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치데일을 향하여
7월 25일(토)~ 27일(월) 3일간 짧은 일정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목표는 맨체스터 동북쪽 외곽에 위치한 로치데일(Rochidale)을 가는 것이다. 일반여행객들이 찾은 곳은 아니다. 내가 특별히 이곳을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곳에 이 가게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로치데일에 공정한 선구자들이 세운 조합(Rochidale Society of Equitable Pioneers)이 최초로 문을 연 가게였다... 1844년이었다... 역사적인 장소인데 지금은 Rochidale Pioneers Museum으로 운영된다... 오늘날의 협동조합이 탄생한 곳이다...
로치데일 관문에 협동조합의 탄생지라는 커다란 표지가 있다....
1844년 로치데일의 선구자들이 세웠던 최초의 협동조합 가게인데 지금은 협회 사무실로 쓰인다.
로치데일 토드레인 31번지
가게 앞에서
가게 옆에는 소박한 박물관
가게 앞에서..... The Shot of the Day
맨체스터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자 자본주의의 폐해가 심해져 노동착취가 극에 달했다. 오죽 심했으면 칼 맑스가 공산당선언문을 1848년에 발표했겠는가?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고 말이다.
협동조합, 생각만해도 마음이 뭉클해지는 이름이다... 로버트 오웬(Robert Owen, 1771~1858)이 자본가의 탐욕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자신의 공장을 공동체로 만들어 노동자들에게 복지를 제공했던 스코틀랜드의 뉴라나크(New Lanark)공장을 2009년에 둘러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오웬의 사상은 로치데일의 선구자들에 이어져 실현되었고, 물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성장 발전했습니다... 이런 사상은 대륙으로 넘어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에서도 꽃피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70년간이나 유럽국가들이 이 지구상에서 가장 풍요롭고 안정적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의 행위를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승자독식을 추구하는 경쟁패러다임에 무차별적으로 내맡기지 않고 협동조합과 같은 협력의 패러다임이 경제의 상당부분 담당하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어떻게 운영되기에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는가? 협동조합은 기본적으로 피라미드형 계층구조를 거부한다. 수평구조를 유지한다. 그러므로 위아래의 지배와 통제, 지시와 복종, 억압과 착취가 존재할 수 없는 조직이다. 협동조합은 우리가 생각하는 회사가 아니다. 고객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필요에 부합하는 상품을 만들어서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계급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지시와 명령의 권한이 아니라 역할과 책임을 나타낼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생각을 한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뭔가를 생산하는 일은 서로 협력의 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적으로 여기거나 때려눕혀야 할 상대로 생각하는 한 협동조합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 주식회사보다 못하다. 협동조합의 정신은 사라지고 협동조합을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 따위로 하려면 차라리 주식회사가 더 낫다.
소위 진보진영에서 재벌과 청와대를 비판하고 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사회정의를 위해 일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돈, 명예, 권력을 탐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기꾼들이나 진배 없다. 그래서 진보진영이 결국에는 지리멸렬하게 된다는 것을 지난 몇 년 사이에 알았다. 이런 사람들을 입진보라고 하는 것도 알았다. 여당만 쫒아 다니는 보수진영의 사람들 대부분은 탁 까놓고 돈, 명예, 권력을 탐하고 있다. 그 탐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불법, 위법 등을 마다하지 않는다. 조폭들과 다르지 않다.
협동조합은 우리에게 "진정으로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안겨준다. 오늘날 한국의 협동조합 상황을 생각하면 한심하고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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