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영 이야기

수전 파울러_당근과 채찍은 안 된다

[매경 MBA] 동기부여, 당근? 채찍? 둘 다 틀렸다
승진·인센티브·징계로는 동기 유발 오래가지 않아
직원 헌신하게 만들려면 스스로 흥미 일으키게 해야
기사입력 2015.02.06 04:10:03

■ 수전 파울러 켄블랜차드컴퍼니 시니어 컨설턴트 

 기사의 0번째 이미지
#1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창시자이자 심리학계 대가인 에드워드 데시 미국 로체스터대 교수는 1960년대 말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했다. 이른바 ‘소마(Soma) 퍼즐 실험’이다. 데시 교수는 실험 대상 대학생을 두 집단으로 나눠 소마라는 재미있는 블록 퍼즐을 풀게 했다. 한쪽 그룹에는 형상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1달러씩 주기로 했고 다른 쪽에는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아무 보상 없이 퍼즐 자체를 즐긴 그룹 학생들이 훨씬 많은 흥미를 보였고 몰입도도 높았다. 퍼즐에 몰두하는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창의성이나 문제 해결 측면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돈을 받은 그룹 학생들은 처음엔 퍼즐에 열심이었지만 보상을 없애자 이내 흥미를 잃어버리고 퍼즐을 하는 시간도 짧아졌다. 돈이라는 외부 보상보다 조건 없이 퍼즐 자체의 즐거움에서 유발된 동기가 더 뛰어난 성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2 미국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단장 빌리 빈. 촉망받던 선수였던 그는 1980년 고교 졸업 후 드래프트 1순위로 뉴욕 메츠에 입단했다. 순전히 돈에 이끌린 선택. 하지만 금전에 따른 동기유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여러 팀을 전전하다 결국 1989년 은퇴했다. 하지만 지도자로선 다른 모습을 보여 줬다. 이른바 ‘머니볼’ 이론(선수 모집·육성에 통계학을 접목한 독창적 이론)으로 가난한 만년 하위팀 오클랜드를 정상권에 올려놓은 것. 그의 활약을 지켜본 명문 구단 보스턴 레드삭스가 2002년 스카우트에 나섰다. 당시로선 야구 역사상 최고 수준 연봉과 인센티브, 전용기까지 제안했다. 빌리 빈은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에서 단 한 번 돈 때문에 결정을 내린 적이 있소(메츠로 간 일). 그 후 나 자신한테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소.” 

그 이후는? 빌리 빈은 더 승승장구했다. 명예의 전당 헌액 후보로도 거론될 정도로 전설적 야구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빌리 빈을 이끈 건 부와 명성이 아니었다. 야구에 대한 열정, 구단과 팬들, 가족에 대한 헌신과 애정이었다. 그의 스토리는 성공을 위한 동기부여는 돈과 명예보다 더 중요한 ‘무엇인가’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보여 준다. 

기업 경영자와 리더들은 언제나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더 열심히 일하게, 더 뛰어난 성과를 내게 할 것인가?” 가장 손쉽게 택하는 동기유발법은 두 가지다. ‘당근’ 혹은 ‘채찍’. 수백 년간 리더십의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어져온 이 법칙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리더십과 동기유발 권위자인 수전 파울러 켄블랜차드컴퍼니 시니어 컨설턴트 겸 샌디에이고대학 교수는 “No!”라고 단언한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신문 MBA팀과 인터뷰하면서 “모든 사람은 이미 동기부여가 돼 있기 때문에 경영자나 상사들이 인위적 방법으로 동기유발을 하려는 시도는 먹히지 않는다”며 “동기부여가 돼 있느냐가 아니라 ‘왜’ ‘어떤’ 동기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압박이나 강요 같은 ‘채찍’은 물론이고, 금전적 보상·승진·명성 등 ‘당근’은 직원들에게 수준 높은 동기유발을 이끌어내는 데 독(毒)”이라고 지적했다. 파울러는 “직원(모든 사람)들의 근원적·심리적 욕구인 ‘Autonomy(자율성)’ ‘Relatedness(관계맺기)’ ‘Competence(역량)’를 충족시켜 준다면 긍정적 동기유발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긍정적 동기에 이끌린 이들은 일과 조직에 헌신하고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한 내용. 

