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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야기

『은교』

2014-12-16_은교

 

박범신의 은교를 읽었다. 박범신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다. 그가 대가의 반열에 오른 이유를 알겠다. 국민시인으로 불리는 70세를 바라보는 이적요 시인, 이적요 시인의 문하생으로 공부하는 공대출신의 서지우 작가지망생, 17세의 여고생 한은교 등 세 명의 삼각관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당뇨병에 시달리고 있는 늙은 시인이 여고생의 풋풋한 육체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감칠맛 나게 묘사하고 있다. 종일 읽으면서 깊은 감동을 얻었다. 나이 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은 생물학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화학물질의 구성물인가? 아니면 물질을 넘어서는 영적인 존재인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물질을 넘어설 수도 있고, 다른 이는 물질에 포획된 채 살아갈 것이다. 이적요 시인은 아마도 인간성이라는 것은 물질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라는 철학을 몸소 실천하였다그런 정의롭고 경건한 삶은 그를 문학계의 거목으로 추앙받게끔 만들었다. 그것은 그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17세의 은교가 나타나자 이런 평생의 노력이 생물학적인 화학물질에 굴복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하도록 강요한다. 인간관계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성적 관계를 전제로 하는가, 아니면 성적 관계가 사랑을 전제로 하는가? 사랑이 없는 관계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관계가 없는 사랑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일부 추리요소도 가미되어 흥미로웠다. 소설이 재미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형식도 작가노트와 일기의 형식으로 쓰인 것도 새로웠다


유투브로 영화도 봤다. 영화 <은교>는 원작의 맛을 거의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배우 캐스팅도 그렇고 연기도 별로 신통찮다. 다만 한은교 역의 김고은 정도가 쓸만하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