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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이야기

우리에게 비전(vision)은 있는가?

2015-01-07_우리에게 비전이 있는가?

 

 

"비전이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하거니와 율법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느니라." 

잠언 2918

"Where there is no vision, the people are unrestrained, But happy is he who keeps the law." 

Proverbs 29:18

 

나는 젊은 시절 잠언에 나오는 이 솔로몬의 지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은행을 떠나 기업실무를 하면서, 그리고 기업자문과 교육을 하면서 서서히 이해되기 시작했다. 경영컨설턴트라는 직업은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게 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은 망하고 어떤 기업은 흥한다. 그 이유를 면밀히 살펴보면 명확해진다. 흥하는 조직은 비전이 있고, 쇠하는 조직은 비전이 없다조직의 비전이 무엇인지 자기 자신에 물어보라. 그리고 동료들에게도 물어보라. 비전이 뚜렷한가, 그리고 서로 공유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긍정적이면, 그 조직은 흥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쇠할 것이다.

 




비전(vision)이란 무엇인가?

 

나는 비전이야말로 인간에게만 특수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영혼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인데 마음의 눈(mind's eyes)으로 보면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비전을 만들어낸다. 어떤 이에게는 비전이 있고, 다른 이에게는 비전이 약하거나 없는 경우가 있다. 비전은 우리에게 존재목적을 의식하게 하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그 목적을 향하여 나아가도록 방향을 설정해준다. 그래서 나는 비전, 목적, 방향이라는 용어를, 엄밀하게 따지면 뜻이 조금씩 다르지만, 함께 붙여서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모인 조직이나 팀에게도 비전이 있을까? 그렇다. 비전은 개인적인 삶의 활력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함께 모여 공동의 목적을 실현하려는 조직에게는 더욱 필요하다. 구성원들의 견해를 수렴하여 조직의 존재목적, 나아가야 할 방향, 이루어야 할 사명 등을 정립하지 않으면 잠언의 말씀대로 구성원들이 방자히 행동하므로 그 조직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방자하다는 것은 조직에 규율이 사라져서 엉망진창이 된 상태를 말한다. 가정, 기업, 정부 등 모든 조직형태에서 그렇게 된다.

 

대한항공의 조현아 전 부사장이나 그 동생 조현민 전무의 행태가 바로 방자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그런 방자한 행동이 허용되는 가족에서 태어나 그런 분위기에서 자라났을 가능성이 크다. 땅콩회항 사례와 같은 수준의 방자한 행동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방산비리, 교육부의 사학비리, 문체부의 체육계비리 등 공직자들의 부패한 행동이 바로 방자한 행동을 말하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국정운영의 비전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고 그로 인해 규율이 사라졌기 때문에 공직자들이 방자한 행동을 하고 있다. 규율이 사라진 이유는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비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비전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compelling attraction)여야 한다. 이런 수준의 매력적인 비전을 조직이나 팀이 간직하고 있다면 그 조직은 흥하는 길에 들어선 것이다. 이제 어떻게 그 길을 걸어갈 것인가만 남았을 뿐이다. 그런데, 많은 조직에서 매력적인 비전을 갖지 않고 있다. 기껏해야 매출액, 자본이익률 등과 같은 것을 비전이라고 내세운다. 매출액이나 자본이익률에 매혹되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벅찬 임직원은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기업이 망하는 원인을 재무상태 악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의 재무상태가 왜 악화되었을까? 그것은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비전이 없기 때문에 조직이 쇠하는 것이다. 철학과 정신의 문제가 돈의 문제로 전환된 것뿐이다. 

 

제약회사 경영자라면 이런 비전을 세울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류의 질병과 싸운다." 시민단체 경영자라면 "우리는 역경에 처한 사람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돕는다."라는 비전을 세울 수 있다.

 

비전은 이렇게 구성원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매력적인 비전이 공유되지 않는다면 구성원들은 그냥 월급쟁이의 한 사람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매력적인 비전을 만드는 것은 철저하게 조직장에게 달려있다.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그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비전으로 삼아야 한다. 물론 모든 임직원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그것을 뜨겁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 다음에는 이런 뜨거운 비전/목적/방향이 모든 단위조직으로 분해되어야 한다. 조직 전체의 불타는 비전을 각 단위조직이 공유하고 있다면 단위조직(팀) 자체의 비전을 설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의 재무팀은 인류의 질병과 싸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큰 틀과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어렵지, 그 큰 틀 안에서 작은 부분(팀)의 존재목적과 방향을 정하여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작은 부분의 비전들이 전체 비전과 항상 같은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것들을 모든 사람들이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최상이겠으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최소한의 규정으로 정비되어야 한다. 외부인이 보더라도 어떤 비전/목적/방향으로 조직이 운영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러 사람이 모인 조직은 개개인의 특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비전/목적/방향이라는 중심에서 이탈하려는 원심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끊임없는 교육훈련, 워크숍, 세미나 등으로 원심력에 균형을 잡아주는 구심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게 말은 쉬운데, 막상 이렇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어서 대부분 이것을 무시한다. 그리고는 그저 당장 돈을 버는데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언제 교육훈련을 하고 언제 워크숍이나 세미나를 하느냐, 우리는 그럴 시간이 없다고 항변한다. 점점 비전/목적/방향이라는 중심을 잃고 이런 저런 사업에 손을 댄다. 이것이 전형적인 실패로 들어가는 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신생조직들이 망한다.

 

, 이제 정리해보자.

 

조직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다음 세 가지를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는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교육훈련, 워크숍, 세미나 등을 반복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 성공한 기업은 없다. 망한 기업들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비전/목적/방향의 정립(compelling vision)

모든 구성원들과 비전의 공유(sharing vision)

비전에 관한 교육훈련, 워크숍, 세미나(development & training)

 

이러한 솔로몬의 지혜는 아직도 우리에게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