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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

경영의 효율성과 효과성

경영을 논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효율성(efficiency)입니다. 하지만, 효과성(effectiveness)을 더 중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효과성이란 어떤 결과가, 그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목표에 도달한 정도를 나타냅니다. 기업에서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기업의 성장과 발전은 효과성에 달려있다는 믿음이 퍼져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는 기업경영에 있어서 효과성(effectiveness)과 효율성(efficiency)을 엄격하게 구분해서 사용해야 하고, 각각의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효과성은 결과를 나타내지만, 효율성은 과정을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개념들이 서로 혼선을 일으키면 기업경영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모르고, 경영자들이 헛발질을 하게 됩니다.

 

효과성은 전통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개념이므로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효율성은 보통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른 면이 있으므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효율성은 크게 보면, 두 가지 방향에서 연구하고 활용되어 왔습니다.

 

첫째, 공학적 접근입니다. 여기서는 투입 대비 산출의 비율로 효율성을 계산합니다. 경영자들은 최소한 투입으로 최대한의 산출을 끌어낼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공학적 효율성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효율성은 기업경영의 합리성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예를 들어, 적정재고수준의 계산, 물류이동거리의 최적화 등과 같은 계량화된 변수들의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쉽게 규명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경영자들에게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었습니다.

 

둘째, 효율성에 관한 인간적 접근방식으로서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심리학적 논리체계를 말합니다. 인간적 효율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효율성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한 인물은 체스터 바나드(Chester Irving Barnard, 1886~1961)입니다.

 

그는 어떤 결과가 목표에 도달한 정도를 효과성(effectiveness) 개념으로 설명했고, 어떤 행위가 행위자의 동기를 충족시키면서 불만족을 일으키지 않을 경우를 효율적(efficient)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행위가 행위자의 동기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하게 되면, 그 행위가 비록 목표를 달성하여 효과적이더라도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C. I. Barnard, The Functions of Executives, Harvard University Press 1938 참조)

 



바나드의 저작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사상은 효율성이란 조직구성원의 동기가 충족되어 만족감을 느끼는 정도를 지칭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진정한 효율성은 공학적 효율성을 넘어섭니다. 구성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여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움으로써 조직 전체가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게 합니다. 말하자면, 높은 인간적 효율성은 자연스럽게 높은 효과성을 가져다 줍니다.

 

여기서 효율성과 효과성을 다음과 같이 2x2매트릭스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효과성

높음

C

A

낮음

D

B

낮음

높음

효율성

 

A는 기업의 높은 인간적 효율성을 통해 높은 효과성이 실현되는 경우인데, 이는 우리가 원하는 상태(desired state)입니다. 이런 상태에 도달하면, 그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은 궤도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B는 조직구성원의 인간적 효율성은 높은데 조직 전체의 효과성이 떨어지는, 즉 조직구성원의 내적 동기(intrinsic motive)는 충족되고 있지만, 조직의 목표는 달성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매력적인 비전과 조건이 정비될 때, A의 상태로 나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영자들이 이런 상황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에 피하고 싶어합니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게 되면, 심리적 만족은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조직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통제불능의 사태로 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에 휩싸입니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자연스럽게 C의 상태로 나가고 싶어하며, 인간적 효율성보다는 공학적 효율성을 통해 조직 전체의 효과성을 높이려 하게 됩니다.

 

C는 조직구성원의 내적 동기가 충족되지 않고 있어 불만족 상태에 있지만, 경영자는 쥐어짜는 방식의 경영을 통해 목표를 달성한 경우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조직이 이런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공학적 효율성을 통해 효과성을 높이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태는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D는 조직구성원의 내적 동기도 충족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어 있기 때문에 조직 전체에 낮은 효과성을 나타냅니다. 불황의 위기에 처한 요즘 같은 비즈니스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첫째, 구조조정과 같은 방식의 쥐어짜는 공학적 효율성을 높여 C로 끌어 올리는 대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결코 좋은 대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모든 구성원을 긴장과 스트레스 속으로 몰아넣기 때문입니다.

 

둘째, 인간적인 효율성을 높여 B로 나가게 하여 매력적인 비전과 조건을 정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A로 진입하는 상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조직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그것은 경영에 있어서 인간에 대한 기본 전제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직의 효과성을 높이려고 인간을 기계의 부품으로 보는 지금까지의 공학적 패러다임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합니다. , 공학적 패러다임에서 인간적 패러다임으로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해야 합니다.

 

인간을 영혼의 능력을 소유한 실존적 존재로 전제하게 되면, 새로운 방법론과 기법들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됩니다. 재무제표의 숫자에서 눈을 돌려 구성원들을 <깨어있는 마음>의 눈으로 보게 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경영이란 사람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효율성이고, 이런 효율성이 조직에 높은 성과를 가져올 것입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