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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이야기

정신적 토대(spiritual base)와 정신모형(mental model)






정신적 토대(spiritual base)와 정신모형(mental model)

 

 

나는 유행을 타지 않는 굳건한 반석 위에 경영학과 경영관리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경영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경영에 관한 경영자들의 정신적 토대를 굳건히 세우지 않으면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촛불 같은 신세가 된다. 우리의 정신적 토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우선 몇 가지 이슈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나온 이론과 모형, 방법론과 기법들은 모두 동일한 전제 위에 구축된 것이라는 점이다. 그 전제란 다음의 두 가지다.

 

조직(기업)의 궁극적 성과는 재무제표의 당기순이익이다.

인간은 노동력의 원천으로서 교환 가능한 인적자원이다.

 

당기순이익이라는 전제는 지난 100년간의 경영이론이나 경영자들이 추구해온 관행, 그리고 각종 문헌들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러한 전제는 구성원들에게 불안과 스트레스를 강요하면서도 정작 조직(기업)에게는 이윤조차 그렇게 만족스럽게 해주지 못했다. 단기이윤을 강조하는 기업일수록 오히려 경영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한다.

 

구성원을 인격체가 아니라 인적자원(Human Resource)으로만 취급하는 관행은 미국식 경영학이 추구하는 당연한 전제이다. 그래서 구성원을 당기순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해 왔고, 그 결과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도 정신적으로는 점점 피폐해져 가고 있다. 조직 내의 동료들끼리 경쟁이 심화되고 사회적으로는 자살률과 범죄율이 점점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경영학은 잘못된 전제를 재검토하지 않은 채, 개별조직의 이익을 위한 방법론만을 계속 세련되게 만들어 가고 있다. 때문에 미래에도 그리 큰 희망을 걸기 어렵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말대로 문제를 일으킨 의식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똑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우리는 이제 지난 100년간 경영학과 경영자들이 금과옥조로 받아 들여왔던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선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정신적 토대를 근본적으로 갈아엎어야 한다. 경영관리의 의미를 근본부터 새롭게 짚어내야 한다. 지금까지의 잘못된 전제를 포기하고, 두 가지 새로운 전제 위에 경영이론과 경영관행을 구축해야 한다.

 

재무제표의 숫자는 구성원의 마음에서 나온다.

인간은 자신의 잠재력을 발산할 때 효율성이 가장 높다.

 

그러므로 경영자는 재무제표에서 벗어나 구성원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곧 경영관리의 원리가 되어야 한다.

 

효율성은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마음의 문제는 이전에 이미 다루었으므로 참고하기 바란다.[최동석(2013), <인간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경영학>, 21세기북스, 147~246쪽] 


여기서는 효율성의 개념을 잠시 짚고 넘어 가자. 인간의 마음과 효율성의 전제 위에 경영학 또는 경영관리를 구축하려면 우선 경제(economy)의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한다. 경제는 현대적 의미에서 보면 사람들에게 좀 더 편하고 안락하게 해주는 그 무엇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하여 여가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결국, 복지(welfare)를 증대시키는 것이 곧 경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복지를 증대시킨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복지가 증대되었는지는 무엇을 보면 알 수 있는가? 한 국가의 복지지표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이 GNP 또는 GDP. 생산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의 척도를 말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듯이 그것만으로 복지가 증대되었다고 보지 않는다. 여기에 더하여, 학문과 기술의 성숙 정도, 역사적 문화적 자존심과 건전한 가치관, 그리고 조직의 구성요소를 적절히 자극하고 조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효율성 등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경제를 잘 운용하여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원리는 무엇인가?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잘 배분하여 그 자원들이 최대한의 효율성을 발휘하도록 하면 된다. 그렇게 하는 기본 원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다.

