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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이야기

성과급 제도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2015-01-06

 

인센티브(incentive, 성과급)가 노동자의 일하려는 동기와 열의를 축소시킬 뿐만 아니라 학습효과도 감소시킨다는 연구는 부지기수로 많다. 연구결과는 한결같이 인센티브 제도가 생산성을 낮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인센티브 사회(Incentive Society)로 변화되었다.

 

이런 변화는 1997년 말 외환위기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미국식 성과급 제도를 반성적 성찰 없이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는 바람에 오늘날 성과급의 극심한 폐해를 경험하고 있다


성과급 제도를 도입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영역이 있다. 그것은 시민의 정신과 육체, 그리고 삶의 안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영역, 즉 교육, 의료, 공공부문에는 절대로 성과급 제도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교사들에게, 의사들에게, 공무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공기업의 경영성과를 경영평가라는 명분으로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성과급)를 지급해왔는데 그 폐해가 무엇이며,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차후에 언급할 예정이다)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매우 제한된 영역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지급해야 한다. 성과급이 긍정적으로 작동하려면, 지극히 단순한 육체노동에 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즘은 모두 자동화된 기계로 만들지만, 예전에 흔히 가내수작업으로 하던 편지봉투 만들기와 같은 단순노동의 경우에는 완성된 편지봉투의 수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경우 생산성이 오른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이처럼 단순노동의 경우라도 생산성이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성과급을 지급해서는 안 되며, 일정 범위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육체적 피로가 쌓여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두뇌와 지식이 개입되는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성과급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Alfie Kohn, Punished by Rewards, 이 책은 1993년에 출판된 성과급과 보상에 관한 고전이다. 돈이 어떤 사태에 유의미하게 개입되면 사태의 진실이 왜곡된다는 것을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밝히고 있다. 안타깝게도 아직 번역이 되지 않았는데 혹시 관심있는 사람이나 출판사가 이 책을 번역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렇게 성과급의 폐해가 극심하다는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월스트리트와 같은 자본시장의 메카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까? 성과급제도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일부 계층에 지극히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의 고위직이 받는 천문학적인 급여를 정당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확천금의 대박을 꿈꾸면서 그곳에 몰려들었기 때문에 성과급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월스트리트가 세상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그냥 허투루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월스트리트는 2007년 자본주의 심장인 금융시스템을 붕괴시켰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 온 세상을 괴롭히고 있다는 점을 보더라도 금방 알 수 있다. 성과급제도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이제 다시 교사와 의사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경우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 살펴보자. 교사들에게 성과급이란 근무성적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것을 말하는데 근무성적은 전적으로 교장에게 달려있다. 학생들의 성장에 대한 애정이나 교수학습에 관한 협업에는 관심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잘 가르치는 것보다 교장에게 잘 보이면 근무성적이 좋아지기 때문에 교수학습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린다. 의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성과급이란 곧 과잉진료를 말한다.

 

이렇게 성과급은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황폐하게 만들고,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점점 커지도록 만든다. 중장기적으로는 부자들만 사람 취급받는 세상이 될 것인데, 우리나라도 벌써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의 무너진 교육제도와 의료시스템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미국은 오늘날 돈이 없으면 사람취급을 받을 수 없는 사회로 전락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도 없으며 병들어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는 나라가 된 것이다.

 

인센티브 제도는 인간의 내재적 동기와 의욕을 갉아먹으며 협동하려는 의지를 꺾어버린다. 인센티브 제도는 서로 경쟁하게 함으로써 약육강식의 문화를 조장하고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퇴화시킨다.


아래 글은 2014.12.25 나의 페북에 썼던 인용문이다.

[우리는 집단적으로 미친게 아니다]


"우리 모두가 집단적으로 미쳤거나 무슨 병에 걸려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 각자는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인텐티브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분명히 잘못되고 있다는 증거가 점점 쌓여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 결과에 우리의 이익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기 이익에 충실하려 했던 우리 각자의 행동이 모여 세계 경제를 위기의 벼랑으로 몰고 갔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여기에 대한 답을 확실하게 파악해 그 문제를 시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

- 라구람 라잔, 폴트라인 18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