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회사인 하이잉글리시(www.hienglish.com) 제이윤 사장의 도움으로 그곳에서 지낼 수 있었습니다. <둥글래>라는 통나무집에서 잤는데 아래층은 온돌난방이 되지만, 이층에는 전기장판으로 난방을 합니다. 뜨끈하게 잘 잤습니다. 이번에 가져간 책은 두 권이었습니다.
엘렌 랑어, 이양원 옮김, 『마음챙김』(Mindfulness), 동인 2008
데보라 프라이스, 진우기 옮김, 『머니 테라피』(Money Therapy), 양문 2001
다 읽지 못했지만 많은 것을 얻고 돌아왔습니다. 삼봉 해수욕장, 가경주와 안면도 끝자락에 있는 영목항까지 들려 어촌을 구경하면서 해변을 걷기도 하고 오랜만에 바닷바람을 쐬었습니다. 태안군 고남면 고남리에 들러 굴 까는 노부부에게서 굴을 2kg이나 샀습니다.
나는 50대 후반쯤으로 생각했습니다. 잠깐 동안의 대화에서 할아버지는 39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70세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바닷가에서 굴 까는 것을 천직으로 살아 왔을 노부부는 그 일을 재미있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늙을 리가 없겠지요. 시장의 주문에 따라 꿀을 까서 납품하고 있었습니다. 단순 가공업을 하는 셈이죠. 이 시대의 장인(匠人)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시골 노인들이 도회지 노인들보다 더 늙어 보이는 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생각이 편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2kg이면 충분할 텐데 저울금도 아주 후하게 주었을 뿐 아니라 옆에 있는 텃밭에서 고추 무 파 등을 필요한 만큼 가져가라고까지 했습니다. 아내는 신나서 한줌씩 캐왔습니다. 저녁상이 상상외로 풍성했습니다.
아무튼 술을 잘 먹어야 비즈니스가 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독특한 문화인데, 제정신이 아닌 상태라야 비즈니스가 된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술이 아니라 책에 취한 채 사회적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 정착되게 할 수는 없을까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 처음으로 가르치는 것이 술 문화입니다. 선배나 상사 앞에서는 상대방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마시지 못하고 옆으로 돌려서 먹는 못된 버릇은 도대체 언제 어떻게 생겨난 건지 모르겠습니다. 술잔을 부딪칠 때도 상사의 술잔보다 더 높여서는 안 되는 규칙도 있다지요. 폭탄주 제조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달하고 있습니다. 그걸 잘해야 리더십이 있는 줄 아는 세상이 됐습니다. 술좌석의 예의도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한 달에 책 한 권도 읽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도록 가르치지는 못할 망정, 못된 술버릇부터 가르치는 이 엽기적인 문화를 우리는 왜 반성적으로 보지 못할까요.
일본인은 벌써 노벨상을 16명이나 받았습니다. 우리는 평화상 한번 외에는 아직 없습니다. 단순히 숫자로만 비교하면 우리의 16배나 됩니다. 인구는 대략 3배 정도밖에 안 되는데 말이죠. 그것도 남북한 합치면 두 배밖에 안 됩니다. 위계질서를 잡으려고 술 먹는 것부터 가르치는 사회에서 노벨상을 더 기대할 수 있을까요? 학문적인 발전은 그 사회에 그 만한 저력을 축적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것은 술 먹는 문화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것은 책을 읽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어떤 책이라도 좋으니 책을 읽는 것을 어려서부터 습관화할 수는 없을까요? 그것이 직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도록 할 수는 없을까요? 은퇴 후에도 책을 떠나지 않도록 할 수는 없을까요? 우리 민족이 책을 읽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만드는 어떤 묘수는 없을까요? 굴 까는 노 부부처럼 20년은 젊어지려면 자기 분야에서 장인(匠人)이 되어야 한다고 연구결과로 발표하면 안 될까요? 아니, 책을 읽은 것만큼 무병장수한다는 연구결과는 어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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