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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록/에세이

아들이 가져온 애비의 생일축하케익

아이들이 집을 나가고 나니 쓸쓸하기가 이를 데 없다.

이제는 우리 부부가 앉아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고 말해야 하는 시간이 곧 올 것이다. 


일주일 전부터 수요일에는 집에 들리겠다던 아들은 

바쁘다는 말로 주말에나 오겠다고 약속을 미뤘다.


아들이 일주일만에 집에 들렀다. 

애비의 생일 때문에 케익을 들고 왔다.

물론 내 생일은 열흘이나 지나고 말았다.



아들이 가져온 애비의 생일축하케익



아내와 나의 생일은 음력으로 쇠니까 

아들은 음력이 늘 헷갈린다고

음력을 양력으로 죄다 바꾸자고 주장하면서

부모생일도 양력으로 쇠기로 정했다.


내가 태어날 당시에는 세계가 음력으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양력의 정확한 생일을 알지 못한다. 굳이 따져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엄밀히 따지면 음력 12월 5일을 양력 생일로 쇠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생일 챙기는 것도 잊어버리고 지낸다. 


이제 우리 집은 음력이 완전히 양력으로 넘어갔다.

아이들이 음력을 귀찮아 하면서 기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모생일을 양력으로 바꿔버린 아이들에게 

이 집안의 리더십이 깨끗이 넘어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아이들이 집에 올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저 아이들 처분에 모든 것이 맡겨져 있다.


한 집안의 리더십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옮아가듯이

국가운영도 이렇게 젊은이들이 맡아서 했으면 한다.

늙은이들은 이제 스스로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