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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록

2014-10-31_시월의 마지막 날에... 이제 아내와 둘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달 중순, 그러니까 1016일에 아들마저 자신의 집을 마련하여 부모의 둥지를 떠났다. 그 동안 집에 있었다고는 하나, 새벽에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는 직장생활 때문에 주말에나 어쩌다 얼굴 보는 생활이었다. 아들은 유학생활 7년 군대생활 2년을 합치면 부모를 떠나 객지생활을 9년간이나 해 왔으니, 집을 떠나더라도 굶지는 않을 것이다.

 

7킬로미터 떨어진 아현동이라 언제라도 가볼 수 있지만, 집에 들어올 때마다 텅 빈 아들방을 한참씩 들여다본다. 침대와 책상, 컴퓨터와 외장하드드라이브들, 폭탄을 맞은 듯 널브러진 옷가지들도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책상위에 켜켜이 먼지와 함께 쌓여 있던 책들도 없어졌다. 모든 것이 휑하다.

 

그런데 아들은 쓰던 향수를 하나 남겨 놓고 갔다. 이제 내 책상에 올려놓고 양복을 입고 외출할 때는 나도 한 번씩 치이익, 하고 뿌려본다. 아들 냄새가 날 것이다. 아들은 이제 다른 향수를 쓰겠지만...




 

시월의 마지막 날에... 이 방의 주인이 없다는 것은 이제 아내와 둘만 남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