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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록/에세이

인문학은 장사에 도움이 될까? 우리는 지금 격심한 변화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변화는 과거 그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인두로 한복의 동정을 다렸는데, 요새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인두로 동정을 다리는 전통은 아마도 고려시대부터 내려왔을 것입니다. 거의 천 년 이상 이어져 오던 것이 우리 세대에 없어졌습니다. 고무신, 타자기, 십구공탄, 버스안내양, 동네가게들이 완전히 사라졌거나 거의 사라졌습니다. 인터넷을 뒤지면 없는 게 없습니다. 인간이 필요할 것 같은 모든 자료와 정보가 거기에 있습니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던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정신 없이 달려가고 있을 때 우리는 삶의 기초를 인문학적 .. 더보기
경영의 맥도날드화가 비용을 절감한다고? 경영자들이 자신의 회사를 합리화하려는 궁극적인 목적은 이윤최대화입니다. 더 많은 이윤을 내려면 영업이익을 올리거나 비용을 줄이거나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실행하는 방법 이외에는 없습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합리화 작업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기업에서는 합리화를 위한 합리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합리화가 너무 과도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됩니다. 앞서 경영의 로 설명했습니다. 나의 이런 우려는 합리화에 따른 혜택보다는 그 폐해가 더 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외환 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은 BPR, ERP, BSC, 6시그마 운동과 같은 경영합리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그 결과 많은 성과가 있었다는 믿음이 있는 .. 더보기
경영의 합리화 = 맥도날드화 = 비합리성 나는 경영이란 합리화 과정이라 생각해왔습니다. 경영에서 합리화란 더 빠르게 더 많이 생산해내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배웠고 아무 의심 없이 경영현상을 그런 시각에서 바라보았습니다. 내가 어느 정도 경영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합리화에 관한 내 생각은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그렇지만, 우선 제대로 된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내가 한국은행에 근무할 때는 전(前)근대적인 관리관행을 보다 더 합리적인 방식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부드럽게 표현해서 ‘전근대적’이라는 용어를 썼지, 좀 심하게 말하면 '봉건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기 전에는 우리나라 경영관리의 특징을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봉건적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 더보기
소비하라! 돈이 인간을 구원한다 나는 호롱불로 어둠을 밝히던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어려서는 검은 고무신을 신고 학교를 다녔습니다. 고무신은 쉬 떨어질 뿐 아니라 발이 시커멓게 되는 게 흠이었습니다. 몇 달이 지나면 밑창에 구멍이 나서 비 오는 날에는 신을 벗고 다니는 게 더 나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외할머니가 읍내에서 흰 고무신을 사 오셨는데, 나는 그 신을 신고 다닌 게 아니라 아끼느라 들고 다녔습니다. 지금 내 신발은 신발장에 차고 넘칩니다. 여러 켤레의 구두는 물론, 조깅화, 등산화까지 기능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현대인은 생활필수품도 고장이 나거나 못쓰게 돼서 바꾸지 않습니다. 유행이 지나면 바꿉니다. 내가 쓰는 휴대폰이 6년 된 것을 알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공산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바꾸는 주기가.. 더보기
존재와 의식 물질문명은 존재와 의식을 갈라놓았습니다. 의식의 외부에는 객관적인 존재가 있고, 그것을 내가 의식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배웠고, 이것에 추호의 의심도 갖지 않습니다. 이처럼 존재는 절대적이어서 우리는 그것을 실재(reality)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재(reality)는 어떻게 생성될까요? 최근 신경생리학의 연구결과에서 인간의 뇌가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경험과도 일치합니다. 눈을 감고 오렌지 조각을 입안에 넣고 씹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입에 오렌지 향이 퍼지면서 침이 고일 것입니다. 상상만 했는데도 우리의 뇌는 현실처럼 인식합니다. 그렇다면, 실재(reality)란 무엇인가? 존재는 무엇이고 또한 의식이란 무엇인가? 인.. 더보기
경영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까 요즘 위기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국가경영이 위기이고, 기업경영이 위기라고 합니다. 세계경제가 불황의 깊은 늪으로 빠져들 것 같아서 걱정하기 때문에 그런 용어를 쓰는가 봅니다. 지난 날들을 돌아보면, 사실 위기가 아니었던 때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매순간 우리는 위기를 맞았지만, 그것을 위기라고 보지 않았을 뿐입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따라서 지금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경영자가 어려움을 맞아서 지금이 위기라고 말한다면, 그는 이미 경영자이기를 포기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 지도자의 자리에 앉힌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영자가 상황이 좋지 않게 되면, 감량 경영을 외치면서 직원들을 구조조정으로 잘라내는 것은 아무라도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경영자.. 더보기
육체의 근육과 마음의 근육 육체의 근육은 훈련할수록 튼튼해집니다. 혼자서 역기를 반복적으로 들어올리거나 맨손체조를 해도 어느 정도는 근육이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 경험에 의하면 혼자 하는 운동은 그리 큰 효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전문트레이너를 고용해서 그의 지시에 따라 하게 되면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도 거뜬히 해내곤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단련시키고 싶은 부위에 따라 다른 방식의 훈련을 통해 온몸의 근육이 골고루 균형 있게 발달합니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습니다. 이 근육도 훈련할수록 튼튼해집니다. 처음에는 어려워서 힘들던 것도 자꾸 생각하고 반복하면, 사고력이 늘어나서 처음에 힘들던 것도 점차 익숙해지고 나중에는 척 보면 알아버립니다. 마음의 근육도 혼자서 할 때는 그럭저럭 되다가 말다가 하지만, 전문트레이.. 더보기
한국은행, 참 잘했어요! 나는 한국은행에서 20년을 일했습니다. 한은을 떠나기 전 3년 간은 이코노미스트가 아닌 경영학자로서 조직개혁작업을 했었습니다. 지금도 한은의 역할과 그 중요성이 추호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권력을 가진 정치가들은 당장의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본가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본비용을 낮추려고 하기 때문에, 그리고 정부관료들은 통화정책으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려고 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을 손아귀에 넣고 싶어 안달을 합니다. 나는 한은에서 일하는 동안 수없이 그런 시도를 봐왔습니다. 한국은행은 사실상 외부의 그런 시도에 저항할 아무런 방어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은행법에서 정한 이외의 어떠한 권한과 권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 더보기