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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록/에세이

경영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까


요즘 위기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국가경영이 위기이고, 기업경영이 위기라고 합니다. 세계경제가 불황의 깊은 늪으로 빠져들 것 같아서 걱정하기 때문에 그런 용어를 쓰는가 봅니다. 지난 날들을 돌아보면, 사실 위기가 아니었던 때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매순간 우리는 위기를 맞았지만, 그것을 위기라고 보지 않았을 뿐입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따라서 지금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경영자가 어려움을 맞아서 지금이 위기라고 말한다면, 그는 이미 경영자이기를 포기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 지도자의 자리에 앉힌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영자가 상황이 좋지 않게 되면, 감량 경영을 외치면서 직원들을 구조조정으로 잘라내는 것은 아무라도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경영자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과 똑 같은 생각을 하면서 경영자의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무지한 일이자 부끄러운 일입니다. 자신이 어째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인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기존의 경영과 완전히 다른 경영의 패러다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영자가 이익이나 자본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나 마음을 우선 고려하는 방식의 경영을 할 수 있다면, 더 큰 성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경영은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는 오랫동안 경영을 계획(plan), 실행(do), 통제(see)의 과정으로 인식해 왔습니다. 이것을 흔히 경영과정이라고 말합니다. 경영관리 현상을 잘 살펴보면, 계획하고 실행해서 그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나타나는 것은 분명합니다. 모든 경영자들이 예외 없이 이런 과정을 거쳐서 경영을 해나가는 데, 어떤 조직은 큰 성과를 내고, 다른 조직은 형편없는 성과를 냅니다.

 

그 차이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에 경영학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습니다. 형편없는 성과를 내는 조직에서도 미래를 예측하여 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대로 실행했을 뿐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해서도 확인점검을 통한 피드백을 받고 있었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계획 실행 통제의 경영과정을 밟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부실한 성과를 내는 조직은 경영과정의 질적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계획을 보다 정교하게 세우고, 실행을 좀더 확실하게 하며, 그 과정을 보다 철저하게 통제하는 방법을 연구해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개발된 수많은 경영기법들이 오늘날 경영학을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경영학이라는 학문의 발전에 어느 정도 공헌한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자들을 오도하는 폐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부터 많은 기업에서는 꼼꼼하고 깔끔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기 위해 온 힘과 정성을 쏟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계획이, 단기이든 장기이든 예나 지금이나, 잘 들어맞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경영자들이 실망하고 있던 차에 문화의 중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한때는 성공적으로 잘 나가는 기업을 예로 들면서 조직문화가 성공의 열쇠라는 주장에 열광했습니다. 그러다가 좋은 문화라고 칭송을 받던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부실한 기업으로 전락하자, 이번에는 또 다른 기업들을 예로 들면서 전략수립과 실행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전략주의 광풍이 지나고 나니까 이번에는 성과를 균형 있게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서 자기들끼리 균형 잡힌 성과관리의 모범기업을 뽑아서 표창을 하고, 명예의 전당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각종 이론과 기법들이 유행처럼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지난 100년간 기업역사를 볼 때 현재 칭송을 받고 있는 기업들이 언제 어떻게 부실화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가능한가?

 

정말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가능할까요? 나는 지난 100년간의 경영학을 뒤돌아보면서, 유행을 타지 않는 굳건한 반석 위에 경영학과 경영관리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까지 나온 이론과 모형, 방법론과 기법들이 어떤 전제 위에 구축된 것인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 전제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조직(기업)의 궁극적 성과는 재무제표의 당기순이익이라는 것과 둘째, 인간은 노동력의 원천으로서 교환 가능한 자원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제는 길게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난 100년간의 경영학계와 실무계가 추구해온 관행과 각종 문헌들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제에 의한 경영의 결과는 구성원들에게 불안과 스트레스를 강요하면서도 정작 조직(기업)에게는 버텀라인(bottom-line, 당기순이익)조차 그렇게 만족스럽게 해주지 못했습니다.

 

또한 구성원을 전인적인 인격체로 보기보다는 인적자원(Human Resource)으로만 취급합니다. 그래서 구성원을 당기순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해 왔고, 때로는 구조조정이라는 참혹한 장면도 연출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동일한 전제 위에서 방법론만을 계속 세련되게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도 그리 큰 희망을 걸기 어렵습니다. 아인슈타인의 말대로 문제를 일으킨 의식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똑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멍청한 짓입니다.

 

그래서 나는 경영관리의 의미를 근본부터 새롭게 짚어 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전제를 포기하고, 두 가지 새로운 전제 위에 경영이론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1. 재무제표의 숫자는 구성원의 마음에서 나온다.

2. 인간은 자신의 잠재력을 발산할 때 가장 효율적이다.

 

그러므로 경영자는 재무제표에서 눈을 돌려 구성원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산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곧 경영관리이기 때문입니다.

 

위기의 시대라고 합니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 겪었던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또다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한편으로는 경영에 대해 너무나 무지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에 대해서도 많은 오해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경영과정을 밟으면서 경영자들이 시행착오를 거듭했습니다. 그 고통은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사회적 파장이 컸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성숙했습니다. 아니, 성숙해져 있어야 합니다. 10년 전의 무식한, 그리고 무자비한 방법을 그대로 써서는 안 될 것입니다. 경영자들이 조직구성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경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면,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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