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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이야기

인센티브와 동기






[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 인센티브가 직원들의 창조성을 갉아먹는다
기사입력 2015.01.02 11:15:44

지난 달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언론이 흥미롭다고(?) 평가한 실험을 하나 했다. 도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오디션'을 한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아이디어를 내는 시군에 '예산 100억 원 배정'이라는 상금을 내건 것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면 상금을 주겠다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센티브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 인센티브 덕분에 시군이 더욱 창의적인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게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개운치 않다. 인센티브는 직원의 창의성을 높이지 못하고 오히려 파괴한다는 연구결과가 많기 때문이다. 올리버 바우먼 남덴마크 대학 교수의 연구 결과가 그 중 하나다. 직원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그로부터 얻는 수익의 1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던 것을 90%로 확 높였다고 한다. 그랬더니, 쓸모 없는 제안만 2배로 늘어났을 뿐이었다. 혁신적인 제안은 증가율이 사실상 0%였다. 인센티브를 9배로 높였지만, 헛수고였던 것이다. 

다만 오해는 말라. 경기도의 아이디어 오디션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지자체를 평가절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단지 그들의 창조적 아이디어는 인센티브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자신의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고, 열정을 쏟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인센티브 자체는 혁신과 창조에 방해만 될 뿐이다. 이를 입증하는 대표적인 실험 2가지를 자세하게 소개한다. 

80년대 초반 어느 화창한 날, 테레사 아마빌 박사는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교와 보스턴 대학교에 다음과 같은 광고 문구를 붙였다. "작가 여러분: 글쓰기, 특히 시와 픽션 또는 드라마를 쓰고 있는 작가라면 시간당 3달러의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왜 글을 쓰는지 그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글쓰기와 관련된 심리 실험을 할테니 참여해달라는 광고였다. 

젊고 가난한 작가인 토마스(가명)와 줄리안(가명) 등은 광고를 보고 아마빌을 찾아갔다. 시급 3달러면 80년대 초반만 해도 꽤 유혹적인 금액이었다. 토마스와 줄리안을 포함한 72명이 아마밀의 실험에 참여했다. 

토마스와 줄리안에게 주어진 첫번째 과제는 똑 같았다. 일본의 짧은 정형시인 '하이쿠'를 짓는 거였다. 다만 첫 줄과 마지막 줄에 'snow(눈)'를 넣어야 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지은 하이쿠를 회수해 12명의 경험 많은 시인들에게 주었다. 창조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게 했다. 

그런 다음 토마스는 존 어빙이 쓴 단편을 10분만에 읽고는 설문에 답했다. 설문은 글쓰기가 얼마나 즐거운가를 상상하게 했다. '글을 쓰면서 새로운 통찰을 얻는다' '자신을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데에서 만족감을 얻는다' 등이었다. 

줄리안 역시 같은 단편을 읽은 뒤 설문에 응했다. 그러나 설문 내용이 많이 달랐다. 글을 잘 쓰면 얼마나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베스트셀러를 쓰는 재정적으로 안락해진다'. '글쓰기를 잘 하면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있다', '프리랜서 작가를 위한 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등이었다. 

설문이 끝난 다음, 토마스와 줄리언 등은 하이쿠를 한번 더 지었다. 이번에는 'laughter(웃음)'가 주제였다. 이번에도 역시 아마빌 박사팀은 시인 12명에게 판정을 맡겼다. 창조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게 한 것이다. 

실험 결과는 어떠했을까? 놀라웠다. 줄리언은 두번째 지은 하이쿠가 첫번째 지은 하이쿠보다 훨씬 못하다는 점수를 받았다. 줄리언과 비슷한 설문을 받은 참여자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였다. 그저 돈을 벌고, 좋은 직업을 얻는 것을 상상했을 뿐인데, 시를 창작하는 능력이 떨어진 것이다. 줄리언이 속한 그룹은 첫번째 하이쿠의 평균 점수가 18.19점이었다. 그러나 두번째 하이쿠 점수는 15.7에 불과했다. 반면 글쓰기가 얼마나 즐거운지 상상한 토마스의 그룹은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첫번째 하이쿠 점수는 18.76이었고, 두번째 하이쿠 점수는 19.88로 상승했다. 

