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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록

세렌디피티(serendipity)_어디 사랑뿐이랴 인생의 모든 것이 우연인 것을! 우리는 계획보다는 우연에 의해서 목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실증주의와 합리주의의 정신에 심취한 구애가, 세심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 사랑에 빠지는 법칙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믿는 구애자에게는 기운이 빠지는 이야기이다. 구애하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덫에 걸 사랑의 고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일을 진행한다. 어떤 웃음, 의견 포크를 쥐는 방식 같은 것, …… 그러나 불행하게도, 설사 모든 사람에게 사랑의 고리가 존재한다고 해도, 구애의 과정에서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계산이라기보다는 우연에 의해서이다. (알랭 드 보통, 정영목 옮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청미래 2002, 55쪽) 삶은 계획했던 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계획하지 않은 채 살 수도 없습니다. 이것이 삶.. 더보기
차마고도(茶馬古道)를 다녀와서 차마고도(茶馬古道)를 다녀왔다면 정말 대단한 일인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중인 을 봤습니다. 차마고도는 나중에 실제 답사를 할 기획으로 남겨두고, 우선 전시회부터 살펴보았습니다. 에서 주관하는 매월 모임에 참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난 달에는 을 다녀왔는데, 이번 달에는 과 을 보았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데도 이렇게 좋은 전시회에 자주 가지 못합니다. 서울사람이 남산타워에 가보지 않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역사에 무식한 나 같은 사람은 이런 모임에라도 자주 나가서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그것마저 게을러서 자주 참석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KBS에서 방영된 차마고도를 보고 감동이 있었는데, 이번에 직접 유물들과 전시된 현장을 보았습니다. 마방을 따르는 카라반의.. 더보기
아들이 제대하다 아들이 사병으로 군대를 마쳤습니다. 이등병에서 병장으로 승진을 거듭하더니 오늘 드디어 제대했습니다. 외국에 유학하는 아이들은 대개 면제를 받거나 공익요원으로 빠지고 싶어합니다. 그게 안 되면, 장교, 카투사, 통역병 등으로 복무하고 싶어합니다. 어떻게든지 군대생활을 쉽게 하려고 합니다. 외국유학 중인 학생들이 군대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길을 찾는다는 몇 가지 사례를 알고 있습니다. 나의 아들은 스스로 군대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기를 바랐습니다. 해병대를 가면 어떨까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2년 전 묵묵히 제 발로 걸어서 신병훈련소에 입대했습니다. 자대에 배치되고 얼마지나지 않았을 때, 부모의 직업을 어떻게 알았는지 부대장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장병들에게 좋은 교훈이 될만한 강의를 .. 더보기
태터캠프에 다녀와서 블로그를 제대로 하려고 맘 먹은 사람이라면 태터캠프(TatterCamp)가 무슨 말인지 알 것입니다. 오늘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 22층 구글코리아의 강당 집현전에서 티스토리와 텍스트큐브를 쓰고 있는 블로거를 상대로 캠프가 열렸습니다. 거리도 멀지 않았고, 주말에 시간을 낼 수 있어서 미리 참가신청을 해두었습니다. 부산과 광주에서도 올라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 블로그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작년 10월 처음 제대로 된 블로그를 만들려고 시도할 때만 해도 참 갑갑했습니다. 어디다 물어볼 데도 없고, 다른 블로거에 메일로 물어보면 답변은 그냥 그렇게 하면 된다고 하는 대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그렇게 하면 내가 기대했던 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고 망가뜨리길 여러 차례.. 더보기
한국 개신교가 개혁될 것인가_이재철 목사 통합교단 탈퇴 한국 개신교에 이재철 목사님 같은 분이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걸어 봅니다. 개신교에는 교회를 위해 봉사하고 치리하는 자로서 장로, 권사, 집사 등과 같은 여러 직분이 있습니다. 교회 내에는 세속적인 권세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뒤섞여 있습니다. 교회를 치리하는 장로의 직분을 맡으려면 어떤 사람이 유리하겠습니까? 뻔한 일이지요. 그래서 개신교는 항상 문제에 휩싸입니다. 한국기독교선교 100주년기념교회 이재철 목사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습니다. 어떤 결단을 내렸는지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소리(www.cry.or.kr) 기사 이재철 목사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을 탈퇴했다. 이재철 목사는 대표적인 기독교 출판사인 ‘홍성사’의 설립자이며 주님의 교회를 거쳐 현재 백.. 더보기
맥나마라의 사망_그가 남긴 것 월남전쟁을 기획했던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Strange McNamara, 1916~2009)가 93세를 일기로 사망했습니다. 맥나마라는 나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서 인연이 있었다는 점을 이전에 포스팅했습니다. 그는 20세기 가장 논란이 일었던 시기를 최전선에서 살았던 사나이였습니다. 젊은 나이에 하버드대 조교수를 거쳐 포드가문이 아닌 사람으로는 최초로 포드자동차의 사장에 올랐습니다. 곧바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국방장관에 취임했습니다. 취임하자마자 비대할 대로 비대해진 국방부의 예산과 전략을 합리화(rationalization)했습니다. 이때 사용한 것이 비용대비 편익(cost and benefit)의 개념입니다. 국방개혁에 상당부분 효과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케네디 정부가 베트.. 더보기
사이비 인문학과 인문학 장사꾼들 인문학은 문학, 철학, 역사학을 포함한다고 합니다. 최근에 부쩍 “CEO를 위한 인문학” 강좌가 많아졌습니다. 실무에 재직할 때도 이런 부류의 강좌를 들었지만, 워낙 시간여유가 없어서 옳고 그름을 따질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갔습니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요즘 책을 쓰면서 우리나라 기업가 또는 경영자들의 인문적 소양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CEO를 위한 인문학 강좌 몇 개를 골라 일부러 다시 들었습니다. 어떤 강좌였는지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강사들은 대개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이거나 전공은 아니어도 인문학 근처에서 얼씬거린 사람도 있었고 꽤 이름이 알려진 철학자도 있었으니까, 외견상 인문학을 강의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는 자격을 갖추었다.. 더보기
천리포에서 만난 영어 선생님 지난 번에 천리포수목원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썼습니다. 그 때 그곳에 함께 했던 일행 중에 고등학교 현직 영어교사인 오문수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오랫동안 나를 만나고 싶어했답니다. 왜냐하면, 내가 오래 전에 쓴 책 을 읽고 저자를 만나서 여러 가지를 묻고 싶었기 때문이었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희망제작소에서 마련한 1박2일 천리포수목원 행사에서 만난 것입니다. 주최측의 요구로 를 발표했습니다. 그 발표를 들으면서 오문수 선생님은, 내가 바로 그 책을 쓴 저자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같은 방에서 오랫동안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말하자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나를 취재한 것입니다. 내 책을 글쎄, 세 번이나 읽고, 밑줄 긋고, 메모하고, 그랬다는군요. 그러면서 어느 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