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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이야기

조현아, 박현정, 박근혜 등의 행동패턴_인사평가시스템을 고쳐야...


 

조현아(대한항공), 박현정(서울시향), 박근혜(행정부)...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인격적 미성숙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하버드대학의 조직심리학자였던 크리스 아지리스(Chris Argyris, 1923~2013) 교수에 의하면 그렇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변덕스러운데다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구를 드러낸다는 점, 장기적 관점보다는 단기적 안목에서 판단한다는 점, 자기통제가 어렵다는 점 등이다. 자신의 직무범위 내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의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킨다는 특징도 있다. 말하자면,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을 억압하고 착취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사회의 더 큰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아주 쉽게 윗자리에 오른다는 점이다. 사회의 구조와 시스템이 그렇게 후진적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검증도 거치지 않은 채 그저 돈과 권력이라는 이미지와 포장으로 그 자리에 오른다.




 

사실 해결책은 간단하다. 공사(公私)조직을 막론하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일정한 통과의례를 거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인사평가라는 통과의례가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면 된다. 서구유럽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는 사람들은 과거에 어디서 뭐를 했는지에 관한 정보를 엄밀히 평가하여 그 결과에 따라 처리한다.




 

1986년 여름과 가을, 한국은행에서 일하던 나는 프랑크푸르트의 서독연방은행에서 연수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사조직 현상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서독연방은행의 의사결정과 인사메커니즘 등을 알고 싶었다. 연수담당자가 알려준 내용은 한국은행의 의사결정과 승진메커니즘과는 너무나 달랐다. 의사결정메커니즘은 여기서 생략하고, 높은 지위에 오르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해서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당시 서독연방은행의 경우, 직원이 조직에 들어오면 그가 어떤 상황(Situation)에서 어떤 과업(Task)을 맡았으며 어떤 행동(Action)을 어떤 의도(Intention)로 했고, 그래서 어떤 결과(Result)가 도출되어 새로운 상황(New Situation)은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기술한다. 말하자면, STAIRS을 인사평가지에 묘사하는 것이다. 상사가 부하의 행동패턴과 그 결과를 기록한다는 말이다. 물론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사건에서 어떻게 되었는지를 묘사한다. 그런 정보들이 매년 인사평가기록으로 축적된다. 10, 20년 그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그런 행동관찰기록은 그 사람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하는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된다. 평가점수는 어디에도 없다. 나아가 "수우미양가""SABCD"와 같은 등급표시나 평가서열 같은 것도 없다. 그냥 직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서 어떻게 행동했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다는 기록만 있을 뿐이다. 오래된 직원일수록 인사기록철은 두껍다.

 

당시 연수담당직원이 나에게 보여준 인사기록철은 충격적이었다. 상사들이 부하들에게 대해 손으로 휘갈겨 쓴 기록들만 가득한 바인더였다. 내가 보기에는 아무렇게나 휘갈겨 써서 거의 읽기 어려운 수기(manuscript)였다. 메모지에 마치 낙서한 것과 같은 것들도 있었다특별히 양식에 맞춰져서 기록한 것 같지도 않았다.

 

인사담당자들이 그 바인더를 쭉 읽어보면, 당사자가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음번 승진자리에는 누가 내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미리 공표함으로써 후임자가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얼마나 합리적인 인사(人事)인가? 우리나라의 인사는 늘 밀실에서 그것도 비선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니 조현아, 박현정, 박근혜와 같은 인사참사가 나타나는 것이다. 돈으로 이미지로 겉포장으로 사람을 평가하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 인사도 투명해야 한다.

 

조현아, 박현정, 박근혜가 과거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했고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를 볼 수 있는 인사기록이 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서독연방은행이 했던 것과 같은 인사평가결과가 축적되어 있었다면, 그 기록을 읽어보기만 해도 그들은 결단코 그 자리에 갈 수 없었을 것이다.

 

크리스 아지리스 교수가 말한 대로 미성숙한 인간들이 높은 지위에 오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인사조직기능(Function of Personnel and Organization)이 취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대한항공, 서울시향, 정부는 인사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지리스 교수가 우리에게 알져준 또 하나의 중요한 개념이 있는데, 학습이론이다. 단일고리학습과 이중고리학습에 관한 것이다. 어떤 행동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을 때, 행동패턴을 바꾼다면 그것은 단일고리학습(single-loop learning)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동패턴을 바꾸어도 똑같이 나쁜 결과를 낳는다면 우리는 그런 행동패턴을 일으키는 기본전제를 바꾸어야 한다. 이것이 이중고리학습(double-loop learning)이다.

 

조현정, 박현정, 박근혜는 그 나이가 되도록 그런 행동패턴을 조금씩 바꾸면서 같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왔다. 그들은 단일고리학습에 매여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행동패턴을 그렇게 일으키도록 한 기본전제를 바꾸어야 한다. 이중고리학습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우리를 참담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