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직 이야기

조직이란 무엇인가(2)_제1세대 경영학

지난 이야기

             조직이란 무엇인가(1)_조직의 일반적 정의


조직이론의 발전과정은 경영학의 그것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조직이론가들이 만들어 놓은 조직개념도 시대의 지배적 관념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영학의 발전과정을 대강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3단계로 구분합니다.

 

     1세대 경영학(Taylorism) : 20세기 전반

     2세대 경영학(Druckerism) : 20세기 후반

     3세대 경영학(Wholism) : 21세기

 

20세기 초기에는 조직을 기계론적으로 인식했습니다. 이것은 경영학이 탄생하는 초기에 있었던 관점 그대로입니다. 이것을 테일러리즘이 대표합니다. 1강에서도 언급했듯이, 조직을 기계에 비교했고, 조직구성원을 그 기계의 부품으로 보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덕목은 기계적 조화(mechanical coherence)입니다. 인간의 근육과 움직임이 기계장치와 가장 잘 조화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조직이론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현상에서 조직이라는 개념적 실체를 체계적으로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인물이 독일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였습니다. 테일러와 마찬가지로 베버도 시대의 아들이었습니다. 19세기말 20세기 초의 유럽, 특히 독일은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었습니다. 프로이센의 군주정으로부터 비스마르크가 권력을 장악하여 통일국가를 이룩하였으나, 베버는 절대권력을 가진 사람에 의해 조직이 쑥대밭이 되는 것을 보고 관료제의 조직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날은 관료주의의 폐해를 너도나도 심각하게 얘기하지만, 당시에는 합리적이고 법률적인 근거에 의해 권한을 가지고, 정해진 규칙과 절차에 따라 일하게 되면, 봉건적 군주제에서 겪었던 폐해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관료제 조직이야말로 가장 능률적인 조직형태라고 주장했습니다.
(막스 베버, 박성환 옮김, 『경제와 사회 1, 문학과지성사 1997, 408쪽 이하를 참조하세요.)

 

이때부터 공식적인 조직구조와 시스템, 그리고 프로세스를 어떻게 설계하는 것이 좋으냐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이렇게 공식적인 권한과 책임을 중시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제도주의(institutionalism) 학파라고 부릅니다. 공식적인 구조와 체계와 절차를 정하는 방식은 마치 정교한 시계를 설계하는 것과 같고, 구성원은 몰개성적인 기계의 부품으로 생각했습니다. 조직구성원은 공식적으로 정해진 권한과 책임의 한계에 따라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개인의 잠재력 따위는 거의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것을 제1세대 경영학의 관점이라고 부릅니다. 테일러리즘과 제도주의적 관점은 아직도 경영학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여러 곳에서 얘기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인간이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는 사실은 여러 실험을 통해 금방 밝혀졌습니다. 공장 종업원들에게 근로조건을 아무렇게나 바꾸어도 생산성은 올라갔습니다. 당황한 연구원들이 그 원인을 몰라 헤매고 있을 때, 호주출신의 심리학자인 엘톤 메이요(George Elton Mayo, 1880~1949)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실험대상인 종업원들이 연구원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생산성이 좋아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 가설 검증 작업의 결과가 바로 그 유명한 호손실험(Hawthorne Studies)얘기입니다. 인간은 공식적인 구조보다는 비공적인 집단에 소속되고 그곳에서 인정받을 때 높은 생산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인간은 감정을 가진 부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간관계론이 나왔습니다.

 

그 후에 실무경험이 풍부했던 <체스터 바나드(Chester Irving Barnard, 1886~1961)>는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를 일치시킬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과 유인책을 잘 써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의 공로는 미국경영학에서 하나의 커다란 산맥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우선 오늘날에는 거의 상식이 되어버린 <효과성(effectiveness)과 효율성(efficiency)의 개념>을 처음으로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명시적인 목표에 도달한 정도를 효과성으로 보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의 동기가 충족되는 정도를 효율성으로 정의했습니다. 조직의 목적을 달성해서 높은 효과성을 이룩했더라도 구성원의 행위가 동기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불만족을 유발하게 된다면 그것은 비효율적인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따라서 조직이 구성원의 동기를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조직의 목표를 달성해갈 수 있다면, 그런 조직은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협동을 통해 성장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체스터 바나드(Chester Barnard), 『관리자의 역할』(The Functions of Executive), 신한종합연구소 1993, 21쪽 이하를 일단 참조하세요. 이 책은 경영학사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내가 지금 번역을 다시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직이 협동체라고 정의했던 것입니다. 이런 주장은 후대 경영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다양한 방면에서 천재성을 보였던 허버트 사이몬(Herbert Alexander Simon, 1916~2001)에게 큰 영향을 주였습니다. 사이몬은 인간의 의사결정이란 결코 완벽한 합리성에 기반하지 않으며 어느 정도 만족한 수준에서 결정해 버린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그 이면에 인간의 행동에는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음을 말합니다. 이것은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늘 경험하는 것이고 오늘날의 지성으로 보면 너무나 당연한 주장인데 그는 1978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