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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록/에세이

인물의 공과를 비교하려면... 지나간 인물이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판별하려면,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미군정으로부터 정부를 이양 받은 이승만과 군부 독재를 하다가 부하의 총에 맞아 죽은 박정희가 과연 대한민국의 역사발전에 도움을 주었는지를 확인하려면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한다. 2차 대전 후 미군정으로부터 정부를 이양 받은 독일 보수당연합(CDU/CSU)의 콘라트 아데나워 수상과 보수당의 뒤를 이어 집권한 사민당(SPD)의 빌리 브란트 수상과 비교해봐야 한다. 이승만 vs. 콘라트 아데나워박정희 vs. 빌리 브란트 이런 합리적인 비교를 통해서 역사적 평가를 해야 한다. 이런 비교평가도 없이 무턱대고 이승만과 박정희를 우상화하려는 자들의 인식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당시의 독일과 한국의 정치문화적 수준을 .. 더보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강원도 화악산(1,468m)을 배경으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는 이념체계입니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가치를 강조하기 때문에 인권의 개념이 결여되어 있는 반면, 민주주의는 개개인의 인권을 존중하지만 자본의 가치를 중시하지 않습니다. 서로 양립하기 어렵죠. 그러나 오늘날 어느 하나의 이념만으로는 사회가 유지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주어진 현실이 그렇습니다. 자본주의 이념을 지나치게 중시하면 국가의 경쟁력이 오를 것 같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오히려 미국이나 중남미처럼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사실 미국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실제로는 파산한 국가입니다. 하지만, 파산을 면할 수 있었던 것은 달러라는 기축통화의 장점을 이용해서 돈을 무한정으로 찍어냄으로써 겨우 살아난 것이죠. .. 더보기
김수영_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1921-1968) 나는 왜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 내가 좋아하는 시인 김수영 전집을 꺼내 시를 읽었습니다. 시(詩)라도 읽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시간이었나 봅니다. 1965년 쓴 시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큰 일에는 분개하지 못하다가, 작은 일에는 옹졸하게 반응하는 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니 이게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저 왕궁의 음탕에는 침묵하면서 막말 몇마디에 그렇게 크게 반응하는 옹졸함을 발견하고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데는 그래서 시인의 감성을 필요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더보기
누가 김용민을 비난할 수 있는가_다시 텍스트와 컨텍스트에 대하여 김용민 후보의 막말로 여러 언론들이 비난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는 사태의 진실과 정의, 즉 그 사건을 발생시킨 컨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다른 정치적 노림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싸움의 발단은 김용민의 막말이 아닙니다. 싸움은 미국이 세계의 메시아로 자처하는 방식의 일방적 패권주의 정책에서 나온 것입니다. 전혀 명분이 없는 전쟁을 이라크에서 일으켰고, 포로들에게 행한 성적 가혹행위가 잘 알려지는 바람에 세계인들이 경악했습니다. 당시 부시 행정부에서는 라이스 국무장관과 럼스펠트 국방장관이 책임을 지고 있을 때였습니다. 라이스를 강간해야 한다는 김용민의 막말이 바로 이런 상황을 패러디한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마치 그 말 자체가 큰 범죄인양 확대 재생산하는 저의가 .. 더보기
김용민의 막말: 텍스트와 컨텍스트에 대하여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이 막말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보수적인 정당과 언론들은 그것을 선거 쟁점화하고 있습니다. 누가 어떤 말을 했다면, 그런 말을 하게 된 사태와 상황을 이해해야만 그 말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그 말 자체만 들어보면 너무 심한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항상 텍스트(text)보다는 컨텍스트(context)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실과 진의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7,8년 전으로 돌아가 봅시다. 미국인들, 특히 부시 정권의 일방적 패권주의 정책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킨 것이죠. 이라크가 대량학살무기를 제조하고 있고, 이것이 인류평화를 위협한다는 것이 전쟁의 명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을 일으키.. 더보기
세렌디피티(serendipity)_어디 사랑뿐이랴 인생의 모든 것이 우연인 것을! 우리는 계획보다는 우연에 의해서 목표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실증주의와 합리주의의 정신에 심취한 구애가, 세심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 사랑에 빠지는 법칙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믿는 구애자에게는 기운이 빠지는 이야기이다. 구애하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덫에 걸 사랑의 고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일을 진행한다. 어떤 웃음, 의견 포크를 쥐는 방식 같은 것, …… 그러나 불행하게도, 설사 모든 사람에게 사랑의 고리가 존재한다고 해도, 구애의 과정에서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계산이라기보다는 우연에 의해서이다. (알랭 드 보통, 정영목 옮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청미래 2002, 55쪽) 삶은 계획했던 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계획하지 않은 채 살 수도 없습니다. 이것이 삶.. 더보기
맥나마라의 사망_그가 남긴 것 월남전쟁을 기획했던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Strange McNamara, 1916~2009)가 93세를 일기로 사망했습니다. 맥나마라는 나의 어린 시절 기억 속에서 인연이 있었다는 점을 이전에 포스팅했습니다. 그는 20세기 가장 논란이 일었던 시기를 최전선에서 살았던 사나이였습니다. 젊은 나이에 하버드대 조교수를 거쳐 포드가문이 아닌 사람으로는 최초로 포드자동차의 사장에 올랐습니다. 곧바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국방장관에 취임했습니다. 취임하자마자 비대할 대로 비대해진 국방부의 예산과 전략을 합리화(rationalization)했습니다. 이때 사용한 것이 비용대비 편익(cost and benefit)의 개념입니다. 국방개혁에 상당부분 효과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케네디 정부가 베트.. 더보기
사이비 인문학과 인문학 장사꾼들 인문학은 문학, 철학, 역사학을 포함한다고 합니다. 최근에 부쩍 “CEO를 위한 인문학” 강좌가 많아졌습니다. 실무에 재직할 때도 이런 부류의 강좌를 들었지만, 워낙 시간여유가 없어서 옳고 그름을 따질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갔습니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요즘 책을 쓰면서 우리나라 기업가 또는 경영자들의 인문적 소양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CEO를 위한 인문학 강좌 몇 개를 골라 일부러 다시 들었습니다. 어떤 강좌였는지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강사들은 대개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이거나 전공은 아니어도 인문학 근처에서 얼씬거린 사람도 있었고 꽤 이름이 알려진 철학자도 있었으니까, 외견상 인문학을 강의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는 자격을 갖추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