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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이야기

우리에게 전략(strategy)이 있는가?

2015-01-15

 

내 백성이 지식이 없으므로 망하는도다. 네가 지식을 버렸으니 나도 너를 버려 내 제사장이 되지 못하게 할 것이요. 네가 네 하나님의 율법을 잊었으니 나도 네 자녀들을 잊어버리리라. 호세아 46

 

My people are destroyed from lack of knowledge. Because you have rejected knowledge, I also reject you as my priests; because you have ignored the law of your God, I also will ignore your children. Hosea 4:6


사전에 읽어야 글 링크_우리에게 비전(vision)이 있는가?

http://www.mindprogram.co.kr/456



전략이라는 용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1970년대까지만 해도 경영학 문헌에 전략이라는 말은 거의 쓰이지 않았다. 기획 또는 계획이라는 말이 주로 쓰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경쟁(competition)”이니 "전략(strategy)"이니 하는 살벌한 용어들이 자주 등장했다. 요즘 경영학에서 전략이라는 용어처럼 많이 쓰이는 말도 없다. 온통 성장전략, 경영전략, 마케팅전략, 인사전략, 영업전략, 신성장전략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전략경영이라는 말도 있다. 전략을 경영한다는 말인지, 전략적으로 경영을 한다는 말인지 불문명하지만 하여튼 전략이라는 말을 단어의 앞뒤로 붙여서 그럴듯하게 쓰인다. ○○전략 또는 전략적 ○○이라고 할 때 사용하는 전략이라는 용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경영학 문헌을 들여다보면, 어떤 이는 전략을 기업이 난관에 처했을 때 이를 너끈히 극복할 수 있는 묘안쯤으로 생각하고, 어떤 이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자원배분방법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전략과 관련해서 경쟁우위, 가치사슬(value chain), 이니셔티브(Initiative), 핵심역량(core competence) 등과 같은 개념을 만들어 낸 사람도 있고, 소위 SWOT분석, BSC(균형잡힌 성과지표), Strategy Map, 포트폴리오 이론 등과 같은 방법론을 정립한 사람도 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전략이라는 용어가 갖는 다양한 의미 때문에 헷갈렸다. 도대체 전략이 뭐란 말인가? 예를 들어 마케팅계획과 마케팅전략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말이다. 전략이라는 용어를 붙이지 않더라도 마케팅 책임자는 경쟁사의 마케팅계획을 파악하여 이에 대응하는 자신의 마케팅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마케팅전략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은 누구나 단기적인 안목에 의해 사고하고 행동한다. 이익을 좇는 행동은 자연스럽다. 그것도 목전의 이익이라면 너무나 당연하다. 특히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익을 따라 물불을 가리지 않고 앞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기업 간의 경쟁이나 기업내부에서 일어나는 각종 갈등양상을 보면 당장의 이익을 얻기 위해 먼 훗날에 돌아올 더 큰 이익을 버리는 경우가 꽤 많다. 그것은 인간의 근시안과 차안대(遮眼帶) 현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근시안은 목전의 이익에 급급한 현상이고 차안대는 좌우를 보지 않고 이익을 향해 무모하게 돌진하는 행태를 가리킨다.

 

주변(이해관계자들)을 잘 살피지 않으면서 멀리 보지 못하면(당장의 이익만 추구하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사라진다. 나는 오랫동안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소비자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기업들을 검토해왔다. 이런 기업들의 공통점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근시안이나 차안대와 같은 불합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전략(strategy)이라는 개념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전략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다. 전략은 기업의 자원과 잠재력을 확장시켜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만드는 중요한 방법론이다. 인간은 당장의 이익에 과도하게 현혹되는 경향이 있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바라보도록 할 필요가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전략이 생겼다고 본다.

 

전략은 장기적 이익만을 중시하지 않으며 단기적인 이익도 등한히 하지 않는다. 전략은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이익을 조화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시장점유율이나 생태계 조성과 같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높일 수 있는 이니셔티브(initiative)도 필요하지만, 당장의 생존을 위한 영업이익이나 자산이익률과 같은 이익률(profitability) 지표도 높일 수 있는 이니셔티브들이 필요하다. 이런 장단기 이니셔티브들의 조합이 바로 전략이다.

