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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영국여행 이야기

영국여행 이야기(12)_여왕의 산책길(Queen's Walk)

오늘은 날씨가 흐리군요. 천둥번개도 치고 비바람이 칩니다. 이럴 땐 모차르트 음악이 제격입니다. 음악을 들으면 여행지가 떠오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영국여행 이야기나 계속해 보겠습니다.

2008
7월 31일 런던에 도착해서 보름 이상을 보냈으니, 어느 정도 시차도 적응되었습니다. 딸은 휴가를 끝내고 사무실에 복귀했습니다. 오랜만에 아내와 둘이 아파트에 남았습니다. 나는 책을 보고 자료도 정리할 겸 오늘은 그냥 쉬자고 했습니다. 아내는 그럴 수 없답니다. 아까운 휴가시간 중 하루를 집에서 쉰다는 것은 아내에게는 정말 아쉬운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런던 시내로 나가 보기로 했습니다. 아무 계획도 없이

 

여왕이 거닐었다는 산책로에 가면 혹시나 여왕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진짜 여왕이 걷기나 했는지, 그냥 이름을 그렇게 붙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있을 것 같기도 해서 무작정 걷기로 했습니다.


이 동판에서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겠지요. 굵은 검은 선이 주빌리 산책로입니다. 1977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은혼식을 기념하기 위해 런던 시내와 역사적 건물들을 지나가는 산책로를 만들었답니다. 총 길이 14마일(22.4km)입니다.

퀸즈 워크는 람베쓰 브릿지에서 타워 브릿지까지의 템즈강 남쪽 강변 산책로를 말합니다. 이 산책로는  그림에서 보듯이 강북에 있는 타워 오브 런던, 영란은행, 세인트 폴 대성당, 대영박물관, 코벤트 가든, 트라팔가 광장, 버킹검 궁전, 빅벤 등으로 이어집니다. 다시 강남의 런던 아이, 테이트 모던, 서덕 대성당, 시청사 등으로 이어지는 여왕의 산책로를 이으면 장장 22Km나 되는 거리입니다. 이것을 주빌리 산책로(Jubilee Walkway)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천천히 걸었습니다. 보이는 것만 보면서...

우리는 지하철 카나리 워프역을 떠나 시내에 있는 써덕역에서 내릴 참입니다.

써덕역에서 내려 템즈강쪽으로 가면 던전(London Dungeon)을 만납니다.

여름철이라 그런지 젊은이들은 던전에 들어가려고 줄을 섰네요.

거리의 예술가들

초기 자본주의의 상징이었던 아케이드, 소비하라고 유혹하죠. 발터 벤야민은 인간의 탐욕을 부추기는 양식으로 "아케이드 프로젝트"라는 책을 미완성으로 남겼고, 보들레르는 자본의 참을 수 없는 유혹을 "악의 꽃"이라고 썼던가요.

자본주의의 유혹에 견뎌낼 인간은 그리 많지 않지요.

런던의 강북 시티지역의 상징인 30세인트 메리 액스 빌딩. 영국인은 "거킨"(ghirkin, 오이지)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총알모양의 건물이라서 "불렛"(bullet)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씨가 런던에는 여름 한 철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지금 퀸즈 워크(Queen's Walk)에 있습니다.

여왕의 산책길

무시무시한 군함이 아름다운 템즈강에 떠 있습니다. 더군다나 타워 브릿지 앞에 말이죠.

한 때, 세계를 제패했던 해군력의 위용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템즈강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것이 저 군함입니다. 아무리 봐도 으시시 합니다.

써덕 대성당(Southwark Cathedral)입니다. '사우스워크'가 아니고 왜 '써덕'이냐구요? 나도 모릅니다. 영국사람들은 사우스워크라고 하면 못알아 듣고, 써덕이라고 해야 알아들어요. 발음하는 걸 보면 영국물을 좀 먹은 사람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답니다.

성당안이 멋있죠.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관리인이 와서 돈내는 사람만 찍을 수 있다고 합니다. 세상에! 성당 사진 찍는데 돈 받는 곳은 처음 봤습니다.

성당이 치사하게 굴어서, 우리는 보로 마켓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시장은 언제나 생기가 돌죠.

시장을 지나니까 포도주 도매상이 나타났습니다. 포도주!!! 크....

유럽 전역에서 들어오는 포도주를 도매로 팝니다. 몇 천원짜리에서부터 몇 백만원짜리까지...

템즈강 남쪽에 있는 아파트 모양이 재미있습니다.

세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입니다. 들어가서 관림은 못하고 우리는 그냥 걸었습니다.

이제 겨우 밀레니엄 브릿지에 도착했습니다.

밀레니엄 브릿지 남단은 "테이트 모던"이라는 현대미술관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술애호가들에게는 정말 죽여주는 곳입니다. 그런데 나는...

헨리 테이트(Hery Tate, 1819~1899)는 설탕을 만들어 팔아서 엄청난 부를 쌓았습니다. 자선단체에도 기부를 많이 했는데, 특히 자신이 수집한 현대적인 미술품들을 국가에 기증한 후 이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재산의 상당부분을 기부했습니다. 그것이 오늘날과 같은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가 되었습니다. 현대미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들러야 할 곳이죠. 일년에 500만 명이나 방문하는 곳이랍니다. 고전미술을 좋아하시면, 강북의 웨스트민스터쪽에 있는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에 가시면 됩니다.

 

아무튼 이렇게 시작된 테이트 갤러리는 오늘날 대기업들의 기부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런 기부문화를 지금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밀레니엄 브릿지는 사람만 건너다니는 곳입니다. 강남으로는 "테이트 모던"(Tate Modern), 강북으로는 세인트 폴 대성당(St. Paul Cathedral)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테이트 모던은 화력발전소를 개조해서 만든 현대미술관입니다.

안에서 보면, 엄청 큽니다. 예전에 불 때고, 터빈 돌리던 곳이겠죠.

2,3층에 올라가면 강북을 내다 볼 수 있습니다. 화창하던 날씨가 약간 먹구름이 끼기 시작합니다.

미술관을 이렇게 만들 수도 있겠구나.

애들이 태반은 놀고 있습니다.

낙서를 해 놓은 것인지 뭔지... 현대미술은 현대음악만큼이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감상하고 있습니다. 뭘 알고 보는지 모르겠지만...

내 눈은 이런 데 더 관심이 쏠립니다.

사람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어도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미술관에서 충분히 보지 못한 채 서둘러 빠져나왔더니, 아내는 뭔가 불만인 모양입니다.

밀레니엄 브릿지 위에서 테이트 모던을 배경으로

밀레니엄 브릿지를 건너면 세인트 폴 대성당에 도착합니다.

워낙 커서 전체를 카메라에 담을 수가 없습니다.

아래 동영상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마침 저녁미사(Evensong)였습니다. 미사중이라서 사진을 못찍게 했습니다. 그래서 캠코더로 녹음을 했는데, 천상의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성당의 서쪽 입구입니다. 많은 런더너들이 석양을 보면서 휴식중입니다. 성당이 중생을 품고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너무 걸어서 지쳤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런던증권거래소가 보였습니다. 런던의 시티지역은 다닥다닥 건물들이 붙어 있어서 건물전체 사진찍기가 불편합니다. 간판만 찍었습니다.

주빌리 산책로는커녕 여왕의 산책로를 반도 걷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니 벌써 날이 저물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