―리더들이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모든 직원은 이미 언제나 동기유발이 돼 있다. 리더들은 그들에게 억지로 동기부여할 필요가 없고 그럴 수도 없다. 배움과 성장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다. 어린아이가 말이나 걸음마를 배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모든 직원이 동기유발돼 있다는 데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상당수 직원들은 태만한 것도 사실이 아닌가. 

▶먼저 ‘동기(motivation)’와 ‘열심히 일에 참여하는 것(engagement)’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자에 따라 후자가 이뤄진다. 주목해야 할 것은 ‘동기의 질(質)이 무엇인가’와 ‘무엇으로 인해 동기부여가 됐는가’다. 긍정적 이유에서 유발된 수준 높은 동기는 직원들에게 일에 대해 열정을 갖게 해 준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수준 낮은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다. 



―수준 높은 동기와 수준 낮은 동기란 무엇인가. 

▶동기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긍정적 의미인 ‘수준 높은 동기 유형(Optimal Motivational Outlook)’과 부정적 의미인 ‘수준 낮은 동기 유형(Suboptimal Motivational Outlook)’가 그것이다. 전자는 ‘제휴형(Aligned)’ ‘통합형(Integrated)’ ‘내재형(Inherent)’, 후자는 ‘무관심형(Disinterested)’ ‘외부보상형(External)’ ‘강제형(Imposed)’으로 다시 나뉜다. 

수준 높은 동기 3가지는 삶과 일에 대한 가치관이나 숭고한 목적, 흥미와 관심 등에 의해 유발된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건강식이다. 후자 3가지 유형은 주로 금전적 보상이나 승진·명예·권력과 같은 외부적 보상, 그리고 압박(압박감), 강제, 의무 등에 의해 일어난다. 음식으로 치자면 정크 푸드다. 쉽게 접할 수 있고 입맛도 당기지만 먹다 보면 몸을 망치듯 장기적으로 조직원들의 건강한 동기유발을 가로막는다. 

―수준 높은 동기유발을 위해선 3가지 기본적 심리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는데. 

▶직장에서 자율성(Autonomy)·관계맺기(Relatedness)·역량(Competence) 욕구가 잘 충족되는 경험을 한 직원들은 ‘웰빙(well―being)’을 경험하고 수준 높은 동기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리더들은 자기 마음대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없다. 하지만 직원들의 가장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 3가지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직장을 만들거나 직원들에게 ARC를 충족시켜 수준 높고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되도록 도울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일단 자율성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고, 자기 의지에 따라 일을 하며 본인 행동의 원천이 자신이란 느낌을 갖고 싶어하는 욕구다. 예를 들어 공장 노동자들은 상황에 따라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을 때 훨씬 더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 반대로 자율성이 침해된다고 느끼면 생산성이나 성과도 떨어진다. 관리자가 아예 손을 놓고 있으라는 건 아니다. 직원들이 일터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일방적으로 데드라인을 정해 놓고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라고 압박하기보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간계획을 직원이 직접 관리할 수 있게끔 돕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 특히 불필요한 경쟁을 유도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관계맺기와 역량 욕구는 어떻게 충족시켜야 하나. 

▶관계맺기 욕구는 타인에게 보살핌을 받고 타인을 보살펴주고 싶어하는 욕구다. 상대방에게 숨겨진 나쁜 의도에 당할 걱정 없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함께 뭔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자 하는 욕구이기도 하다. 리더들은 직원들이 직장에서 의미를 찾고 중요한 목적에 기여하고 건강한 대인관계를 갖도록 도와야 한다. 상사와 동료들에게 돌봄을 받고 그들을 돌보기도 한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특히 그들 감정과 생각에 관심을 갖고 이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항상 직원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물어보고 이를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 상사가 부하들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드라이브만 걸어대고 압박만 가한다면 직원들은 그 상사의 행동이 이기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기게 된다. 관계맺기에 대한 그들의 바람은 손상되고 결국 성과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역량 욕구는 직장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도전과 기회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점점 자신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발전하며 성장한다는 느낌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일생 중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직원들이 이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자신이 점점 퇴보하고, 회사에서 소모만 될 뿐 배우는 것은 없이 무능해진다고 느낀다면? 긍정적인 동기유발은 힘들어진다. 리더는 직원 교육에 공을 들이며 직원들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 직원들에게 “오늘 무엇을 이뤄냈느냐”는 질문 대신 “오늘 하루 무엇을 배우고 업무를 통해 얼마나 성장했나요? 어떤 느낌이었죠?” 같은 질문을 해 보라. 