아마빌의 실험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얼마나 많은 출판사들이 인센티브로 작가들을 유혹하는가? 베스트셀러를 쓰면 큰 돈을 벌 수 있고, 강의료 수입도 올릴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역효과를 낸다고 한다. 작가의 창의성을 떨어뜨린다. 

기업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컸다. 창의성이 특히 필요한 연구개발자, 디자이너들에게 기업은 인센티브를 당근으로 썼다.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면, 큰 성과급을 받거나, 더 높은 자리로 간다, 그러니 창조적인 제품을 개발하라고 얼마나 다그쳤는가? 하지만 아마빌의 실험 결과는 기업들에게 웅변한다. '여러분들은 괜한 짓 하신 거에요. 그래서 더 혁신적인 제품 나왔습니까? 아니죠? 오히려 여러분은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방해하신 거에요." 

이제 한 가지 실험을 더 소개하겠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드라이브'를 쓴 다니엘 핑크가 2009년 TED 강연에서 소개해 유명해진 '양초 실험'이다. 예를 들어 피터와 샘이 이 실험에 참여했다고 가정 해보자. 

먼저 샘이 어두운 방 안에 들어갔다. 방안에는 벽 옆으로 테이블이 있었다. 그 위에는 양초와 성냥, 그리고 압정이 들어 있는 상자가 놓여 있었다.(그림 A 참조) 실험 진행자는 샘에게 이렇게 말했다. "벽에 초를 붙여 보세요. 그러나 촛농이 테이블 위에 떨어지지 않게 하세요." 그러면서 실험 진행자는 샘에게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문제를 남보다 먼저 풀면 돈을 드리죠. 문제 푸는 속도가 상위 25% 안에 들면 5달러를 주겠어요. 그리고 만약 가장 빨리 풀어내면 20달러를 주겠습니다." 당시는 1962년이니까, 5달러나 20달러면 꽤 큰 금액이었다. 샘에게 '빨리 문제를 풀어야지'라는 마음이 들게 하기에 충분한 돈이었다. 샘은 8분 30초 만에 문제를 풀었다. 그림에서 B처럼 압정상자를 양초받이로 쓰면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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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초 문제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피터 역시 어두운 방안으로 들어갔다. 샘과 다른 점은 아무런 인센티브를 약속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저 초를 벽에 붙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피터가 압정상자를 양초받이로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걸린 시간은 5분이었다. 샘보다 3분 30초가 짧았다. 

피터와 샘뿐만 아니었다. 실험 참여자 중에서 인센티브를 약속 받은 사람들의 문제풀이 속도가 늦었다. 정확히 평균 3.5분이 늦었다. 인센티브를 약속하니까,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악화됐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왜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면, 사람들은 양초 문제를 푸는 속도가 늦어진 것일까? 왜 인센티브를 받는 상상만 해도, 창의적으로 시를 쓰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 것일까? 

인센티브를 약속 받은 참가자들의 두뇌가 가장 빠른 해결책을 찾는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알려진 해결책만 스캔한다. 당연히 틀을 뛰어 넘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들에게 압정 상자는 압정 상자일 뿐이다. 압정 상자가 양초받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이게 바로 인센티브의 폐해다. 인센티브 제안이 오면 우리 두뇌는 압박을 받는다. 그리고는 어떻게 하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까에 에너지를 쏟는다. 가장 빠르게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그 결과, 우리 두뇌는 늘 가던 길로만 가려고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 그 결과, 창조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창의성이 떨어지게 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인센티브를 제안 받은 업무에서 달아나 버린다. 인센티브를 제안 받은 우리 뇌는 압박을 받은 나머지 이렇게 속삭인다. '아, 스트레스 받는군. 이런 재미없고, 가치 없는 일을 하라니, 하지 마.'하고 말이다. 

오늘날은 지식사회다. 일을 잘 하려면 창조와 혁신이 필요하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인센티브는 이를 못하게 가로막는다. 그래서 인센티브가 창의성에 해롭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