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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이야기

인간이란 무엇인가(4)_이데올로기와 이성적 판단능력

 지난 이야기

          인간이란 무엇인가(1)_인간을 보는 눈
          인간이란 무엇인가(2)_경영학의 인간관 문제
          인간이란 무엇인가(3)_이데올로기의 문제 



어떤 한 개인, 또는 몇몇 소집단에게만, 또는 몇몇 특수한 계층에만 본말이 전도되는 이데올로기적 현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즉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이데올로기적 관념이 퍼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다음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장 비근한 예가 바로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사건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도덕과 윤리의 정신에 비추어 보면 문제가 많은 사람이지만, 그가 과거 박정희식 개발연대에서 보여준 수많은 성공신화가 이데올로기로 작동하여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게 됐습니다. 국민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그가 보여준 성공신화를 다시 만들어 달라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선택한 인물들 중에 환경부 장관으로 내정됐던 XXX의 경우 외지인이 살 수 없는 절대농지를 사서 개발호재로 땅값이 폭등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부동산투기 의혹이 일자, 다음과 같이 해명했습니다.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와 전혀 상관없다

 

만약 이런 사람이 장관이 되었을 때, 다음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지하주차장에서 사과상자를 받았다가 들켰을 때:

 

우리 농산물의 일부인 사과를 사랑할 뿐, 뇌물과는 전혀 상관없다.”

 

그런데, 그 사과장자에서 만 원짜리 지폐가 쏟아져 나왔을 때:


역사의 일부인 세종대왕을 사랑할 뿐, 뇌물과는 전혀 상관없다.”

 

한 사람만 더 보겠습니다. 여성부 장관에 내정됐던 XXX는 전국 40여 곳에 걸쳐 다양한 종류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고, 서초동과 일산에 오피스텔도 세 채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대한 해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초동 오피스텔은 내가 유방암 검사에서 암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자, 남편이 감사하다고 기념으로 사준 것이다.

 

만약 이런 사람이 장관이 되었다면, 다음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막 대학생이 된 딸 앞으로 오피스텔이 세 채나 있는 부모라면:


딸이 공주병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자, 감사하다고 기념으로 사준 것이다.”

 

이제 막 세 살 된 딸 아이 앞으로 오피스텔이 세 채나 있는 부모라면:


딸이 임신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자, 감사하다고 기념으로 사준 것이다.”

 


장관 중에서 연예인 출신으로서 대단한 재력가로 알려진 XXX 장관의 말도 히트입니다.

 

X X X : “내 재산 많다고들 하는데 배용준을 한번 봐라.”

 

배용준: “내 재산 많다고들 하는 데 빌 게이츠를 한번 봐라.”

지상렬: “내가 영어를 너무 좋아한다고들 하는데 이경숙을 한번 봐라.”

이경숙: “내 영어 발음이 너무 환타스틱하다고들 하는데 앙드레 킴을 한번 봐라.”

 

이쯤 하겠습니다. 나는 누구를 또는 어떤 정당을 비난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건 내가 만든 얘기가 아니라, 『블로거 명박을 쏘다』라는 책에서 인용한 겁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혼자 수없이 낄낄거렸습니다. 이렇게 어떤 지배적 관념이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게 되면, 이성적 판단능력이 제한됩니다. 평균 이상의 지성을 소유한 지도급 인사들도 본말이 전도된,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면서 전혀 부끄러운 줄 모르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이데올로기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데올로기는 그 작용대상이 의식하지 못하도록 작용합니다. 말하자면 돈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수단으로서 창출된 것인데, 오히려 인간은 돈을 숭배하면서, 돈을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바뀌게 됩니다. 돈이 숭고한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이데올로기화됨으로써, 인간이 아닌 돈을 숭고한 대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요약 정리하자면, 서구사회는 신앙이라는 이데올로기로 혹독한 시련을 겪던 중세에서 이성의 힘으로 벗어났습니다. 이성의 힘이 만능이라는 관념이 지배하게 되자, 이번에는 논리실증주의가 이데올로기화됨으로써 인간을 기계의 부속품으로 보았습니다. 이성의 힘으로 산업혁명이 일어나 자본이 점차 축적되어 힘을 발휘하자,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나타나서 돈이 주인으로 둔갑했고 인간은 돈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관념의 학()인 이데올로기는 본말을 교묘하게 전도시키는 놀라운 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