다




 

무지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자들을 뒤로하고 무작정 걸었다. 제주도에서 걸었다. 온통 짜장면 집으로 바뀐 마라도에서도 걸었다. 평생 맞아온 바람보다 더 많은 바람을 맞았다. 매서운 바람 때문에 걷기가 어려웠지만, 그래도 걸었다



기록은 중요하다. 사진을 찍는 것은 기록이다.



마라도는 온통 짜장면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 시간가량 머문 마라도에서 평생 맞아온 바람보다 더 많은 바람을 보았다.



섭지코지는 안도 다다오가 있어서 좋다. 글라스팔라스트(?)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다.



안도 다다오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좋다. 이런 광경이 좋다.



비자림에서도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처럼.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1,099일간 침묵으로 걸었던 그는 은퇴한 기자였다. 서양인들은 동양에 대해 약간의 신비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신비롭기는 개뿔이나 무슨 신비가 있겠는가? 우리도 그냥 밥 먹고 사는 것인데...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과 다른 뭔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우리는 확실히 뭔가가 다른 게 있는 모양이다. 걸으면서 얼마나 신기한 것들이 보였으면 이렇게 많은 양의 글을 남겼을까 싶다.

 


이글을 읽은 독자들도 베르나르 올리비에 "나는 걷는다"를 한번 읽어보시라. 프랑스 언론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후에 걸어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 대륙을 걸어온 그의 놀라운 집념을... 그리고, 우리 언론인들도, 물론 언론인이라고 말할 수 없도 없는 자들이 한 둘이 아니지만, 이런 수준으로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걸어야 하나? 어릴 때부터 서양에 대한 신비감을 가지고 있었던 내가 걸어야 할 곳은 아마도 유럽대륙일 것이다. 언젠가는 올리비에처럼 걸을 것이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그리스 아테네까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걸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