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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

『부스터』를 소개합니다.

오랜만에 서평을 씁니다.

 

부스터(김종수 지음, 클라우드나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저의 페친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기업경영의 현장에서 CEO로서 경험을 쌓은 김종수 사장님이 현장에서 퇴임한 후에 후배들을 위해 기록한 조언서이자 잠언서와 같은 책입니다.

 

저도 기업현장에서 그런 대로 꽤 일을 했었기 때문에 웬만한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눈에 확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임무형 지휘체계"라고 번역하여 소개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독일어로 "Auftragstaktik(아우프트락스탁틱)"이라는 것입니다. 지휘관이 부하에게 업무권한과 책임을 완전히 위임함으로써 부하들이 스스로 자율적 판단에 따라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전술적 의사결정시스템을 말합니다.

 

이 아우프트락스탁틱을 간략히 소개하는 장면에서 눈이 활짝 뜨였습니다. 이것은 전쟁 때, 독일군 지휘관은 어쩔 수 없이 연합군에 비해 적은 인원과 자원으로 전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지휘관들이 스스로 전술적 판단에 따라 전투를 벌이도록 위임한 것이지요. 놀라운 것은, 독일군의 막강한 전력은 바로 이런 철저한 위임형 의사결정시스템에서 나왔다는 점입니다. 이 아우프트락스탁틱은 저의 책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에서는 단위업무담당제(work unit system)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랄까? 기업경쟁력의 원천인 의사결정시스템에 대해 김종수 사장님과 제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조직운영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사결정메커니즘이 잘못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나 더, 캡티나이티스(captainitis) 현상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1982년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포토맥 강에 추락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승객 76명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원인은 부조종사가 기장에게 날개에 붙은 얼음을 제거하고 출발하자는 제안을 무시하고 기장의 독단으로 출발한 것이 화근이었다. 부조종사는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기장의 말에 반대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바로 캡티나이티스, 즉 캡틴이라는 질병에 걸린 것이라고 합니다만, 조직내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권위주의적 맥락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용어이자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협의와 합의의 정신이 거의 발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치인, 기업인, 경영자들뿐만 아니라 부부간에도 대화가 일방적이지요. 경영의 민주화를 실현했을 때 비로소 조직의 합리성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부스터를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캡티나이티스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하들에게 반대할 수 있는 권리(obligation to dissent)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나 낙후되어 있고, 개혁이 시급하다고 하겠습니다. 조직의 운영방식이 정말이지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비합리적이고 몰상식한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고민했던 김종수 사장님이나 저나 거의 같은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기도 합니다.

 

부스터에는 이밖에도 경영실무자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 그득 담겨 있습니다.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