 

비용 최소화

성과 최대화

 

이러한 두 원리가 실현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경제학과 경영학이다. 두 학문 모두 구성원 또는 이해관계인의 복지를 증대시킨다는 목적은 동일하다. 그러면 경영학은 경제학과 무엇이 다른가?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주체와 대상의 차이다. 경제의 주체는 정부, 기업, 가계 등 추상화된 개념들인데 비해, 경영의 주체는 경영자로 인식되는 개개인이라는 점이다. 대상에서도 국가차원에서 사회전체의 자원배분에 관계된 것은 경제에 속하지만, (외부와 경계를 가지고 있는) 기업처럼 구체적인 단위조직의 자원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경영행위가 된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석유와 같은 물적 자원이 효과적으로 배분되는 원칙을 정하는 행위(, 석유에 부가하는 세금을 조절하는 등의 행위)는 국가 전체적인 복지를 증진시키려는 경제적 행위(최대의 성과를 추구하여 부를 증진시키는 행위)에 속하지만, 정부조직 자체가 필요로 하는 석유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한 결정은 조직구성원과 그 이해관계인의 복지를 증진시키려는 경영적 행위(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끌어내는 행위)에 해당한다. 이렇게 경제와 경영은 동일한 원리를 추구하면서도, 완연히 구분되는 학문영역이다.

 

다시 한 번 더 정리하면, 효과성(effectiveness)은 국가라는 추상적 개념이 자신의 국부와 복지를 증진시키려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느냐의 문제이고, 효율성(efficiency)은 기업과 같은 단위조직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한 결과에 스스로 만족스러워 함으로써 복지가 증진되었느냐의 문제다.

 

우리가 지금 시스템 경영에 대해 학습하려고 하는데, 왜 갑자기 경제에 대해 언급하느냐 하면, 효과성(effectiveness)과 효율성(efficiency)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서다. 물론 사회에는 경제적 효율성(economic efficiency)도 필요하고, 조직에서도 경영적 효과성(managerial effectiveness)이 필요하긴 하다. 그래서 경제든 경영이든 비용 대비 성과를 최대화하려는 노력은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경제에서는 효과(effectiveness)를 더 중시하고, 경영은 효율(efficiency)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경제적 효과성(economic effectiveness)과 경영적 효율성(managerial efficiency)으로 구분해서 부른다.

 

이런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한 사람이 앞서 <인간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경영학>에서 언급했듯이 체스터 바나드(Chester Irving Barnard, 1886~1961). 효율성은 기본적으로 투입과 산출의 비교를 통해 계산되므로 공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투입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산출을 최대한으로 늘릴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기법들이 경영공학으로 발전해 왔다. 효과성은 투입을 고려하기 보다는 목표로 삼았던 산출을 어느 정도 달성했는가로 결정된다.

 

조직을 경영하는 데 있어,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성도 고려해야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효율성이다. 효율성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성과를 내는 지표이기 때문에 효과성보다 더 중시되어야 할 지표다. 효율성을 높이게 되면 효과성을 높이는 것이 매우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효율성에 관해서 지금까지 연구된 대부분의 이론과 방법들이 물적 자원의 효율성 제고에는 다소 도움이 되었지만, 인적 자원에 적용될 경우에는 오히려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영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공학적인 기술로 무장된 쥐어짜는 방식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체스터 바나드가 말한 효율성을 공학적 의미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는 효율성 개념을 공학적 의미가 아니라 인간중심적인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행위가 어떤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게 되면 그 행위를 효과적이라고 한다. 또 비록 효과적이든 아니든 그 행위가 목적의 동기를 충족시키고 그 과정이 이것을 상쇄시키는 불만족도 만들어 내지 않는다면 그 행위가 효율적이라고 한다. 어떤 행위가 (행위자의) 동기를 충족시키지 못하든지 또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을 유발시키게 되면 그 행위가 비록 효과적이더라도 비효율적이라고 한다.[체스터 바나드(2009), <경영자의 역할>(The Functions of Executive), 이정혜 옮김, 21세기북스, 60~61]

 

이렇듯 바나드의 저작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사상은 효율성이란 행위자, 즉 구성원의 동기가 충족되어 만족감을 느끼는 정도를 지칭하고 있다. 결국 효율성이란 구성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그들의 창의력이 발휘되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그것은 경영에 있어서 인간에 대한 기본 전제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의 효과성을 높이려고 인간을 기계의 부품이나 자원으로 보는 지금까지의 전제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야 한다. 인간을 영혼의 능력을 소유한 실존적 존재로 전제하게 되면, 새로운 방법론과 기법들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재무제표의 숫자에서 눈을 돌려 사람을 깨어있는 마음의 눈으로 보게 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경영이란 사람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와 인간에 대한 정신적 토대 또는 정신모델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