 

여기서 이니셔티브(initiative)라는 생소한 용어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니셔티브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업무가 아니라 미래에 직면하게 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발굴해낸 것으로서 비교적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특별한 과제를 말한다. 예를 들어, 현재 생산하고 있는 제품과 달리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기획해야 한다면 그런 제품기획안이 바로 이니셔티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단기적인 시급한 사안도 이니셔티브가 될 수 있다. 대한항공의 조현아 부사장이 저지른 행태로 기업의 브랜드이미지가 추락하고 있을 때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단기적인 이니셔티브를 실행할 수 있다. 기왕에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은 정직하게 고백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이니셔티브다. 누군가 그 회사에 이니셔티브를 발휘할 수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그런 처참한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라도 대한항공은 사태를 미봉책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시스템적 치유를 시도하는 이니셔티브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롭고 다양한 이니셔티브가 생성되어야 한다. 전략적 경영이란 이러한 단기적인 이니셔티브와 중장기적인 이니셔티브를 조화시켜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전략이란 무엇인가?

 

이제 전략을 정의해보자. 전략이란 "기업 가치(corporate value)와 장기적인 성과(long-term performance)를 향상시키는, 서로 잘 어울리면서도 환경변화에 따라 진화하는 이니셔티브들의 조합"(A coherent, evolving set of initiatives that drives corporate value and long-term performance)이라고 할 수 있다. 전략적 경영 또는 전략경영이라는 의미는 이런 이니셔티브들의 우선순위를 조절해 나가는 행위를 말한다.

 

이것은 다음 그림을 보면 명백해진다. IBM을 살려낸 루 거스너(Lou Gerstner)가 추진한 이니셔티브들과 전임자인 존 에이커스(John Akers)의 이니셔티브들을 비교해보면 거스너는 단기이니셔티브와 중장기 이니셔티브들을 조화롭게 추진함으로써 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개념은 내가 전략의 개념에 대해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에 어느 세미나 장소에 갔다가 맥킨지 컨설턴트의 발표를 보다가 "이거다"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전략이란 이니셔티브들의 조합이라는 것이다. 그 후로 내 나름대로 고민을 거듭하여 전략이란 비전성취의 수단으로서 이니셔티브들의 조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전략은 비전으로부터 나온다

 

전략은 조직의 비전을 성취하기 위한 방법이다. 기업이 목표하는 것을 성취하려면 일상적인 업무를 추진하는 것만으로는 곤란하며 비상한 방법론을 확보해야 한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매력적인 비전은 일상의 반복을 통해서는 달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전이 조직 내의 각 직무(부문)로 분해되고, 조직의 강점이 전략으로 표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역량과 그를 둘러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실은 항상 당사자들에게는 불편한 진실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늘 경험하듯이,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상 매우 넘기 어려운 장애물이다. 수많은 기업이 이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초라한 성과나 실패로 마감하기도 한다. 책임자들은 누구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불편한 진실을 극복하고 비전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전략수립보다 전략실행이 훨씬 더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조직의 비전을 각 직무의 비전으로 분해한다.

조직뿐만 아니라 각 직무담당자의 강점 또는 핵심역량을 파악한다.

관련자들이 참여하여 강점에 기반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전략수립에 관련자들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전략의 콘텍스트(context)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략의 콘텍스트를 모르면 전략실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차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여 커다란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미세한 차이가 나중에는 아주 커다란 성과의 차이를 가져오기도 한다.

 

텍스트는 콘텍스트를 알고 있을 때 정확한 해석이 가능하다. 전략을 실행해야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전략의 수립과정에 어떤 형식으로든지 참여하여 그 의미와 취지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전과 전략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가?

 

그러나 20151월 현재 정치권과 고위층의 행태를 보면, 국정운영을 위한 비전설정이나 전략수립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공감은커녕 국정운영의 비전과 전략이라는 게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비전은 네 가지였다.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

 



 

정치권과 고위층이 이런 비전이나 전략적 언명에 과연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라고 느낄까?

 

국정운영의 기초부터 잘못되어 있다. 비전도 전략도 없을 뿐 아니라 관련자들에게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그들은 오로지 사적이익을 위해 권력의 부스러기를 뜯어먹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윤회와 십상시 사건에서 보듯이, 비전이 없는 백성이 방자히 행동한다는 잠언의 말씀처럼, 청와대 내부의 자중지란이 일어난 것이다. 비전과 전략이 없는 상태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여 바로잡을 수 있는 지식이 없다는 것이다. 호세아 선지자의 말씀대로 우리는 이런 비전과 전략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없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정녕 지식의 결핍으로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