―수준 높은 동기유발을 위해선 ‘당근과 채찍’ 전략을 버려야 한다고 했는데.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보상이 부여되는 조건하에선 이를 얻기 위해 행동하게 된다. ‘당근에 중독된’ 이들의 행동은 보상에 의해 좌우되고 조종된다. 자율성이 침해된다. 직원들은 일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잃거나 의미를 찾기 힘들게 된다.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배움과 성장, 발전에 대한 열망을 훼손시킨다. 

만약 보상이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다면 생산성이나 창의성이 급격히 저하될 것은 뻔한 일이다. 돈이나 평판, 승진 등을 위해 일을 하게 되면 직원들은 자신이 의미 있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일을 한다는 생각을 갖기 힘들다. 개인뿐만이 아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언제까지나 보상을 지속하는 건 쉽지 않다. 비용도 점점 커지게 된다. 보상을 받지 못한 다수는 마음을 다치기 쉽고 ARC도 훼손된다. 만약 직원이 지금 하고 있는 뭔가를 그만두게 하려거든 그에게 보상을 하라. 어느 순간 보상을 중단한다면 그 직원은 그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로니컬하지 않은가? 

―저서에선 칭찬도 독이 된다고 했는데. 

▶다소 뜻밖이겠지만 독이 되는 보상에는 금전·승진·명예뿐 아니라 칭찬도 포함된다. 칭찬을 보상으로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면 타인 의견에 점차 의존하게 되면서 스스로 좀 더 효율적으로 결정하거나 판단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최근 뇌신경학 연구에서 칭찬에 반응하는 뇌 부분이 외부 보상에 반응하는 부분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칭찬 대신 필요한 건 상대가 배우고 성장하고 있음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순수한 피드백이다. 

―수준 낮은 동기를 가진 직원들을 어떻게 수준 높은 동기로 바꿀 수 있는가. 

▶기술이 필요하지만 간략히 이야기하자면 우선 현재 직원의 동기 유형이 어디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수준 낮은 유형에 속해 있다면 끊임없이 ‘왜(Why)’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왜 중요한가, 왜 그렇게 느끼는가 등. 그러다 보면 과거 경험에서 나온 편견이나 나쁜 감정들을 걷어내고 새로운 대안이 보일 수 있다. 다음으로는 현재 직장에서 처한 상황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 혹은 목적 간에 일치하는 점은 없는지 찾아본다. 예를 들어 공장 일정관리 시스템 변경 프로젝트를 억지로 떠안은 직원이 이 프로젝트의 성공(효율적 시간 관리로 인한 작업시간 단축)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일과 후 여유로운 개인 생활)가 일치하는 점을 찾아낸다면 그의 동기는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옮겨갈 수 있다. 

■ 6가지 동기 유형 

파울러는 동기 유형을 크게 높은 수준·긍정적 동기와 낮은 수준·부정적 동기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6가지로 세분했다. 직장에서 회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을 예로 들어 이들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기사의 3번째 이미지


■ She is… 
동기유발 전문가…애플·구글 컨설팅 

수전 파울러는 리더십과 동기유발 전문가다. 켄블랜차드컴퍼니 시니어 컨설턴트이자 샌디에이고대학 경영자 리더십 프로그램 교수다. 애플, 구글, 머크, 화이자, 갭, 할리데이비슨, 세포라, NBA 등 기업과 조직에 컨설팅을 했다. ‘Why Motivating People Doesn’t Work…and What Does : The New Science of Leading, Energizing, and Engaging’(공저) 등 리더십과 동기유발에 관한 책을 다수 집필했다. 

[이호승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