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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록/에세이

김용민의 막말: 텍스트와 컨텍스트에 대하여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이 막말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보수적인 정당과 언론들은 그것을 선거 쟁점화하고 있습니다. 누가 어떤 말을 했다면, 그런 말을 하게 된 사태와 상황을 이해해야만 그 말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그 말 자체만 들어보면 너무 심한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항상 텍스트(text)보다는 컨텍스트(context)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실과 진의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7,8년 전으로 돌아가 봅시다. 미국인들, 특히 부시 정권의 일방적 패권주의 정책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킨 것이죠. 이라크가 대량학살무기를 제조하고 있고, 이것이 인류평화를 위협한다는 것이 전쟁의 명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믿을만한 정보기관들이 부시 대통령에게 올린 진실한 정보들은 대부분 무시되었습니다. 당시 정권실세들이 관여하고 있던 무기업체들의 로비를 받아들여 기어코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에서 그렇게 찾던 대량학살무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 것이 전리품의 전부였습니다. 분노한 많은 지성인들은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 정책을 성토했습니다. 나아가 세계인들은 평화를 내세우며 전쟁을 일으킨 부시 정권의 이중성에 경악했습니다. 무기상들과 결탁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의정부에서 효순 미선양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죽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것은 불가사의한 사건이었습니다. 대낮에 장갑차가 여중생들을 길거리에서 그냥 밀어버린 것이니까요. 그리고 쿠바 남부의 미 해군기지에 건설된 관타나모 수용소는 고문을 비롯한 성적 인권유린과 반인륜적 행태를 저지른 곳으로 이미 세계의 지성인들은 그 수용소를 폐쇄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한 쪽에서는 세계평화를 내걸어 놓고, 다른 한 쪽에서는 반인륜적 행위를 일삼고 있는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관타나모는 미국의 인권수준의 이중성을 상징하는 장소가 된 곳입니다. 영상으로 보든 사진으로 보든 참으로 참혹한 행태를 저지른 곳입니다. 이처럼 미국은 국제사회에서도 이중의 잣대를 가지고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정직하지 않은 것이죠. 미국이 이렇게 이중의 잣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매사를 상당부분 이중잣대로 평가하곤 합니다.

어제 김용민의 19금(禁) 인터넷 방송에서 김구라와 오간 말들을 들어보았습니다. 이런 이중의 잣대로 살아가고 있는 사회적 컨텍스트를 무시하고 텍스트만 본다면 물론 심한 표현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떠들어댄 심한 표현은 지금 이 시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직설적인 화법으로 표현했다는 느낌입니다.

정신이 깨어있는 젊은이들의 대화에서 부패할대로 부패한 도덕주의를 비웃고 있고, 불법을 밥 먹듯이 저지르고 있는 법치주의자들을 질타하고 있으며, 성적 일탈을 일삼고 있는 경건주의자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속으로는 반인륜적 행태를 저지르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인권과 평화를 내세우는 자들을 꼬집고 있습니다. 적어도 19세를 넘어선 성인이라면, 가려져 있는 우리사회의 이중성의 진실을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은유적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쯤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이런 이중적인 인간들의 행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예수님의 저주를 인용하고 싶습니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회칠한 무덤 같으니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나 그 안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모든 더러운 것이 가득하도다. 이와 같이 너희도 겉으로는 외식과 불법이 가득하도다. ... 뱀들아 독사의 새끼들아, 너희가 어떻게 지옥의 판결을 피하겠느냐" (마태복음 23장 27절~33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