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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록

노무현_자신을 패배시킴으로써 부활하는 아름다운 영혼 죄수 두 명과 함께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되는 장면이 성경에는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로마 병사 둘이서 예수가 걸쳤던 옷을 제비뽑기로 나누어 가졌습니다. 그리고는 예수가 죽었는지 옆구리를 창으로 찔러보았습니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힌 채 다음과 같이 기도합니다.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성경을 읽으면서 곤란을 겪은 가장 힘든 구절 중에 하나입니다. 모르고 범한 죄는 용서해야 하는가? 그리고 모르고 지은 죄는 용서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왜 예수는 자기를 죽인 저들을 용서해야 한다고 했을까? 자신을 해코지한 사람을 어떻게 용서하란 말인가? 예수의 뜻을 따르는 기독교인들은 정말 그렇게 살아가는가? 합리적인 교육을 받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 더보기
벌거벗은 임금님에게_노무현의 순진함과 용기 노무현은 순진했습니다. 임금님은 벌거벗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던 어린아이처럼. 대학물도 먹어보지 못한 그는 위선으로 가득 찬 현실에서 진실을 말했습니다. 가진 사람이 헐벗은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권력의 자리에 올랐을 때, 자신이 말한 대로 실천해 보려고 했습니다. 말하는 것은 그리 큰 힘이 없지만, 그것을 실제 정책으로 입법화하고 실행에 옮기게 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그가 추진했던 대부분의 정책들은 그렇게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의 용기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래서 소위 가진 사람들은 그의 파격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온갖 이론을 갖다 대지만 결국은 자신들의 이득에 조금이라도 손해가 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심지어 노무현의 말투에서부터 건들거리는 걸.. 더보기
아, 오늘은 정말 슬픈 날입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선악지향적인 사람과 손익지향적인 사람입니다. 선악지향적인 사람은 의사결정의 기준이 손익보다는 옳고 그름에 있습니다. 옳은 일이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옳은 일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은 대개 이런 부류입니다. 기독교에 교파가 많은 것도 이런 데서 연유합니다. 옳다고 믿기 때문에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자신이 믿는 진리가 곧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포용력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 서로 갈라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에게는 죄책감이 중요한 행동의 원천입니다. 하지만, 손익지향적인 사람은 행동의 동기가 선악보다는 손익에 있습니다. 그것도 이기적인 손익에 의사결정이 좌우됩니다. 물론 겉으로는 공익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기도 합니다만, 궁극적으.. 더보기
죽음과 부활에 대하여 이번 장례식을 통해 죽음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분명합니다. 심리학적으로는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는 아직도 오래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죽음과 그 분의 삶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돌아가신 장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와 함께 산 분들은 어떤 형식으로든지 나의 삶에서 부활하는 것 같습니다. 함께 산 사람들은 그렇다고 해도,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의 삶이 나에게 끼친 심리학적인 부활이 있습니다. 체스터 바나드, 피터 드러커와 같은 경영학자들, 칼 로저스, 칼 융, 아브라함 매슬로우, 밀턴 에릭슨 등과 같은 심리학자들, 죄렌 키에르케고르, 마틴 하이데거, 칼 야스퍼스, 한스게오르그 가다머, 엠마누엘 레비나스 등과 같은 철학자들이 그렇습니.. 더보기
장모님 향년 90세, 이제 고이 잠들다 엄혹했던 일제시대에 태어나 식민지 생활을 했습니다. 겪어보지 못한 우리들의 생각보다 일제는 더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참혹한 전쟁을 겪었습니다. 또다시 독재체제에 항거했던 자식들을 돌봐야 했습니다. 이렇게 한반도의 온갖 풍상을 다 겪으면서도 흔들림 없이 90년을 사셨습니다. 막내 사위인 나는 항상 극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이제 그 맛깔스런 음식과 그 분위기를 영원히 느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죽음을 잠든 것으로 가르쳤습니다. 나사로처럼 불현듯 죽음이 닥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모님은, 하루 일과를 다 마치고 자연스레 잠이라는 휴식에 들어가는 것처럼, 천수를 누리고 2009. 5. 15(금) 오후 고이 잠드셨습니다. 그 흔들림 없는 삶의 자세는 자식들에게 이어져 이 우주에 영원할 .. 더보기
행복에 관한 기사에 주목하다 행복은 숫자에 있지 않다는 것을 또 다시 보여준 기사가 났습니다. 조선일보가 문예월간지 6월호에 실린 기사를 인용해서 보도했습니다. 하버드대생들 268명을 장장 72년간 추적한 연구였습니다. 관심도 있고 해서 원문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연구를 책임진 하버드 의대 정신과 조지 베일런트(George Vaillant) 교수는 인생이 추구하는 최고의 행복은 사랑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생에 진정으로 중요한 단 한가지는 타인과의 관계라는 것입니다. 그 관계가 사랑의 관계였을 때 비로소 행복해지는 것이죠.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6월호의 원문을 링크해 놓았습니다. 베일런트 교수의 대담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theatlantic.com/doc/200906/happiness 더보기
이 아침에 커피 한 잔과 기아문제를 생각하다 매일 아침, 좋은 글과 사진 또는 동영상을 보내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몇 분 계십니다. 답신도 못해드리고 있어서 늘 마음의 빚을 지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메일을 보내오셨습니다. 열어보고 나서, 내가 마시고 있는 아침 커피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의 빚도 조금은 갚을 겸, 오늘 아침 제가 본 동영상을 여러분들도 감상하실 수 있도록 링크를 걸었습니다. http://www.cultureunplugged.com/play/1081/Chicken-a-la-Carte 내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다른 사람에게는 한 달 생활비일 수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더보기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 지금은 돌아가신 혜곡 최순우 선생님(1916~1984)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학고재 1994)란 책을 읽고 부석사 무량수전을 보고 싶었는데, 지난 주말에 드디어 갔다 왔습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지만, 그 자태는 결코 흐트러짐이 없었습니다. 최순우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민족이 보존해 온 목조 건축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건물임이 틀림없다.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 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