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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록/에세이

오바마가 알아야 할 것_권력의 사악한 유혹을 피하라

미국 대선에 대한 시각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Barack H. Obama, 1961~)라는 무명의 흑인 상원의원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을 두고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조지 부시(George W. Bush, 1946~) 대통령의 정책실패가 그 원인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부시는 정치, 경제, 사회면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피폐하게 만들었고, 세계인들이 서로 유지하고 있던 연결고리마저 끊어지게 했습니다. 나아가 전세계인이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황폐해졌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부시가 자신에게 붙어있던 권력의 참을 수 없는 유혹 앞에 무릎을 꿇었기 때문입니다. 권력은 숙주에 붙어 있는 기생충과 같습니다. 그런데 이 권력은 아주 미묘해서 인간이 권력의 맛을 한번 보면, 그 맛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 권력을 사용하고 싶어지고,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권력에 의지하게 됩니다. 권력에 서서히 중독되는 것입니다.

 

부시는 권력의 맛을 알았고, 그 맛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권력의 불장난이 주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권력의 사용이 반드시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이해했을 때는 이미 버스가 지나간 다음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기생충은 숙주를 버리고 다시 다른 숙주를 찾아 떠납니다. 이번 미국의 대선은 그렇게 된 것입니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권력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를 알아보겠습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권력을 사회적 관계에서 저항을 누르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모든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타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를 실현시키는 힘을 권력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래서 타인이 저항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마음에서 순복하는 경우에는 권력이 필요 없게 됩니다. 권력이란 폭력 또는 물리적 강제력(Gewalt)과 동의어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권력은 결코 가치중립적이지 않습니다. 권력은 그 자체로 사악합니다. 이것은 인류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권력은 반드시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붙어 있고, 그 사람은 그 권력을 자신의 입장에서만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그 화려했던 왕조들의 멸망을 보면, 절대권력을 누렸던 왕들이 나타난 후에는 반드시 패망의 길을 걸었습니다. 권력은 사악한 유혹인데, 이 유혹에 넘어가면 절대로 헤어날 수 없게 됩니다.

 

권력의 사악한 유혹에 넘어간 사람들

 

봉건사회를 넘어 근대로 들어오면서도 권력의 사악한 유혹에 무릎을 꿇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입니다. 그리고 스탈린(Joseph Stalin, 1878~1953)과 그의 추종자들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부시와 그의 추종자들인 네오콘도 자신들에게 붙어있던 권력을 사용함으로써 패배의 운명을 재촉했습니다. 뭔가 잘못됐음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그가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선택에 대해서는 인륜적 심판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권력을 사용하는 것이 본인뿐만 아니라 불특정다수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그러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먼저, 조직이 나아갈 목적지(end state)와 원하는 상태(desired state)를 비전/목적/방향으로 합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구성원들과 마음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전이 있기 때문에 이것도 또한 어렵지 않습니다. 연결되어 있는 마음(connectedness), 이것이 조직을 리드하는 기본 바탕입니다. 일단 연결되고 나면, 구성원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와 스스로 선택하고 협력해 나가도록 이끄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훈련이 어느 정도 되어야 가능합니다. 어려서부터 이런 훈련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되지만, 우리 교육현실은 이것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성인이 돼서야 겨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합니다. 성인이 됐다 하더라도 훈련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훈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설사 느끼더라도 훈련이 귀찮거나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의구심 때문에 훈련 받기를 포기하고, 가장 손쉬운 권력을 사용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부하들이 하도록 명령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뭔가 되는 것 같을지 모르지만, 권력을 사용해서는 조직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합니다.

 

권력을 사용하지 않은 위대한 인물들

 

위대한 지도자들은 권력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20세기가 낳은 가장 위대한 지도자들을 보세요. 인도의 모한다스 간디(Mohandas Gandhi, 1869~1948)는 권력사용 대신 물레질을 했습니다. 물레질이라는 상징을 통해 수억의 인도인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가 발휘한 영혼의 능력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래서 간디를 위대한 영혼 마하트마(Mahatma)라고 부릅니다.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1918~)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감옥에서 일생의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화해와 진실위원회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포용했습니다. 포용하는 척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영혼의 울림에 귀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오바마가, 그럴 리 없겠지만, 부시처럼 권력을 휘두른다면, 미국은 더 큰 재앙에 직면할 것으로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 동안 권력의 맛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권력을 행사할수록 저항이 심해진다는 것도 알았을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에서도 언급했지만 그의 성공여부는 권력의 맛을 빼느냐 못 빼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기업경영에서도 가능하다

 

이제 기업경영 현실로 돌아와 봅시다. 권력사용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권력사용의 폐해가 극심합니다. 도산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영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맘껏 사용했던 기업들입니다. 어렵게 기업을 일으켰던 기업가들이 나중에는 권력의 유혹에 넘어가는 바람에 기업을 도산시킨 예는 한둘이 아닙니다. 관련된 분들의 명예 때문에 여기서 일일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조직구성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기보다는 자신에게 기생충처럼 붙어있는 권력을 의지했습니다. 경영자들은 권력의 사악한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것은 깨어있는 마음(mindfulness)이라야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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