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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이야기

시스템 사고의 결핍 현상과 그 원인



 

내 강의의 첫시간은 인간론이다. 인간관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이해해야 오늘의 경영현상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의 결핍 현상과 그 원인


우리나라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국가의 지도급에 있는 인사에서부터 상추농사를 짓는 농민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일에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시스템 사고의 결핍이 원인이다. 일은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일하는 것만큼의 생산성을 내지 못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죽도록 일해도 성과는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국가의 경쟁력, 기업의 생산성,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이유가 시스템적 사고의 결여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핵심적인 이유 때문이다.

 

첫째 근시안(近視眼) 현상이다. 우리는 지금 10년은커녕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 1년은커녕 몇 달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 지도급 인사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인구 전체가 장기적인 인생설계는 고사하고 몇 달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농부들의 농사짓는 일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들조차 학교에서 어떤 담임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제 막 사회생활의 출발점에 선 젊은이들도 뛰어 넘기 힘든 취업의 장벽이 가리고 있어서 자신의 인생설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온통 나라 전체가 근시안 상태에 빠져 있다.

 

둘째 차안대(遮眼帶) 현상이다. 차안대란 경주마에게 측면이나 후면을 보지 못하도록 말머리에 씌우는 것을 말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뿐 아니라 지도급 인사들도 국가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에 집착하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는 옳은 일 같지만 국가 전체적 입장에서 보면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많은 사람들이 근시안증후군과 차안대증후군에 빠져 있는 걸까? 시스템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시스템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는 이유는 또 뭘까? 교육 때문이다. 어떤 변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과학적이고 분석적으로 찾아내는 인과관계의 고리를 파악하는 교육훈련이 오히려 시스템 사고를 방해하고 있다. 지금까지 과학적이라고 믿었던 분석 틀, 즉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사고의 틀이 사실은 전체적인 시각을 갖지 못하도록 유도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전체를 보라고 한다든지 장기적인 시각을 갖도록 가르친다고 해서 시스템 사고가 길러지는 것도 아니다.

 



두번째 주제는 조직이다. 사람들은 조직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각자 자신이 경험했던 조직의 형태와 의미를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날 조직의 삶의 수단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것이 비극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경영에서 발생하는 이런 근시안증후군과 차안대증후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시스템 사고가 아닌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그래서 매우 부분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시스템 이론에 근거해서 학습조직의 개념을 만들어낸 피터 센게(Peter Senge, 1947~)는 이런 현상을 어제의 해결책이 오늘의 문젯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피터 센게(1996), <5 경영>, 세종서적, 83]

 

말하자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제시하여 그 문제는 해결했는데, 그 대안이 다른 부문에 부작용을 낳아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그 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처방을 연구해서 그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처방이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킨다. 또 다시 그 부작용을 해결하는 처방을 연구하는 식으로 이 세계와 인간에 대해 점점 더 큰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처방전을 만들 수 없을 때까지 부분적 해결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부분적 해결책은 전체적으로 보면 악순환의 고리를 더욱 크게 만드는 꼴이다. 원전문제가 바로 그렇다. 독일이 원전을 완전히 포기한 이유는 그들의 시스템적 사고에 기인한 것이다. 원전은 어차피 인류의 재앙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깨달았기 때문이다.

 

경영학에서는 경쟁우위확보, 전략경영, 품질경영, 조직문화, 성과급 차등화, 혁신과 스피드경영, 성과지표경영 등과 같은 개념을 만들어서 보급하기도 했다. 어떤 것은 약간의 부분적 효과를 거둔 것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역효과를 가져왔다. 시스템적 해결책이 아니라 부분적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부분적 해결책은 그 부분의 문제를 해결해 줄지 모르지만, 전체에는 오히려 더 큰 폐해와 부작용을 안겨주기도 한다. 근본적인 치유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켜 줄뿐이다.

 

특히 성공적으로 잘 나가는 기업조직을 예로 들면서 조직문화가 성공의 열쇠라고 주장하기도 했다.[톰 피터스, 로버트 워터먼(2005), <초우량 기업의 조건>, 이동현 옮김, 더난출판사를 참조]

 



마지막 주제는 늘 내가 질문하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배웠는가?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살려고 하는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기업에서는 임직원들 교육훈련에 엄청난 투자를 한다. 영리만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도 교육훈련에 매진하는데... 도대체 교육을 등한히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는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업무시간의 10%는 교육훈련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다가 좋은 조직문화라고 칭송을 받던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부실한 기업으로 전락하자, 이번에는 또 다른 기업들을 예로 들면서 전략수립과 실행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마이클 포터(2008),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 조동성 옮김, 21세기북스를 참조하기 바란다.] 전략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경영에 있어 전략중심주의 사상이 큰 물결을 이루었다. 전략중심주의 광풍이 지나고 나니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성과를 균형 있게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 세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것이 소위 균형성과지표(Balanced Scorecard, BSC).[로버트 캐플란(Robert S. Kaplan, 1940~)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를 중심으로 하는 일련의 저술들을 참고]

 

심지어 자기들끼리 균형 잡힌 성과관리의 모범기업을 뽑아서 표창을 하고, 명예의 전당을 만들기도 했다. 되돌아보면, 각종 이론과 기법들이 유행처럼 휩쓸고 지나갔다. 지난 100년간 기업역사를 볼 때 현재 칭송을 받고 있는 기업들이 언제 어떻게 부실화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