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직 이야기

조직이란 무엇인가(1)_조직의 일반적 정의

조직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의 논란도 인간관에 대한 논란만큼이나 역사가 깊습니다. 그리고 인간관과 조직관은 상호 깊은 연관 속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조직(organization)이라는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인 『오르가논』(Organon)에서 나왔습니다. 『오르가논』은 도구나 수단을 뜻하는 말인데,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체계를 집대성한 책을 말합니다. 논리학이란 세계를 설명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이름을 그렇게 붙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조직이 세상을 설명하는 도구나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조직은 학자마다 다르게 정의되어 왔지만, 여기서는 그 정의와 변천과정을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시대마다 논자마다 서로 다른 인식 속에서도 조직에 대한 공통된 개념을 뽑고, 앞서 논의한 <인간에 대한 기본개념>을 보태서 표현해보면,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의는 <여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조직이란 영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하여 모인 협동체다.

 

이 정의가 여러분의 마음에 듭니까? 정의는 사람이 만든 것입니다. 자연의 원리나 법칙이 아니라, 그렇게 하자고 정한 것입니다. 이 정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현실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다면 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정의가 맘에 들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이제 따라가 봅시다. 이 정의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집니다.

 

첫째, 인간은 영혼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둘째,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

셋째, 협동체라는 점

 

첫째 이슈는 이미 <인간이란 무엇인가> 시리즈에서 논의했고,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둘째와 셋째 이슈입니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우리는 금방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현실에서 조직구성원이 과연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까? 여러분의 조직은 어떤가요? 모두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향해 한 방향으로 정렬이 되어 있나요? …

 

내가 보기에는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내가 실무를 할 때 늘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조직전체의 목표보다 더 우선시 합니다. 공동의 목표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멋들어진 벽걸이에 불과할 뿐입니다. 인사철마다 각종 비리와 학연과 지연으로 얼룩집니다. 그러니 힘있는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하고 줄을 잘 서야 합니다. 아첨의 기술이 발달하고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책임 있는 사람의 힘에 의해 공정한 시스템이 유지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직을 협동체라고 정의했는데, 일반적으로는 자신의 이익이 조직의 이익보다 더 공고히 확보되는 경우에 한하여 서로 협동합니다. 부서간에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전체를 위하여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부서가 양보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구성원간 또는 부서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조직 전체의 목표를 해치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타납니다. 협동체가 아니라 경쟁체라고 해야 할 정도입니다. 조직의 정의와 현실은 완전히 동떨어져 있습니다

 

조직의 정의가 빗나가는 이유

 

그런데도 우리는 어째서 조직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인 협동체라고 부를까요? 이것은 조직의 정의가 잘못 되었다기보다는 조직을 감싸고 있는 지배적 관념이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의 목표는 사적 목표로, 협동이 다툼과 투쟁으로 전도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배적 관념이란 거시적으로는 약육강식의 자본주의적 가치관이고, 미시적으로는 기계론적 조직관으로 규정, 규칙, 지침, 절차 등으로 조직구성원을 몰아붙여야 한다는 생각을 말합니다. 현대 조직이론은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현상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인간관만큼이나 변해 왔고, 이데올로기화된 자본주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조직은 더 이상 인간의 삶을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조직 그 자체가 하나의 목적으로 전환되었고, 인간은 그 목적을 위해 수단으로 취급됩니다. 여기서 조직이란 조직의 에너지를 좌우할 수 있는, 즉 권력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을 뜻합니다. 루이 14세가 짐이 곧 국가라고 말했을 때와 상황은 같습니다. 합리적 의사결정과정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은 절대권력을 가진 자의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직 내에는 절대권력을 향한 끊임없는 투쟁이 상존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권력을 쟁취하고, 조직 내에서 절대 권력을 확보하게 되면 절대왕정시대의 현대판이 구현됩니다.

 

CEO 한 사람이 종업원 평균연봉의 수백 배를 받는다는 게 인간의 상식으로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상상이 안 됩니다. 천문학적인 고액연봉을 합리화하려는 몰지각한 학자와 컨설턴트들은 경영자에게 많은 보상을 했더니 주주가치가 올라갔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Ira T. Kay, 최고경영자의 몸값은 얼마인가(CEO Pay and Shareholder Value), 무한 2000 참조하세요).

 

하지만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의 논리, 즉 조직구성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큰 기업에만 투자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당연한 원칙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이에 대해서는 나의 글, 진정한 자본가 워렌 버핏()철학으로 일군 워렌 버핏의 자본주의(), Wealth Management, August-September 2006을 참조하거나 <진정한 자본가 워렌 버핏>과 <철학으로 일군 자본주의 워렌 버핏>으로 가면 읽을 수 있습니다). 절대권력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조직설계가 절대로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월 스트리트의 관행은 아무런 합리적 해명도 없이 끼리끼리 복잡한 수식을 들이대면서 못된 관행을 지속해 왔습니다. 월 스트리트가 된서리를 맞게 된 것은 너무도 간단한 상식을 무시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